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소중함과 국가·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제정한 날이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매년 9월 10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자살 예방협회(IASP)가 전 세계 여러 나라와 함께 자살 문제 예방과 대책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공동의 노력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제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높은 국가로 알려졌다. 국내 사망원인에서도 자살이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과 함께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귀포 지역도 자살 문제를 ‘남의 일’로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상황이 아닌지 걱정이다. 통계청 통계 자료 등에 따르면 서귀포시 자살사망자는 2018년 50명, 2019년 56명, 2020년 67명, 2021년 58명 등 매년 50명에서 67명까지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끊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제주지역 자살자의 동기는 경제·생활·문제(40%)가 가장 많았다. 뒤이어 정신적 문제(22.2%), 육체적 질병 문제(16.1%) 등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유명인 또는 평소 존경하거나 선망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인 ‘베르테르 효과’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디어 발달 등으로 기성 언론 이외에도 소셜네트워크 시스템(SNS, 사회관계망) 등을 통해 유명인 등의 자살 소식이 빠르게 퍼진 이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뒤를 잇는 것이 사실이다.

자살은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것이다. 그러나 자살은 자신을 살해하는 살인과 다름없다. 힘들다는 이유 등으로 세상을 등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남은 자녀와 부모, 가족, 주변 사람들은 고통을 겪는다. 특히 유명인의 경우 평소에 자신을 존경하고 따르던 사람들에게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자살을 부추기는 원인 가운데 사회적 관심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살했겠느냐” 등의 자살한 사람의 동정하거나, 자살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란 묵시적인 동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귀포시는 생명 존중 및 정신건강 증진 캠페인, 번개탄 판매보관 관리 및 모니터링, 농약 판매보관 모니터링, 생명지킴이 리더 양성 교육, 생명지킴이 강사 양성 교육 등 자살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자살 예방은 행정만의 역할이 아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한 시대다. 자살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내 일, 내 가족의 일이 될 수 있다. 자살 예방에 서귀포 지역사회와 시민 모두의 관심과 동참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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