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복식의 정체성 담은 ‘갈옷’
복식문화 중심에는 ‘가족’의 안녕

서귀포 여성의 삶이 담긴 복식문화 전시장
서귀포 여성의 삶이 담긴 복식문화 전시장

복식은 사람의 몸에 치장하는 의류와 장식을 모두 가리키는 의생활용어이다. ‘()’은 주로 몸통과 팔다리를 감싸는 의복을 말하고 ()’은 머리에 쓰는 모자나 관, 발에 신는 신이나 허리에 두르는 띠 등 여러 가지 장식을 의미한다. 복식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연대감과 예의의 표현이기도 하다 보니 한 지역의 복식은 지역민의 정체성이 담겨 있고 긍지를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제주도는 예부터 옷감이 귀하고 노동이 일상이다 보니 고유의 복식을 창조하면서 발달해 왔다. 생활 옷이 주류를 이루면서 대표적인 노동복으로는 갈옷, 물소중이, 목자들의 옷이 있었다. 그중 갈옷은 제주의 대표적인 일상복으로 최대한의 효율성을 가졌으며, 친환경적 삶을 대변해 주는 하나의 문화, 자연주의로 대변되면서 제주의 복식문화를 대표하는 선두주자이다.

제주 땅에서 자생된 감나무에서 난 감으로 옷을 물들인 갈옷역시 제주의 정체성을 드러낸 제주의 색이며, ‘서귀포 여성의 삶이 담긴 복식문화는 미래세대에게 고스란히 물려줘야 하는 문화유산이다.

서귀포 여성의 삶이 담긴 복식문화 전시장
서귀포 여성의 삶이 담긴 복식문화 전시장

이러한 제주의 복식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민속자연사박물관(관장 박찬식) 갤러리 벵디왓에서 '서귀포 여성의 삶이 담긴 복식문화의 수집과 기록' 이란 주제로 열리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노지복식문화탐험대(대장 박지혜)는 서귀포 노지문화 탐험 프로그램 일환으로 시작됐다.

전시 작품은 갈옷을 비롯한 50여 점이며, 이번 전시에는 지난 3년간 어르신들과 함께 활동해온 위미리 염색문화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이번 전시회에는 박지혜 대장을 비롯해 강진숙, 강진순, 고권영, 고서희 등 5명의 노지복식문화탐험대 대원들의 활동 내용들이 전시된다. 전시에 동참한 마을 어르신은 오복인, 오인생, 현춘화, 강춘자, 고행렬, 강승협, 현춘옥 등 7명이다.

노지문화 탐험대가 갈옷 제작을 하고 있다.
노지문화 탐험대가 갈옷 제작을 하고 있다.

그중 탐험대의 대장이었던 박지혜 씨에게 전시에 대한 후일담을 전해 들었다박지혜 씨는 결혼과 함께 서귀포 남원읍 위미리에서 현재 문화예술활동과 감귤농사를 짓고 살고 있다. 그는 고향이 법환마을인데, 어릴 때부터 농장에 가서 자주 일손을 도왔는데, 비닐하우스의 파인애플농장에서 일할 때 갈옷을 찾아 입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옷이 귀할 때라 아버지가 입었던 낡은 와이셔츠에다 감물을 들여 입었다. 갈옷을 입으면 무더위와 이길 수 있었고 파인애플 이파리 가시에도 찔리지 않아 농장 작업복으론 최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박 씨는 탐험대 활동을 하면서 동네 삼촌들과 함께 옷이라 매개체를 통해 그녀들의 일상을 들여다봤고, 때와 장소에 맞는 다양한 의식과 의복을 만나고 삶의 이야기를 나눴다. 옷을 같이 물들이고 옷을 만들면서 삼춘들의 기억을 호출해 우린 어머니의 어머니를 만나는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 했다. 삼춘들의 기억 속에 머물러 있던 복식은 세월을 거슬러 우리의 손끝에서 재탄생했다. 그 복식의 중심에는 항상 가족이 있었고 자녀들의 삶이 풍요로워지길 기원하는 진심 어린 마음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감물염색을 들이기 위해 감을 손질 중이다.
감물염색을 들이기 위해 감을 손질 중이다.

탐험대원 중 한 분인 오인생(86) 할머니는 추석의 복식문화에 대해 추석의 복식은 남자들은 모시적삼과 중의를 입었는데 윗옷을 모시창옷라고 불렀고 여자들은 한복을 입고 차례를 지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 30년 전부턴 남자들만 옷을 차려입고 여자들은 한복을 입지 않는다고 하였다. 추석 음식으로는 고사리, 노란호박무침, 메밀묵, 옥돔구이, 돼지찐 후 숫불에 구운거, 소고기 숫불에 구운 거, 옥돔무국, 상외떡, 송편, 밥이 차례상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오 할머니는 옥돔은 무넣고 끓여야 되고, 구리(벵어돔)는 미역을 넣어야 하고, 복어는 집간장, , 쪽파, 메밀가루를 넣어서 먹으면 맛이 있다. 토란국은 겨울에 뿌리를 캐어 메밀가루를 풀어 먹었는데 할머니가 끓여줘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상외떡은 할머니와 10대 때 같이 살았는데 토종밀가루에 쉰다리를 넣고 만들었고, 그 이후엔 막걸리를 넣어서 만들었다. 토종밀가루로 만들면 상외떡 색이 붉은색이 됐다. 아랫목에서 오전 4시부터 반죽하고 발효시키고, 오전 10~11시정도에 짐통에 넣어 1시간 찌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상외떡 반죽의 비율은 토종 밀가루 3kg, 계란 5, 설탕 1kg를 넣되 숟가락으로 4스푼 정도 빼야된다는 비법까지 전했다.

상외떡
상외떡

박지혜 씨는 음식의 손맛이 대물림 되듯 지난 3년간 마을의 삼춘들과 함께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어머니가 만든 복식문화의 기록과 수집은 자연스럽게 진행돼 전시 준비에는 어려움이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박 씨는 향후 감 문화의 본고장인 제주의 복식을 알리기 위해 염색 색상의 다양화와 기술을 가미한 복식의 예술작품으로의 승화를 위해 교육을 통한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가족의 길흉화복을 빈 어머니의 애환과 강인함이 담겨 있는 '서귀포 여성의 삶이 담긴 복식문화의 수집과 기록' 전은 101일까지 열린다.

전시 포스터
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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