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의 마음시 감상(111)

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

 

안개 속을 거닐면 참으로 이상하다

숲과 돌은 모두 외롭고

나무들도 서로를 볼 수가 없다

모두가 혼자이다

 

나의 생활이 아직 밝을 때엔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러나 지금 안개가 내리니

누구 한 사람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에서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으로부터 사람을 갈라놓는,

그 어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을

진정 현명하다 할 수 없다

안개 속을 거닐면 참으로 이상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

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일 뿐

사진=pixabay.com
사진=pixabay.com

<마음시 감상>
                                                                                                                                                                                                                                                                           시인 문상금

해무 짙은 날, 섶섬이 반쯤 가려졌다가 아예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우우 낮은 소리를 내었고 바다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잔잔하였다.

안개는 희미하면서도 두꺼운 장막과도 같이 서로가 서로를 차단한다. 숲과 돌은 모두 외롭고 나무들도 서로를 볼 수 없어 모두이면서 각자인 채로 살아간다.

밝음과 어둠은 같이 공존하고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상태 즉 혼자이면서 각기 고독한 존재임을 재확인하고 현명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어쩌면 안개 속의 미로에 갇힌 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다 혼자이고 고독하다. 그 사실을 빨리 깨닫고 현명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모두 각자의 안개 속을 걸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관계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한 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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