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물꽃의 전설' 고희영 감독과의 대화
오는 5일, 롯데시네마 연동, 서귀포점 상연관 확대

​지난달 31일 롯데시네마 서귀포점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지난달 31일 롯데시네마 서귀포점에서  '물꽃의 전설'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됐다. 왼쪽 고희영 감독을 비롯한 영화 제작진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롯데시네마 서귀포점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지난달 31일 롯데시네마 서귀포점에서  '물꽃의 전설'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됐다. 왼쪽 고희영 감독을 비롯한 영화 제작진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롯데시네마 서귀포점에서 고희영 감독의 신작영화 '물꽃의 전설'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이날 상연전 극장의 휴게실은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관객들로 붐볐다. 제주출신의 고희영 감독이 연출한 해녀 영화를 보기 위해 관객들은 삼삼오오 손잡고 극장으로 들어왔다. 마치 영화관은 고향집 앞마당처럼 정겨운 잔칫집 분위기가 연출됐다.

영화는 전설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처럼, 출가해녀까지 하면서 온 바다를 누볐던 전설과 같은 상군해녀 현순직 해녀의 노랫소리에서 시작된다. 영화 내내 고령의 현순직 해녀의 툭툭 내뱉는 제주어가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해녀 일에 대한 현 할머니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출가 물질을 해도 항상 일등이었다고 하며 회상한다. “(파도야) 쳐라 쳐라하고 해녀들이 부르는 일 노래 이어도 사나가 울려퍼지고, 해녀굿으로 심방에게 위로를 얻는 해녀들 모습이 이어지며 점차 해녀 공동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이 작품에서는 세 가지의 여정이 공존한다. 우선 서귀포시 삼달리의 80년이 넘는 물질 경력의 현순직 해녀가 마지막으로 바다 일을 마치는 여정이다. 다음 막내 해녀 채지애가 3년차였던 2017년부터 매년 물질 과정을 꾸준히 기록해 상군 해녀로 성장해가는 여정, 마지막으로 두 해녀가 함께 들물여를 찾아가는 여정까지 이렇게 6년간의 기록을 서정적으로 그렸다.

영화스틸컷, ‘밤수지맨드라미’  (사진=영화사 진진)

특히 두 해녀가 찾아가는 들물여는 붉고 푸른 물꽃이 만개하고, 전복과 소라로 가득하지만 상군 해녀중에서도 실력자들만이 갈 수 있어 전설로 통하는 곳이다. 현 할머니의 머리 속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나 밖에 모르는' 삼달리 먼 바다속 ''의 지도가 자세하게 펼쳐진다.

카메라는 두 해녀를 쫓는 과정에서 백화현상으로 매년 달라져가는 제주도 해양 생태계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는데, 들물여에서 절정을 보여준다.

배에서 현순직 해녀가 들물여 위치를 알려주고 채지애 해녀가 거친 물살을 이겨내고 내려간다. 장면이 전환되자 객석은 붉고 푸른 물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채지애 해녀의 눈으로 본 들물여는 환경파괴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안타까움을 줬다.

현재 들물여의 물꽃 군락은 이제는 현 할머니에게 전해지는 구전처럼, 바다가 오염돼 보고 싶지만 지금은 볼 수 없는 전설'이 된 것이다. 영화에서는 현 할머니가 그리워하던 들물여는 지금은 볼 수 없어 판타지로 연출됐다. 현 할머니가 말한 붉고 푸르렀던 물꽃의 존재가 궁금했던 제작진이 해양생물도감을 뒤지고 한국해양수산연구원의 연구원에게 도움을 구하면서 물꽃이 밤수지맨드라미라는 멸종위기의 생물임을 밝혀 서귀포의 온 바다를 다니며 찾아낸 다른 군락이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부모보다 바다가 나에게 해준 게 더 많다고 읊조리며 바다를 바라보는 현 할머니의 뒷모습은 보는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었다.

영화스틸컷 (사진=영화사 진진)
영화스틸컷, 현순직 해녀 (사진=영화사 진진)

이날 감독과의 대화는 오한숙희 작가의 사회로 진행됐고, 영화에 출연한 채지애 해녀가 함께해 주목을 끌었다. 이 영화의 저변에 점차 사라지는 제주도의 문화나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이 깔려 있다.

고희영 감독은 작품은 세가지 소멸이 주제다. 제주 바다와 해녀, 그리고 제주어다. 지킬 수 있었는데 지킬 수 없게 된 것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영화 내내 귀를 기울이게 했던 현순직 해녀의 말씨는 거의 제주 고어다. 제주도 출신인 나조차 대략 80%만 제대로 알아들을 정도다. 제주어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4급 소멸 위기 언어라며 5단계 중에 아주 심각한 위기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영화 속 주인공 채지애 해녀는 "들물여에 막상 가보니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해녀들은 매년 달라지는 바다 상태를 직접적으로 목격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판로마저 막힌 상황이어서 몇년간은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물꽃의 전설' 상영관은 서귀포점 롯데시네마에서만 단관 상영으로 진행되기로 했다는 독립영화계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도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물꽃의 전설의 제주 상영관이 오는 5일까지 롯데시네마 연동점과 서귀포점에서 확대돼 열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롯데시네마 서귀포점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롯데시네마 서귀포점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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