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의 마음시 감상(110)

하얀 웃음

                          김병택

그림을 그려본 사람은 안다 하얀색은 그냥 아무렇게나 칠해진 하얀색이 아니다 하얀색 속에는 검정색, 황토색, 초록색 등 여러 가지 색이 끊임없이 숨 쉬고 있다 하얀 색은 다른 색과 결합하여 드러난 것일 때 비로소 입체적 느낌을 준다 하얀색은 많은 색의 혼합 과정을 거쳐 빚어진 색임이 분명하다

겉으로는 하얀색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하얀색을 말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하얀색이 다른 색을 지시하는 하얀 전쟁, 하얀 죽음 등이 그 예들이다 사람들의 입에서 연출되는 하얀 웃음은 웃음에 대한 우리의 직접적 판단을 망설이게 한다

사진=pixabay.com
사진=pixabay.com

<마음시 감상>

                                                                                                                        시인 문상금

흰 색은 모든 빛을 반사하여 아무런 색을 갖지 않은 무채색을 말한다. 아마도 인류가 최초로 그리고 장기간, 아주 다양하게 애용하는 색이 아닌가 여겨진다.

여백이며 또한 무한한 색들을 내포하고 있다. 검정색 황토색 초록색 등 여러 가지 색들이 숨 쉬고 결합하여 비로소 입체적 느낌을 주고 끊임없는 완성을 향한 자아탐색으로 꿈틀거린다.

하얀 전쟁 하얀 죽음 하얀 웃음 하얀 거짓말 같은 단어들은 또 다른 더 복잡하고 이중적인 뜻들을 내포한다.

멀리 언덕 위에 흰 것들이 흔들린다, 손수건 같은 것 속옷 같은 것, 흰 것은 이 세상에 온 최초로 입었던 배냇저고리 같은 것

저리 흐드러진 손짓으로 나를 감싸주고 품어주었던 흰 속살을 지닌 도라지꽃들을 바라보며 하얗게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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