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호남 도시공학박사

휴리스틱(heuristic)'은 마케팅 이론에서 쓰는 용어다. 사람들이 구매결정을 할 때, 시간을 줄이고 인지적 노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간단한 결정규칙을 말한다. 휴리스틱의 특성은 가장 관련성이 높은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행을 가려고 항공권을 구매할 때, 가장 저렴한 것을 구매할 것이냐, 평판이 좋은 항공사의 항공권을 구매할 것이냐 선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가장 저렴한 것을 찾거나, 시간이 맞고 금액이 비슷하다면 알려진 회사의 상품을 선택한다. 나중에 판매되는 것은, 비싸거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원하는 시간대에 가까운 순서대로 남아있는 항공권이다. 의사결정에 대한 단순화된 접근은, 종종 최적이 아닌 오류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상품 하나를 구입할 때, 다섯 단계 과정을 거친다. 문제인식, 정보탐색, 대안평가, 구매결정, 구매 후 행동이다. 어려워 보이지만 자연스러운 인간행동을 분석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최근 나는 시계를 구매했다. 차고 다니던 시계를 분실했기 때문이다. 핸드폰이 발달해서 시계가 필요 없을 거 같지만 시계는 의외로 유용하다. 그래서 시계가 필요하다고 생각(문제인식)하던 차에 인터넷 광고를 보게 되었다. 광고를 접한 후 나는 선호하는 타입의 다른 시계 판매점을 찾아다녔다(정보탐색). 비슷한 모양이지만 각기 다른 특성의 세 후보를 놓고 고민했다(대안평가). 그 중 저렴하지만 묵직해 보이는 시계를 골라 주문했다(구매결정). 택배로 시계를 받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 제품이 싸고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구매 후 행동).

상품을 구매하고 나서 우리는 가끔 후회한다. 기대했던 효과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내가 시계를 샀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말로는 좋다고 했지만, 시계줄은 내가 경험했던 줄보다 가볍게 느껴졌고, 사진으로 보기에 멋졌던 테두리의 청색 칼라는 유치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브랜드를 선호하는 건가?’ 싶었다. 고민하던 나는 이 가격에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위로했다. 자주 겪는 일이다. 이 현상을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 한다. 신념이나 목표와 실제나 결과 간의 불일치가 발생했을 때, 그 불일치를 제거하려는 경향이다.

인지 부조화는 우리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도 발생한다. 옳다고 믿는 일을 꾸준하게 추진했는데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엉뚱한 결과만 나타날 때다. 이때, 보통은 자기 합리화 등의 수용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래서 실패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은 겸손한 태도를 갖게 된다. 자신의 주장이나 목표를 너무 강조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경우, 한 개인이 옳다고 믿거나 해야 한다고 세운 목표가 그대로 이루어지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다. 개인적 영역에서도 그렇고, 사회적 영역에서도 그렇다. 사회적 영역의 결정 중 대표적인 것은 선거다. 선거에서의 선택이란 수동적이다. 다양한 방향과 선택지도 나오지만 일반적으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휴리스틱이 작동되기 십상인 영역이다. 선택 후에는 인지 부조화도 자주 발생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선택자는 무력감과 피로감을 느껴 무관심해지기 쉽다.

휴리스틱이 낳는 결정 오류 유형은 세 가지다. 잘 알려진 현상을 가장 많은 것이라 착각하는 가용성 휴리스틱. 선입견으로 판단하는 대표성 휴리스틱. 두 사건이 동시에 발생할 확률이 하나가 독립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보다 크다고 착각하는 결합 오류 등이다. 최적의 판단을 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선택자로서의 권리가 있고, 그 선택이 영향력이 있다면, 선택자는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편향을 제거하는 힘을 길러 보자. 잘 알려진 것이, 이미 고착된 선입견이 전부는 아니다. 세심히 관찰하면 본질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좋은 영향력을 가져올 좋은 선택력(選擇力)을 길러 줄 것이다. 좋은 선택력을 가진 개인이 많아지면 좋은 선택을 잘 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서귀포시 출생,  남주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도시공학 박사

       건축시공기술사,  (주)델로시티 상무

       국민대 출강                            

       서울시 중구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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