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오름 이야기 (107)

사려니숲길은 전국의 수많은 숲 길 가운데서도 꽤 유명세를 타고 있 는 숲길이다. 날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숲길을 찾아오곤 한다. 이들은 이 숲길을 찾아와서 전 구간을 걷기 도 하고, 남조로변에서 시작되는 숲 길 입구의 데크 탐방로의 짧은 구간 을 걷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가친오름 은 사려니숲길을 걸어가다가 숲속으 로 들어가서 만나게 되는 오름이다.

물찬오름에서 바라본 가친오름(사진=한천민 소장)
물찬오름에서 바라본 가친오름(사진=한천민 소장)

가친오름은 주소지 위치로는 표선면 가시리 지경에 있지만, 가시리 마을과는 한참 먼 깊은 곳의 표선 면과 남원읍의 경계 지역에 위치하여 있다. 남조로변 사려니숲길 입구 에서부터 사려니숲길을 따라 물찻오 름 방향으로 가는 길의 중간 길 남 쪽 숲속에 있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다.

주변 오름으로는 북북동쪽에 붉은 오름이 있고, 북서쪽으로는 물찻오 름과 말찻오름, 남남서쪽으로 마은 이오름이 위치하여 있다.

▲‘가친오름’ 이름의 유래 이 오름은 예전에는 ‘마은이옆’이 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나 최근에는 ‘가친오름’으로 많이 불리고 있다. ‘마은이옆’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확실하지 않으나 이 오름의 남서쪽 직선거리로 1.5km에 마은이오름 가 까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보이며, ‘가친오름’은 동·서편으 로 흐르는 내(川)에 갇혀 있다고 하 여, 또한 깊은 숲속에 갇혀 있다고 하여 불리게 된 듯하다. 한자표기로 는 ‘난악(卵岳)’이라고 하는데, 이 는 오름의 모양새가 타원형의 달걀 모양이어서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가친오름 찾아가는 길 가친오름을 찾아가려면 남조로변 사려니숲길 입구(붉은오름 남서쪽) 에서부터 걸어가야 한다. 숲길 입구 에서부터 사려니숲길을 따라서 약 2.9km를 가면 길가의 조금 넓은 공 터에 벤치가 놓여있는 쉼터에 이르 게 되고, 그곳에 [가친오름]이라고 쓰인 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다. 안 내 팻말에서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남서쪽의 숲속으로 들어가서 탐방로 를 따라 약 420m를 가면 오름 서쪽 기슭에 이르게 되며, 기슭에서부터 약 5분 정도 130m를 올라가면 정상 부에 이르게 된다.

▲가친오름의 형태 가친오름은 오름의 자체 높이가 낮은데다 사려니숲길에서도 깊숙이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음으로 인하 여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전체적인 모양새는 둥그스름한 타 원형으로, 지도에서 보면 동서로 약 간 길쭉한 달걀 모양으로 보이기 때 문에 한자표기로‘난악(卵岳)’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탐방로가 있는 북서 쪽 사면과 북쪽 사면은 경사가 완만 하며 동쪽과 서쪽과 남쪽 사면은 다 른 사면에 비하여 경사가 조금 급한 편이다. 정상부의 능선은 동서로 길 쭉하여 약 250m 정도가 된다. 이 오름은 북동쪽으로 터진 말굽 형 오름으로 분류가 되는데, 말굽형 모양이 그리 많이 휘어지지 않고 조 금 휘어진 형태를 하고 있다. 오름의 전사면은 자연림이 무성하 에 숲을 이루고 있고 오름 주위에 는 복수초의 군락과 자그만 계곡까 지 있어 작은 규모와는 달리 볼거리 가 풍성한 오름이다.

▲탐방로 입구에서 정상까지 5분 더위가 한창인 8월 중순이었지만 사려니숲길에 들어서니 시원한 공기 가 온몸을 감싸주어서 숲길을 걷는 탐방객의 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숲길 주변에는 아침 나절까지 비 가 온 듯 사려니숲길은 바닥이 촉촉 이 젖어 있었고 나뭇가지에도 대롱 대롱 물방울들이 달려 있었다.

