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연금공단 서귀포지사장 양윤택

양윤택 지사장
양윤택 지사장

전보발령으로 4년간 객지 생활을 하다가 올해 초에 고향인 서귀포로 돌아왔다. 인사 차 관내의 주요 기관을 방문해보니 구성원들의 평균 연령이 많이 어려져 있어서 놀랐다. 내가 늙어가는 건지 조직이 젊어지고 있는 건지를 모를 정도로 4년의 공백이 길게 느껴졌다. 한동안은 구성원의 고령화가 조직 운영에 부담을 주던 시기도 있었음을 생각해 보면 서서히 젊어져 가고 있는 조직의 변화를 뒤늦게 파악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내가 소속된 국민연금공단의 조직 상황도 외부의 여느 기관과 다르지 않다. 흔히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직원들의 구성 비율이 높아졌다. 이들은 무슨 일을 하던지 당당하다. 또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공정에의 욕구가 크다. 내가 공직자로 발을 내디딘 30년 전의 조직의 분위기는 지금과 달라서 대체로 온정적인 분위기가 폭넓게 작용하고 있었다. 다소 불공정하게 느끼더라도 눈 감고 넘기는 게 보통이었고, 그런 행동이 사회생활(?) 잘하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30년이 지난 요즘은 공공기관에서 이런 행태를 찾아볼 수 없다. 공공기관에 대한 공정의 요구, 공직자에 대한 청렴이 강조되다 보니 때로 지나치게 냉정하다 할 정도의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MZ세대들이 부르짖는 공정과 공직자의 청렴은 한 줄기이다. 나도 직무를 수행하면서 의사결정의 단계마다 공정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내가 하는 결정이 공정했는지에 대하여는 여러 단계에서 다시 판단을 받기 마련이다. 내부적으로는 각종 점검체계를 통해서, 외부적으로는 법제의 가이드에 따라서, 때로는 다양한 신고시스템을 통해서 모니터링과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직원들은 청렴에 대한 외부 평가에 대하여 다소 억울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불공정이나 부패의 여지가 없는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인데도 청렴 평가에서 때로는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착하게(?) 일한 직원들 입에서 볼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공직사회의 부끄러운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누굴 탓할 수는 없다. 부패 관료들이 뒷돈을 주고 받은 사건이 잊을만하면 지면을 뒤덮으며 세상을 시끄럽게 하던 시절도 있었으니 아직도 세간에는 은근히 색안경을 쓰고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그런 사정까지 고려하여 지나칠 만큼의 청렴한 자세로 국민의 눈높이를 되새기며 업무를 수행해 간다면 불공정의 시선이 사라지고 더욱 공정하고 건강한 조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공단은 청렴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치밀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면교육과 비대면 교육으로 청렴 실천 문화를 다지고, 청렴 취약 분야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하여 개선점을 찾고 있다. 또한 부서장의 청렴서약서작성, 부장 이상 보직변경자의 반부패·청렴 서약서작성, 신규 입사자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 서약서작성을 통하여 청렴에 대한 의지를 강고히 다지고 있다. 이외에도 부서별로 청렴실천반을 운영하여 부서 단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패의 여지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의 결과로 우리 공단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6년 연속 2등급이라는 값진 평가를 받았다.

요즘은 전통적 조직의 모습과 다르게 MZ세대가 조직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들이 이끄는 조직문화의 방향성에 대한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과거 조직행태로부터 단절하고 새로운 조직, 공정한 조직, 청렴한 공직을 만들어 가려는 것만큼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MZ세대를 상징하는 당당함, 발칙함, 올곧음이 공직사회에 청렴의 물결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선시대에는 이상적인 관료상으로 청백리를 꼽으며, 청렴하고 강직한 관리로서 청백리호칭을 받는 것을 영예스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공직사회에서 곳곳에서 수많은 청백리들이 청렴하게 조직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