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신문은 100이 넘는 시간 동안 지역의 인재양성에 밑거름이 된 대정초, 표선초, 서귀포초, 동남초를 재조명해 지역 교육의 산실인 백년학교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표선초를 시작으로 4회에 걸쳐 학교 설립 배경과 역사 등을 들여다 본다.

▲1909년 정의공립보통학교 태동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표선초등학교는 올해로 개교 114주년을 맞았다. 표선초는 1909년 7월 12일 동중면 성읍리 825번지에서 ‘정의공립보통학교’로 태동했다. 1900년대초 개교 당시 서귀, 남원, 성산 지역의 학생들까지 수용해야 했던 역사도 깃들어 있다.

개교 당시 생도 30여명과 함께 정의현 객사를 교실로 사용했고, 일본인 교장 미네꾸라와 2명의 교사 오경문, 강종구가 학생들을 가르쳤다.

초창기에는 각 마을에서 학생대표를 한 사람씩 선정해 입학시켰고, 당시의 입학금은 쌀 72말 혹은 현금 30~40전이었다. 나이 제한을 두지 않아 8세~60세 넘은 마을 훈장까지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다.

한일합방이후 1911년부터는 일본인들이 학교를 운영해 식민지교육을 강제로 가르친 수난의 역사도 있었다. 1935년 4월 1일 ‘표선공립학교’로 개칭됐고, 1937년 9월 1일 현위치인 표선면 표선동서로 239로 이전후 동부지역 교육의 발상지로서 역할을 해왔다. 이어 1996년 현재 이름인 표선초등학교로 개칭됐다.

▲개교 100주년 기념 행사

2009년 7월 10일 표선초총동문회는 개교 100주년 기념식을 학교에서 성대히 치렀다. 이날 표선초 동문들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시가행진을 비롯해 기념탑 제막식, 타임캡슐 매설식, ‘表善敎100年史’ 발간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했다.

표선초는 교내 교무실 옆 복도에 100년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표선의 기억이 흐르는 곳’을 마련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과거의 학교와 동문 사진과 상장, 기념물 등을 보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제주 최초 IB월드스쿨 인증

표선초는 2022년 IB 월드스쿨(World School)로 인증됐으며, 2023년 현재까지 7108명의 졸업생을 배출시켰다. IB프로그램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 IB본부에서 비판적 사고, 통합적 사고 중심 교육 프로그램이다.

표선초의 경우 학생 수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다 2020년 IB 학교 도입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전환됐다. 교육통계자료를 기준으로 2020년 13학급 238명에서 2021년 13학급 246명, 2022년 15학급 335명, 2023년에는 386명으로 늘었다.

현재 개교 114년을 맞은 표선초는 IB프로그램 도입 2년만에 학생 수가 50% 증가하는 등 혁신교육을 통해 재도약 중이다.

표선초의 학생과 교사가 학교의 역사를 되새기며, 미래 백년학교를 위한 비전과 자긍심을 갖길 기대해 본다.

▲송권은 훈장 기념비

표선초 교정에는 표선초등학교 설립에 공이 많은 송권은 훈장에 대한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송 훈장은 1884년생으로 표선리에 천일양조장을 설립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석유, 소금, 양곡, 통조림공장, 전분공장 등 지역사업에 기여하는 제조업을 운영했다. 그는 표선우체국, 표선지서, 표선면사무소를 설치하는 데 기여했고, 학교를 성읍에서 표선으로 이설할 당시 기성회장을 맡아 실현되도록 헌신했다.

▲개교 100주년 기념탑의 의미

학교에 건립한 100주년 기념탑은 100년의 역사를 지닌 깊은 뜻을 기리고,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자 구상·제작했다.

은하수처럼 무수히 떠 있는 156개의 둥근 형태의 구는 과거 100년의 역사와 더불어 본교 100회 졸업생 56명의 얼굴로 재해석했다. 이는 본교의 과거와 미래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의미로서 결국 전 재학생 및 동문의 모습을 표현했다.

또한 2009년 7월 12일에 매설한 타임캡슐 속에는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본교 출신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 및 물건을 매설했다. 타임캡슐은 2039년 7월 12일에 개봉될 예정이다.

▲표선초등학교의 상징

표선초는 ‘배움을 통해 나와 세상을 이롭게하기’를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 교훈은 ‘정직·봉사’이고, 교화는 동백꽃이며, 교목은 팽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