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하승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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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에서 사용되는 업무추진비에도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투명성이 나아지고 있는 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업무추진비로 간담회 등을 할 때에는 11회당 4만원 이하 범위에서 집행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행정안전부 훈령)에 담고 있다. 물론 이렇게 규정을 하고 있어도,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 오남용 사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보다 훨씬 더 심각한 곳은 소위 말하는 권력기관들이다. 이번에 사상 최초로 업무추진비 카드전표가 공개된 검찰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많다.

법원에서는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는데, 검찰은 카드전표에서 음식점 상호카드 사용시간을 가리고 공개하고 있다. . 이는 지방자치단체같은 다른 공공기관들이 홈페이지를 통해서 카드 사용일시음식점 상호를 공개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이다.

더구나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그나마 공개된 카드전표의 60% 이상이 흐리게 복사되어서 전혀 판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필자가 여러 공공기관들의 업무추진비 자료를 공개받아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검찰은 원본대조를 시켜달라는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이런 검찰이 다른 공공기관들의 세금 오남용을 수사기소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상황이다.

게다가 검찰은 업무추진비 외에 특수활동비같은 예산도 사용하고 있다. 업무추진비는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지만, 특수활동비는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많은 문제를 일으켜왔다. 과거에도 검찰총장이 언론인들이나 부하 검사들에게 돈봉투를 돌려서 문제가 된 적이 있고, 20174월에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이 회식을 하면서 서로 상대방 지휘하에 있는 검사들에게 돈봉투를 돌려서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특수활동비도 무조건 현금으로 써도 되는 예산은 아니다. 기획재정부 지침상으로는 아무리 특수활동비라도 현금사용을 자제하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검찰처럼 힘있는 권력기관들은 이런 지침조차도 무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공개된 20176월부터 20199월까지 서울중앙지검의 특수활동비 집행실태를 보면, 결국에는 100% 현금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는 행태를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연말에 돈이 남았다고 해서 특수활동비를 펑펑 쓰는가 하면, 1장짜리 현금수령증만 받고 1억원을 현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20179~12월에 사용된 2억원 가량에 대해서는 현금수령증도 없는 상황이다.

검찰만이 문제는 아니다. 감사원, 대통령비서실 등은 아직도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자체를 공개거부하고 있어서 행정소송이 진행중에 있다. 이렇게 힘있는 기관들이 정보공개도 하지 않고 국민세금을 엉터리로 쓰고 있는데, 다른 기관들이나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세금을 제대로 쓰라고 얘기할 자격이 있을까?

그래서 지금은 주권자인 시민들이 권력기관들의 세금 오남용 실태를 바로잡기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그래야 국민세금을 사용하는 모든 기관들이 투명하게 될 수 있다. 그 시작은 지금 정보공개와 검증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검찰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 혈세를 사용하는 곳에 성역은 없다고 발언했다. 당연한 얘기이다. 국민세금을 사용하는 곳에 성역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있는 기관부터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고, 세금 오남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믿고 세금을 낼 것 아닌가?

**바른지역언론연대 공동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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