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윤택 국민연금공단 서귀포지사장

양윤택 지사장
양윤택 지사장

국민연금에 근무한 지 30년이 되었다. 국민연금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열매 맺는 과정을 지켜봐 왔다. 사업장근로자에게 적용했던 제도를 전국민으로 확대해 가는 동안 미래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라는 우려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크기도 했지만, 시행 35년이 지난 오늘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초석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보다 많은 국민들이 적은 기여로 연금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도 계속해 왔다. 농어업인에 대한 국고지원, 저소득근로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 실업급여 수급자를 위한 실업크레딧 등 취약계층의 연금가입을 지원해 오던 제도들이 국민연금이 성장하도록 많은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2021년 통계청 사회조사(부문별로 2년 단위로 조사한다)에 의하면 국민 중 67.5%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기본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가입자 2,216만 명, 수급자 642만 명, 월 지급액 3,153억 원은 국민연금의 역할과 현실을 잘 비춰주는 증표이다. 서귀포지사의 연금 수급자는 26,570명이며, 월 지급액은 113억 원에 달한다. 이 국민연금은 수급자들에게 목돈을 쥐어 주지는 않지만, 마을 주변의 용천수처럼 노후의 삶을 끊임없이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다.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연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와 이를 운용한 수익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까지 연금기금은 연금보험료 767조 원에 운용수익금 535조 원을 더하여 1,302조 원이 조성되었고, 이 중 연금급여 등으로 319조 원를 지출하고 남은 983조 원이 적립되어 있다. 기금 규모가 거대하다 보니 국내시장은 물론이고 해외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등에도 투자하여 기금운용 수익을 추구하게 된다. 35년 국민연금 역사 중 3개년에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하였으니, 이처럼 국민연금 기금은 세계의 금융상황에 따라 그 수익률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 기금의 올해 수익률은 9.09%에 수익금 84조 원을 기록 중이다. 1988년 이후의 누적수익률은 5.5%로 주요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도 양호한 수준이다.

최근 국민연금기금 적립금 추이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기금 운용에 대하여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민연금제도는 시행 초기 수급자의 기여 대비 수익비가 크도록 설계되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쌓여있던 기금이 적자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또한 계획 당시와는 인구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기대여명은 길어진 반면 출산율을 낮아져서 기금 적자운영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연금제도 운영을 위해 2003년부터 매 5년마다 재정계산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건강검진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의 재정계산 시산 결과에 의하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11,778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적자의 단계를 밟게 되며, 소진 시기는 2055년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제도를 유지할 경우에 계산상 그렇다는 얘기이다. 편의상 언급하게 되는 기금소진이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전에 보험료율 변경을 통해서 적립 기금을 늘리는 노력과 더불어 주요 선진국의 경우처럼 적립방식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운영방식을 개선해서 운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제5차 재정계산 시기이다. 보험료율을 비롯한 연금제도의 개혁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대한 논의의 장을 열고 있다. 지난 91일 전문가 위원회(재정계산위원회,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공청회를 통해서 보험료율을 9%에서 12%, 15%, 18%로 조정하는 방안, 수급연령을 66, 67, 68세로 늦추는 방안, 기금운용수익률을 0.5%p~1%p로 올리는 방안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출산크레딧과 군복무크레딧을 확대하는 등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안도 같이 발표하였다.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합계출산율은 떨어지는 등 인구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1971년 출생자는 102만 명이었는데, 지난 해 출생아는 25만 명이 되지 않았다. 당장의 이해를 계산하기 보다 지속가능성, 형평성, 노후보장의 세 가지 목표가 조화롭게 이루어지도록 대승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 연금개혁을 미루면 내일은 다음 세대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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