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산 제주 감귤 가격이 좋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서귀포 지역 감귤 재배 농가는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감귤 가격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애써 기른 감귤 열매가 벌어지는 열과 현상이 심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감귤관측조사위원회와 제주도농업기술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노지감귤 착과 상황 관측 결과 올해산 제주 노지감귤 생산량이 최근 5년 평균 대비 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에 발표한 조사 결과 올해산 노지감귤은 452100t 내외로 최근 5년 평균 생산량인 47700t보다 18600t(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서귀포 지역 착과량은 최근 5년 평균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제주도농업기술원이 최근 서귀포 지역 농가를 대상으로 파악한 열과 피해율은 3.8%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제주총국이 지난달 한달 동안 접수한 감귤 열과 피해 신고 건수는 4500여건에 달한다.

올해 노지감귤 생산량이 평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른바 밭떼기방식인 포전거래 가격도 상승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지감귤 포전거래 가격은 서귀포 지역을 중심으로 2주 전보다 3.75(1)당 평균 500~1000원 가량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 감귤 상인과 농가 등의 설명이다.

자연재해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해 가입해 뒀던 농작물재해보험도 도움이 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발생하는 열과 현상의 원인이 생리적인 것인지, 자연재해에 따른 것인지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고 한다. 감귤 농가는 올해 발생한 열과 현상이 자연재해라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 6~7월 해가 뜬 날이 며칠 되지 않을 정도로 비 오는 날씨가 이어졌다. 열과 현상이 자연재해에 따른 것인지, 생리적인 현상인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 다름없다. 평년과 다르고, 예상하지 못한 기상 상황이 이어지면서 감귤 나무 생육에 영향을 줘 열과 현상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농가를 위한 제도다. 물론 무분별한 보험금 지급은 보험료 인상이란 부작용을 낳는다. 그렇다고 해서 피해가 눈에 보이는데도 자연재해냐, 생리적 현상이냐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

감귤은 서귀포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품목이다. 잘못된 행정으로 인한 농가 피해는 아니다. 그렇다고 행정이 손을 놓으면 안 된다. 열과 열매 솎아내기를 위한 인건비와 열과 현상과 맞물려 나타나는 각종 병해충 피해 예방 등을 위한 방제비 등은 농가의 부담이다. 한시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행정은 열과 피해에 따른 지원 근거 등을 찾아 농가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줘야 한다. 감귤은 농가의 생계뿐만 아니라, 서귀포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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