타계 10주기 변시지 회화세계
변시지 화백 그림 철학 조망

기당미술관에서 변시지 타계 10주기를 맞이해 교육강좌를 운영했다.
기당미술관에서 변시지 타계 10주기를 맞이해 교육강좌를 운영했다.

서귀포시는 기당미술관 명예관장 변시지 타계 10주기를 맞이해 기당미술관에서 6월부터 8월까지 변시지 작가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작가의 예술혼을 기리는 교육강좌를 마련했다. 해당 강좌는 총 3회 운영 중이며, 두 번째 강좌는 지난 14일 오후 2우성 변시지의 회화세계를 주제로 제주대학교 미술학과 안진희 강사를 초빙해 진행했다.

강의 시작에 앞서 서귀포시 공립미술관 고현아 학예사는 "이 강연에서는 변시지 회화세계에 대한 강연과 함께 변시지 작가와 제주대학교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나 나눴던 그림과 작업에 대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며 포문을 열었다.

안 강사는 변시지의 화업은 일본시기서울시기’, ‘제주시기를 거치면서 그의 회화작품은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그의 화업의 큰 성과는 고향 제주의 고유한 향토성이 깃들어 있는 원초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시작해 그 대상들을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예술로 승화시킨 데 있다고 말했다.

변 화백은 일본에서 생활하던 시기에 일전에 여러 번 입상하였고, 23세에 광풍회공모전에 최고상을 수상하며 일본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고 전하며 “‘광풍회는 국전 같은 것인데 현재 100년이 넘은 역사와 권위를 지닌 것이라며, 변 화백은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광풍회전100호 작품 폭풍(暴風)의 섬()’을 출품했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변시지의 회화는 서양의 기법에서 시작해 오랜 실험과 탐색을 거친 후, 동양의 정신과 기법을 수용한 결과물들로 단순한 풍경화가 아닌 동양의 문인화 정신을 반영한 한 편의 시라고 평했다.

특히, 변 화백의 작품 중 점하나(2005)’노년에 이르러 모든 것을 정리하고 딱 하나를 그리고 마는 것에 마음이 간다고 했던 자신의 심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다양한 문화 갈증을 채워주는 기당미술관의 교육강좌는 변시지 화백의 그림 철학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해보는 강좌"라며, "꾸준한 교육을 통해 작가를 이해하는 시간에 많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8월에는 김유정 미술평론가를 초빙해 변시지 교육강좌 세 번째 시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변시지, 점하나, 2006, oil on canvas, 53x46cm (10호)
변시지, 점하나, 2006, oil on canvas, 53x46cm (10호)

[인터뷰] '폭풍의 화가' 변시지를 회고하며

변시지(邊時志, 1926~2013)1948년 당시 일본 최고의 중앙화단으로 알려진 광풍회 공모전에서 최연소로 최고상을 받고 24세에는 광풍회 심사위원이 됐을 정도로 주목받았다. 일본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작업하던 그는 1957년 서울대 교수로 초빙돼 고국에 왔지만 한국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한국 사회와 화단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1년도 채 안 돼 서울대를 떠났고, 마포고 교사, 중앙대·한양대 등의 강사로 전전하다 나이 오십이 되던 해 자신의 고향인 제주로 와 제주대에서 퇴임 후, 그림에 몰두하다 2013년 세상을 떠났다.

변시지 타계 10주기를 회고하는 교육강좌에서 판화가이자 미술사학자로도 활동중인 안진희 강사에게 변시지 선생과의 특별한 인연을 들었다.

안 강사는 제주대학교 조교 생활을 하던 시기에 변 화백을 처음 만났고, 퇴임 이후도 사담도 나누고 미술에 대한 의견도 공유하며 좋은 인연을 이어 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강사는 변 화백님은 사석에서 까마귀 하나 넣고, 지팡이 짚은 사람 이미지 그려 넣는 등 드로잉 선물도 즐겨 하셨다올곧은 분이셨는데, 돌아가셔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회상했다.

박사논문의 주제가 변시지의 회화세계 연구였던 것은 과거의 인연으로 보면 되겠냐는 질문에 안 작가는 명지대학교 대학원을 입학하고 1년 뒤에 변 화백님이 돌아가셨다당시 논문 주제를 다른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가 타계 소식을 접했고 주제를 바꾸게 됐다고 전했다.

덧붙여 안 강사는 제주도 사람들도 변시지가 얼마나 대단한 화가인지 잘 모르고, 육지에선 제주도에 변시지 같은 화가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조명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변 화백의 회화세계 중 제주시기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에 안 작가는 변시지의 삶의 여정은 제주에서 일본 그리고 서울에서 다시 제주로 이주해 그가 이루어 낸 화업은 결국 지역적, 시간적, 양식적 요소를 뛰어넘어 자연으로 귀의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려고 했던 진정한 예술가 정신이 담겼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대에 출강하는 안 강사는 지금까지 열 네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제주도미술대전 판화 부문 대상을 두 번 받았다. 제주대 미술교육과, 성신여자대학원 판화과를 졸업했고, 2020변시지(邊時志, 1926-2013)의 회화세계 연구논문으로 명지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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