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릿내오름 전경
베릿내오름 전경
베릿내 오름 정상부에본 풍광

 

오름의 이름들을 살펴보다 보면 이름들이 다양하게 불리게 되었음을 보게 된다. 어떤 오름은 생긴 모양새에 따라서, 어떤 오름은 오름의 식생에 따라서, 어떤 오름은 그 오름에 큰 바위가 있음이나 큰 굴이 있음으로 인하여, 어떤 오름은 그 오름 근처에 있는 무엇인가와 연관 지어서 불리게 되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오름은 특이하게도 오름 기슭을 따라 흐르는 시내의 이름이 오름의 이름이 된 경우로 ‘베릿내오름’이다.
베릿내오름은 서귀포시 중문동 지경의 오름으로, 중문 마을과 중문관광단지 사이로 흐르는 베릿내(천제연폭포가 있는 시내)를 끼고 베릿내의 하류인 성천포구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오름이다. 중문관광단지의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북동쪽에 있으며, 제주국제평화센터 뒷산이기도 하다.

▲‘베릿내오름’ 이름의 유래
이 오름의 서쪽을 흐르고 있는 시내를 베릿내라고 하는데, 시내의 이름이 그대로 오름의 이름이 되어서 “베릿내”, 혹은 “베릿내오름”이라고 하고 있다. 베릿내는 천제연폭포가 있는 내를 가리킨다. 다른 오름들은 ‘~오름, ~봉, ~악, ~메, ~뫼, ~이’ 등의 이름이 붙는데, 이 오름은 내의 이름이 그대로 오름의 이름이 된 특이한 예이다.
베릿내의 뜻은 벼랑을 가리키는 제주말 ‘벨’과 장소를 가리키는 말인 ‘잇’에 ‘내(川)’가 합쳐져서 ‘벼랑이 있는 시내’라는 뜻으로 지어진 것으로 해석이 되며, ‘벨’은 ‘별(星)’과 관련이 된다고 하여 한자 표기로는 ‘성천봉(星川峰)’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이 오름 서쪽 시내 건너편의 도로변에 마련되어 있는 전망대를 ‘별내린전망대’로 명명하였다.

▲베릿내오름 찾아가는 길
베릿내오름을 찾아가는 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문관광단지의 국제컨벤션센터 입구 도로의 회전교차로에서부터 서쪽으로 약 550m를 가면 오름 남쪽의 천제2교 다리 동쪽 인근에 이르며, 이곳에 주차장과 화장실이 시설되어 있고, 이곳에서부터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둘째, 중문관광단지의 국제컨벤션센터 입구 도로의 회전교차로에서부터 북동쪽으로 약 190m를 간 곳에 있는 사거리에서 북서쪽으로 꺾어 오름 동쪽 기슭을 끼고 약 880m를 가면 오름 북쪽 기슭에 이르며, 이곳에서부터 오름쪽으로 제주올레길이 연결되어 있어 정상으로 이를 수 있다.
셋째, 천제연폭포 주차장 남쪽 끝부분에서부터 출발하여 약 480m를 내려가면 오름 북쪽의 광명사 주차장 앞에 이르며, 이곳에서부터 양쪽으로 제주올레길이 연결되어 있어 정상으로 이를 수 있다.