도시에서와 달리 이곳은 온도도 한참 낮 아져 있었고 숲이 그늘을 만들어 주 어 쾌적하고 시원하였다. 붉은오름 남쪽 남조로변에서부터 시작되는 사려니숲길을 걸어서 2.9km를 가니 도로변에 넓은 공터 가 있었고, 벤치로 쉼터를 만들어 놓은 곳에 가친오름 표지판이 조그 맣게 세워져 있었다.

이곳에서부터 가친오름 탐방로가 시작되는 곳이 다. 가친오름으로 들어가는 탐방로 숲 길은 상산 등 여러 종의 작은 나무 가 우거진 숲길이어서 처음엔 탐방 로가 뚜렷하게 나 있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들어가면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이 제법 뚜렷하게 나 있어서 어 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그리고 탐 방로를 걸어갈 때 스치는 상산 향기 가 짙게 풍겨 와서 기분이 상쾌하였다.

약 420m를 걸어 들어가니 오름 북서쪽 기슭에 이르렀다. 예전에 이 곳을 찾아왔을 때는 가시리 마을에 서 세운 안내판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오니 그때의 안내판이 보이지 않았다.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기슭에서부터 정상부 로 올라가는 탐방로는 경사가 완만 하고 거리가 짧아서 천천히 걸어올 라가도 약 5분여만에 정상부에 이를 수 있었다.

▲동서로 길게 뻗은 정상부 능선 정상부에는 누군가가 조금 큰 바 위 위에 다른 화산탄을 올려 놓은 작은 돌탑이 세워져 있었다. 그 주 변의 나뭇가지에는 이곳에 왔다 간 사람들이 자기 흔적을 남기느라고 여러 가지 끈이나 리본을 묶어 놓은 것들이 많이 보였다.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정상부의 능선은 숲이 우거져서 주변 조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참식나무와 생달나무, 센달나무, 비자나무, 주목, 산뽕나무, 사람주나무, 초피나무 등 이 어우러져 자라고 있었고, 담쟁이 덩굴과 줄사철나무, 등수국 등이 큰 나뭇가지를 감고 올라가서 함께 자라고 있었다. 바닥면에는 천남성, 큰 천남성과 여러 가지 사초 종류들이 자라고 있었다.

숲속에 앉아 가지고 간 점심을 먹 으니 순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문득 시를 쓰고 싶어진다. 그래서 메모지에 지금의 감상을 그대로 써 보았다.

바람의 색깔 숲속에 앉으면 바람이 내 곁으로 불어온다 / 바람이 내게 다가온다 / 다가오는 바람은 저 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 하늘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바람 은 / 하늘빛을 닮은 파란색 / 도시에서부터 오는 바람은 / 공 사장에서 땀 흘린 인부의 이마 를 씻어 주고 오느라고 / 누런 색 / 들판 풀잎을 스치고 온 바 람은 / 연초록 /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짙은 초록빛 // 아, 내게서도 바람이 불어가 고 있다 / 너를 향해 내 가슴에 서 불어가는 바람 / 그 바람의 색깔은 무엇일까? 대충 메모를 하며 써놓은 시여서 나중에 다시 살펴보며 고쳐야 하겠다.

오름 탐방을 마치고 다시 돌아나와 사려니숲길로 왔다. 사려니숲길은 원래 제주시 봉개 동의 비자림로에서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의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숲길이다. 그러나 물찻오름 남쪽의 윌든 삼거리에서부터 사려니오름 까지는 평소에는 통제가 되어 걸을 수 없으며, 붉은오름 남쪽의 남조로 변까지 걷기 코스가 이어지고 있다.

비자림로에서부터 남조로변까지의 사려니숲길은 현재 한라산 둘레길 7 구간으로도 설정이 되어 있으며, 총 거리는 10.1km이다. 남조로변까지 걸어서 나오는 사려니숲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가족 단위로, 혹은 친구들끼리 걷는 이들이 많았고, 더러는 나처럼 혼자 걷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남조로변으로 나오니 사려니숲길 이 시작되는 주변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 세워져 있어서 얼마나 많은 이 들이 이 길을 찾아 걷고 있는지 짐 작해 볼 수 있었다.

                                                             한천민 한라오름연구소장·동화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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