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100만년 이야기 (7)]

지삿개 주상절리 현재 위치와 달리 육상에서 형성
주상절리 생성 과정 자체가 바다 위치와는 무관
도내 현무암질 주상절리는 소규모, 대부분 조면암
조면암·조면안산암에서 주상절리가 뚜렷하게 발달

▲지삿개 주상절리 형성
주상절리는 물하고는 관계 없다. 지삿개 주상절리도 현재는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지만 만들어질때는 바다가 아니었다. 육상에서 형성되었다. 

이 주상절리를 만든 용암이 분출한 시기는 지금부터 약 20만년 전이다. 당시는 빙하기였다. 신생대 제4기에 있어서 빙하기는 10만년을 주기로 반복되었다. 적어도 제4기 플라이스토세 중기인 약 70만년 전부터는 10만년을 주기로 빙하가 반복되었다. 빙하가 발달하면 해수면이 하강한다. 북반구에 얼음이 집적되어 바다 해수면이 하강하는 것이다. 

마지막 빙하기인 1만5000년 전에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150m 정도 하강했다. 현재 우리나라 주변에서 대륙붕이라고 부르는 얕은 바다는 모두 육상으로 드러나게 된다. 우리나라 황해를 비롯하여 남해는 물론 동중국해 대부분이 육지였다. 당시 해안선은 오키나와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제주도 연륙설을 일반인들에게서 종종 듣는다. 제주도가 육지와 연결되었다는 말이다. 당연히 10만년에 한번씩 연륙되었다. 제주도와 한반도는 연결되었다가 섬이 되기를 반복했다. 중국에서부터 제주도와 한반도는 물론 일본까지 육지로 서로 연결된다.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육상의 동식물들이 걸어서 건너갈 수 있었다. 

현재 일본에 사는 원숭이와 대마도의 상징물인 삵은 상승하는 해수면에 의해 섬에 고립되어 독자적인 진화를 한 잔류 동물이다. 빙하기때 중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고립되어 아직까지 그 곳에 남아있는 것이다.

20만년 전에는 빙하기였다. 바다는 현재 해안선에 비해 훨씬 먼 바다쪽으로 후퇴해 있었다. 상류에 위치하고 있는 녹하지악이 분화하여 아아용암류를 분출했다. 15m의 두꺼운 아아용암류가 이곳까지 흘러왔다. 현재 주상절리 보다 더 바다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주상절리는 상승하는 해수면과 함께 파도에 의해 쉽게 침식되어 무너져 내린다. 이유는 암석에 발달된 정규적인 수직 절리 때문이다. 기둥으로 무너져 내리는 특징으로 인하여 주상절리는 높은 단애를 이룬다. 두 번의 빙하에 의한 해수면 변동을 거치면서 지삿개 주상절리는 오늘날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바다와 무관한 주상절리

그런 의미에서 보면 주상절리는 현재의 바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해수면 변동에 의해 현시점에서 우연히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주상절리의 생성과정 자체가 바다 위치와는 관련이 없다. 

주상절리를 비롯한 화산암에 나타나는 수직 또는 수평의 절리는 근본적으로 물하고 관련이 없다. 보통은 육상의 두꺼운 용암이 천천히 식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점성을 갖는 용암은 흐르는 성질의 액체이다. 현재 위치에 까지 흘러온 후에 용암이 식으면서 암석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물리적으로 보면 액체가 고체가 되는 과정이다. 

용암은 식으면서 굳어지는데 이때 수분이 빠져나가며 암석에 틈이 생긴다. 틈은 일정한 방향으로 형성되며 간격도 정규적이다. 천천히 식을 경우 절리의 간격은 넓어진다. 암석에 포함된 광물 결정들도 암석화되면서 배열된다. 위에서 보면 마치 가뭄이 들어서 논바닥이 갈라지는 모양과 같다. 두꺼운 용암류의 몸체를 이루고 있던 절리가 틈이 많은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연히 현재와 같은 위치, 즉 바닷가에 있게 되어서 강한 파도에 침식을 받아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용암이 물과 만나서 급하게 식으면 유리처럼 변하여 단단해진다. 급냉(quenching)구조라고 한다. 마치 담금질을 하듯이 고온 상태로 굳어지는 것이다. 과거 탑동에 먹돌이 많이 있었다. 돌은 단단하고 무겁고 표면은 새까맣다. 용암이 식으면서 암석화될 때 바닷물에 의해 빠르게 식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용암이 바닷속에서 분출하는 경우가 있다. 말그대로 수중분화이다. 뜨거운 용암이 바닷속에서 분출하면 용암은 이내 두루마리처럼 말리게 된다. 돌돌 말려서 베개와 같은 모양이 된다. 그래서 베개용암(pillow lava)라고 부른다. 

