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오름이야기 108

 

이승이오름 전경
이승이오름 전경

 

근래 들어 탐방객이 많이 찾는 오름이 몇 개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이승이오름이다. 이승이오름에 탐방객이 많이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오름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로 인해 많이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승이오름 8가지 요소
이승이오름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오름 바로 아래까지 차를 가지고 가서 세워둘 수 있는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둘째, 오름에 오르내리고 탐방을 할 수 있는 탐방로가 잘 갖추어져 있다.
셋째, 정상부 또는 전망대에서 주변 경관을 잘 볼 수 있다.
넷째, 탐방로 및 둘레길 대부분이 숲이 우거져서 탐방객들이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탐방할 수 있다.
다섯째, 정상부 탐방로뿐만이 아니라 한라산 둘레길과 더불어 오름 둘레길 걷기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오름 주변에 시원한 숲속을 걷기 위한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다.
여섯째, 오름 주변 시내의 경관이 아름답다.
일곱째, 오름과 주변에 자라고 있는 식물의 수종이 매우 다양하고,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화산탄 암석과 더불어 자연 석부작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여럿 있어서 나무와 바위가 만들어내는 자연 경치를 관찰할 수 있다.
여덟째, 일제강점기 갱도 진지와 숯가마 터, 4·3 유적지 등 역사 유적이 보존되어 있어서 역사적 교육 가치가 높다.
이렇게 탐방객들이 좋아할 만한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이승이오름은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지경의 오름으로, 신례리 마을 북쪽 서성로에서도 더 올라간 북쪽에 위치해 있다.

▲이승이오름 이름의 유래
이승이오름은 ‘이슥이오름’이라고도 하며, 오름의 모양이 삵(살쾡이)처럼 생겼고, 또한 살쾡이가 서식한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이승이오름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에서 인용함) 한자로는 살쾡이를 뜻하는 한자어 ‘이(貍)’와 ‘승(升)’, 또는 ‘생(生)’을 붙여서 ‘이승악(貍升岳)’, ‘이생악(貍生岳)’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승이오름을 찾아가는 길은, 5·16도로에서 서성로가 시작되는 지점인 서성로 입구 교차로에서부터 동쪽으로 약 3km를 가면 ‘이승악 탐방 휴게소’가 있는 사거리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북쪽의 소로를 따라 약 2.4km를 가면 이승이오름 남쪽 삼거리에 이르게 된다. 또한 이승악 탐방 휴게소에서부터 서쪽으로 약 620m 지점의 송목교 다리 근처에서부터 시작되는 신례천 생태탐방로 2코스를 따라서 올라가도 오름에 이를 수 있다.

▲이승이오름의 형태
이승이오름은 전형적인 말굽형 오름으로, 동쪽으로 터진 말굽형 굼부리를 남쪽과 북쪽의 능선이 감싸고 있는 형태이다. 대체로 전 사면이 가파른 편이며, 특히 정상부에서 서쪽 사면을 따라 신례천으로 내려갈수록 경사가 심해서 신례천 주변은 매우 심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오름의 동쪽과 서쪽으로 각각 시내가 흐르고 있는데, 동쪽 기슭을 따라 흘러가는 시내는 위미리 쪽으로 내려가는 종남천 상류가 되며, 서쪽 기슭을 따라 흘러가는 시내는 신례천으로, 여러 줄기로 나누어 흐르다가 수악 계곡을 따라 흐르는 시내와 합쳐져서 공천포(신례2리)와 망장포 사이로 흘러 바다로 내려간다.
이승이오름 둘레로는 한라산 둘레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돈내코 탐방안내소에서부터 시작되는 총 11.5km의 수악길이 이승이오름 서쪽 신례천을 지나 오름 북쪽의 둘레길을 따라 오름 북동쪽 기슭에 와서 종점이 되고, 그곳에서부터 총 9.4km의 시험림길 시작점이 되어 사려니길과 만나는 이어지게 된다.
오름 서쪽 신례천의 ‘해그문이소’는 경관이 아늑하고 아름다워서 이 오름을 찾는 이들이 한 번쯤은 꼭 찾아가곤 하는 곳으로, ‘해그문이’라는 말은 나무가 울창하고 하천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밝은 대낮에도 해를 볼 수 없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처럼 연못 쪽으로 들어서게 되면 높은 절벽 위로 하늘 높이 뻗은 구실잣밤나무가 숲처럼 하늘을 덮고 있어서 사람들을 압도하는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는 하천 단면의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폭 20~25m, 깊이 3~5m로 깊게 물이 고여 있어 검푸른 색을 띠고 있다. 하천 절벽은 병풍처럼 펼쳐져 ‘소’와 함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이승이오름 전 사면과 그 주변 숲에는 매우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과 초본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데, 탐방로와 둘레길, 신례천 생태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곳곳에 나무의 이름들을 써놓은 팻말들이 세워져 있어서 그것만 보아도 많은 수종을 알아볼 수 있다.

