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3촬영 현장을 가다
표선고 1·2학년 동아리 학생
제주4·3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희생자 및 유족 등 만나 기록
지난주 성산 터진목 찾아 촬영

서귀포시 표선고등학교 1·2학년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표선 요망진 벌테들’ 동아리는 4·3 다큐멘터리 영화를 집중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양정환 감독과 협업을 통해 4·3을 주제로 한 다큐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방자연 인턴기자)
서귀포시 표선고등학교 1·2학년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표선 요망진 벌테들’ 동아리는 4·3 다큐멘터리 영화를 집중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양정환 감독과 협업을 통해 4·3을 주제로 한 다큐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방자연 인턴기자)

서귀포 지역 고등학생이 제주4·3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다큐멘터리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촬영하는 등 제주4·3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서귀포시 표선고등학교 1·2학년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표선 요망진 벌테들동아리는 4·3 다큐멘터리 영화를 집중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양정환 감독과 4·3을 주제로 한 다큐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표선고 동아리 학생들이 제작하는 4·3 다큐는 11월까지 촬영과 편집 과정을 거치고, 상영회는 12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4일 오전 9표선 요망진 벌테들동아리 소속 학생 4명은 표선고 교내에 마련된 학생 활동 공간인 아고라(AGORA)에서 4·3 다큐 영상 촬영을 진행했다.

이날 방학 중 주말임에도 학생들은 제주4·3의 희생자로 현재 후유장애인 회장을 맡고 있는 오인권 어르신(77)을 만나 제주4·3의 의미, 제주4·3으로 인한 후유 상황, 향후 제주4·3이 어떻게 정리돼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며 직접 촬영하고 기록했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온도계가 34도를 가리켰다. 말 그대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제주4·3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학생들의 열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학생들은 직접 쓴 시나리오를 몇 번이나 읽어가면서 장면의 번호와 촬영 각도 및 위치 등을 적는 콘티(continuity)를 짜는 데 여념이 없다.

오인권 어르신을 만난 학생들은 어르신 가족이 피해를 본 성산읍 터진목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다시 시나리오와 콘티를 꼼꼼히 읽으면서 중요한 것을 빼먹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이날 찾은 성산읍 터진목은 특별중대에 끌려온 성산, 구좌면 지역 주민이 감자 공장 창고에 수감돼 고문당하다 총살됐던 학살터인 비극의 현장이다.

폭염 속에서도 하늘은 시린 푸른 빛을 냈다. 이날 촬영에 나선 학생에게는 바람도 쉬어가는 성산 풍경보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학살당한 4·3 현장이 먼저였다. 숙연함도 잠시 학생들은 오인권 어르신의 목소리를 놓칠세라 집중하느라 미간이 좁혀졌다.

오인권 어르신은 터진목 4·3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당시 피해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오인권 어르신은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4·3 역사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고맙다“4·3 역사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 후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반목하지 않고 화해한다면, 그것이 정의라고 말했다.

표선고 학생들은 양정환 감독과 협업을 통해 4·3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4·3 다큐를 제작하고, 양 감독이 제작 중인 ‘Holocaust in Korea(홀로코스트 인 코리아)’ 영화에도 출연키로 협의했다.

이유래 표선고 교사는 표선고 학생들이 제작하는 다큐는 4·3을 정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우리 학생들이 4·3 피해자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 세계에 4·3을 알리는 역사의 주체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응원해 달라고 전했다. 방자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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