제주에서 베개용암은 발견되지 않는다. 즉, 수중에서 용암은 분출되지 않았다. 모두 육상 환경에서 분출되었다. 일부 지하 깊은 곳을 뚫어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한두군데서 베개용암을 보고한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제주라고 하는 화산섬은 변화하는 해수면에 의해 비교적 넓은 화산체를 형성하며 육상에서 분출한 화산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면암에서 뚜렷한 주상절리

지삿개와 같은 현무암질의 주상절리는 도내 곳곳에서 소규모로 확인되나 이곳에서가 가장 규모가 크고 넓다. 반면 조면암에서는 곳곳에서 주상절리가 발견된다. 서귀포 앞바다의 범섬, 문섬, 섭섬을 비롯하여 산방산에서 뚜렷하다. 지삿개 인근의 중문해수욕장과 갯깍 주상절리는 조면안산암에서 발달한다. 지삿개와는 다른 암석이다. 이렇게 조면암이나 조면안산암에서 주상절리가 뚜렷한 이유는 바로 용암이 두껍고 천천히 식는 특징 때문이다.

화산암에는 수직과 수평 방향의 절리가 있다. 수직절리는 그 모양이 마치 기둥과 같아서 주상절리라고 부른다. 수평절리는 그 모양이 마치 판과 같아서 판상절리라고 한다. 한라산속의 하천을 따라가다 보면 조면암질 용암에서 눈에 띠게 아름다운 판상절리를 볼 수 있다. 간격이 수 cm로 좁은 대신에 촘촘히 배열된 판상절리가 곳곳에서 관찰된다. 

‘거인의 길’이라는 뜻의 자이언츠 코즈웨이(Giant’s Causeway)는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영국 북아일랜드의 지질 명소다. 벨파스트에서 북쪽으로 가면 나타나는 엔트림 지방의 대서양 연안에 있다. 무려 4만개의 주상절리가 해안선을 따라 4.8km에 걸쳐져 있다. 현무암에 나타나는 주상절리다. 주변 해안선은 높이 100여m에 이르는 해안 단애로 새하얀 절벽으로 되어 있다. 절경이다.

하얀색의 암석은 초크(chalk)라고 부르는 백악기 석회암이다. 이 하얀 암석을 우리는 칠판에 쓰는 필기구인 백묵이라고 부른다. 해안선에 마치 의자와 같은 주상절리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처음에 학자들은 이 주상절리가 무엇인지 몰랐다. 용암을 추적하여 따라가 보니 인근에 있는 화산과 이어져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이 주상절리가 화산에서 흘러나온 용암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여기에서 지질학이 시작되었다. 영국은 지질학의 발상지다. 때문에 이 주상절리는 영국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한 것이다.

지삿개에 가까이 가보면 표면에 붉은색을 띠는 아아용암류의 흔적을 쉽게  볼 수 있다. 용암이 흘러오면서 퇴적물과 만나 만들어지는 페퍼라이트(peperite)도 관찰된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벵풍바위’라고 불렀다. 주상절리가 마치 병풍을 펼친 모습이기 때문이다. 아아용암으로 이루어진 해안 풍경은 마을 포구까지 이어진다. 큰개라고 부르는 대포마을은 아름다운 갯마을이다.   

자이언츠 코즈웨이 주상절리
자이언츠 코즈웨이 주상절리
지삿개 주상절리
지삿개 주상절리
보통 육삭형을 취하고 있는 지삿개 주상절리
보통 육삭형을 취하고 있는 지삿개 주상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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