▲시원한 풍경의 오름 정상부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시작되는 무렵인데 웬 비가 이렇게 자주 오는지, 비 날씨의 중간 어쩌다 맑은 날을 겨우 택하여 이승이오름을 찾아갔다. 서성로변에서 2.4km를 올라가서 신례공동목장을 지나 오름 남쪽의 주차 공간에 차를 세웠다. 오전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오름을 탐방하거나 둘레길을 걸으려고 찾아온 사람들로 인하여 차를 세울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오름 남쪽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따라 걸어가다가 오름 동쪽에 이르러 정상부로 향하는 탐방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습도가 많은 날씨여서 얼마 올라가지도 않아서 벌써 땀이 줄줄 흐르고 옷이 젖어들었다. 중간 지점에 전망대가 세워져 있어서 전망대에 올랐다. 이층으로 된 전망대에 오르니 남쪽과 동쪽의 풍광이 시원하게 바라보였다. 남쪽으로는 지귀도와 예촌망, 제지기오름, 섶섬, 문섬, 서귀포 시내, 영천오름, 영천오름, 칡오름이 내려다보였고 그 앞으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졌다. 동쪽으로는 큰거린오름, 사려니오름, 넙거리오름, 자배봉, 고이오름 등이 바라보였고, 주변의 숲은 모두 초록과 연두색으로 짙은 녹음을 띠고 있었다.
다시 정상부를 향해 오르는데, 제주 조릿대가 주변을 가득 덮고 있었다. 최정상부인 정상 전망대 쪽으로 오르니 가득 깔려 있던 조릿대 군락이 점점 옅어지고 조릿대가 드문드문 자라고 있었다.
정상부 전망대는 2층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아래층은 다목적 산불감시 초소가 시설되어 있었고 계단을 올라가면 2층이 전망대였다. 전망대에서는 주변 경관이 시원하게 바라 보였다. 한라산 정상부는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지만 맑은 날 이곳에 와서 봤던 기억으로는 정상부가 한눈에 깨끗하게 바라보이는 곳이다. 백록담 쪽에서부터 내려오면서 사라오름, 성널오름, 논고오름, 보리오름 등이 바라보였으며, 눈을 돌려 남쪽을 보면 서귀포 시내와 그 주변의 섬들 그리고 가까운 곳으로는 물오름(수악)이 바라보였다. 동쪽으로는 역시 조금 전 전망대에서 바라보였던 풍경들이 더 선명하게 내려다보였으며, 동쪽 바로 아래로는 깊은 말굽형 굼부리가 내려다보였고 정상부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방금 전에 올라왔던 남쪽 능선이 굼부리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상부에서 잠시 쉬고 서쪽으로 내려가서 오름 북쪽 둘레길을 따라 북동쪽으로 가서 한라산 둘레길을 따라 삼나무숲길 너머 돌탁자 쉼터까지 갔다가 둘레길 3코스를 따라 다시 오름 서쪽편으로 와서 해그문이소로 갔다.
해그문이소에 이르니 며칠 동안의 늦여름 장마로 인하여 불어난 계곡물이 절벽에서 가는 폭포 줄기로 떨어지는 소리와 그 물이 흘러 시내를 따라 흐르는 소리가 졸졸졸 경쾌하게 들려서 더위와 땀으로 젖은 이 탐방객의 가슴으로 시원하게 들어왔다.

                                                             한천민 한라오름연구소장·동화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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