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뼛조각’(도서출판 보고사, 2022)

책의 표지
책의 표지

재일제주인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있나요?

재일제주인 작가 김태생 씨의 ≪骨片≫이 ≪뼛조각≫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김순자) 번역 출판 지원 사업으로 나온 이 책은 ‘동화’, ‘소년’, ‘뼛조각’, ‘어느 여인의 일생’ 등 네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문학박사 김대양씨가 작품 속 대사를 제주어로 원문을 번역되어 실려 있어 눈길을 끄는 책이다.

저자는 서귀포 대정읍 신평리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시대였던 1930년 일본으로 다섯살 때 건너간 재일제주인 작가이다.

‘재일제주인’이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 출신 주민을 말하는데, 김태생 작가는 이러한 재일제주인들의 삶을 다룬 작품을 썼다.

식민지 시절, 일본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면서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슬픔과 고통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해방을 맞이했건만, 한조각의 뼛조각이 되어서도 돌아오지 못했던 수 많은 재일제주인 1세대들의 아픔이 묻어나 있는 작품으로 담담한 어조로 재일제주인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수록된 네 편의 단편소설들 중 나는 특히 대표 표제인 ‘뼛조각’에 눈길이 갔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고향인 제주를 떠나 일본으로 건너 간 소설 속 주인공 용민과 그의 아버지인 영하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갈등과 화해를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소설에 등장한 인물들은 저마다의 아픈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특히나 소설의 주인공인 용민은 일제강점기 시절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주에서 일본으로 이주해 간 아버지 영하에 대한 원망과 사랑을 갈망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녁 새끼 입원비에 손을 댈 거렌 생각도 못 헷져. 어제 혹시나 헹 봐신디 그 인간 짐이 거의 엇어 이제 안 돌아오젠 가졍간 거라. 아멩헤도 어디 여져신디 미쳥 그 돈 다 갖다 바쳐 분 거라. 근본부터가 글러먹은 인간이여”

뼛조각 P-138 중에서...

아버지인 영하에게 두 번이나 버려져 괸당(친척)인 명순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살아가던 용민은 비록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명순과 호준이라는 친척 삼촌들의 도움으로 그들의 울타리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용민이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 영하에게 응어리진 자신의 마음을 뒤로하고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던 용민이었으나, 힘들게 벌어 모아두었던 입원비까지 훔쳐 달아났던 아버지인 영하의 행동에 결국 아버지를 마음속에서 지우려고 애를 쓸 수 밖에 없었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용민은 유골함을 기울여 작은 달걀껍데기 조각 같은 뼛조각을 손바닥에 올려 보았다. 그것은 형태는 있어도 용민의 손바닥 위에서 거의 무게감이라고는 느끼려야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아버지의 생애처럼 작고 가벼웠다.”

뼛조각 P-168 중에서...

갈등의 골이 깊었던 용민과 그의 아버지 영하, 과연 용민은 아버지인 영하를 이해하고 그와 진심어린 화해를 했을까?

결말을 직접 읽고 확인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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