▲베릿내오름 탐방
초가을까지 이어지던 더위가 어느새 조금 누그러지고 조금씩 선선해지면서 가을 분위기가 느껴지는 맑은 날, 베릿내오름을 탐방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남쪽과 북쪽의 오름 입구 중 어디에서부터 올라도 오름에서 느끼는 시원함과 오르고 내리면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광들을 볼 수 있기는 하나, 남쪽에서부터 오르는 것이 조금 더 경사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어서 운동이 더 되기에 오름 남쪽의 천제2교 다리 동쪽 입구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름을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면 올라가는 탐방로는 계단 수가 많고 길쭉하여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올라가다보면 어느새 중턱의 이르러서 오름 북쪽 탐방로 입구에서부터 오름 서쪽을 따라 이어진 탐방로와 만나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올라가면서 계단 길 좌우를 보니 숲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었고, 칡과 환삼덩굴 등이 나무를 감고 올라가서 나무를 온통 덮어버리고 있었다. 마침 칡꽃이 피는 시기여서 곳곳에 자주색 칡꽃이 피어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오름 중턱의 다른 쪽에서부터 오는 탐방로와 만나는 지점에 팔각정 파고라를 설치해 놓아 잠시 그 그늘에서 쉴 수 있게 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갈라져서 한쪽은 오름 정상으로 향하고, 다른 쪽 길은 관개수로를 따라 오름 북쪽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었다.
나는 먼저 오름 정상부로 향하는 길을 따라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살펴보니, 동백나무, 예덕나무, 느릅나무, 멀구슬나무, 누리장나무, 까마귀쪽나무, 큰보리장나무, 쥐똥나무, 팽나무 등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으며, 줄사철과 후추등이 키 큰 나무를 감고 올라가면서 자라고 있었고, 지면에는 자금우가 자라고 있는 곳들이 있었다.
베릿내 탐방로는 제주 올레길 8코스와 연계되어 있어서 모든 탐방로가 잘 갖추어져 있었고,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남쪽 중턱의 파고라에서부터 정상부까지는 숲이 우거져 있어서 올라가는 동안 주변 전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상부에 올라서니 갑자기 주변 경관이 시원하게 바라 보였다.
정상부에 오르니 소나무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올라오면서 흘린 땀을 씻어 준다. 정상부에는 데크가 넓게 깔려 있고 벤치도 놓여 있어서 정상부까지 올라온 탐방객들이 편안하게 쉬다가 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또한 큰 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서 그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다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시야에 펼쳐지는 풍경도 눈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정상부에서는 동쪽과 남쪽, 북쪽 전망이 시원하게 보였으며 서쪽 전망은 숲이 우거져서 보이지 않았다. 북쪽편에서부터 동쪽을 돌아 남쪽으로 이어서 눈을 돌리면, 한라산 정상부가 바라보이고 중문 마을과 신서귀포 쪽의 고근산과 월드컵 경기장의 하얀 지붕, 구산봉과 섶섬 봉우리 끝부분, 문섬, 범섬, 그리고 오름 바로 아래에는 국제평화센터가 자리 잡고 있고, 지삿개 주상절리 앞에는 제주컨벤션센터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그 옆에는 부영호텔이 자리하고 있었다. 계속하여 눈을 돌리면 남쪽의 넓은 바다와 남서쪽편으로 마라도, 가파도, 형제섬, 절울이까지도 바라보였다.
정상부에서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풍광을 감상하다가 북쪽으로 내려와서 올레길을 따라 걸었다.
굼부리 쪽으로 내려가자 산담을 두른 묘가 하나 보여서 들어가서 묘비를 살펴보았다. [展力副尉兼司僕 元公(전력부위겸사복 원공)]과 [貞夫人晉州姜氏(정부인진주강씨)]의 쌍묘로 1992년에 세운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묘비에는 ‘中文境 星川岳(중문경 성천악)’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이 묘에서 조금 북쪽편에는 여러 기의 가족 묘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살펴본 [嘉善大夫 元公(가선대부 원공)]의 묘비에는 ‘中文洞 俗稱 別老岳(중문동 속칭 별로악)’이라고 새겨져 있어서 이는 베릿내를 음차하여 비슷하게 쓴 것으로 보였다.
탐방로는 굼부리 서쪽편 능선을 따라 데크 시설이 되어 있어서 걷기에 무척 편했다. 서쪽 능선 탐방로에서는 정상부에서는 보이지 않던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는데, 중문 관광단지의 여러 건물 지붕들과 군뫼, 월라봉, 대평리 박수기정, 산방산, 송악산, 형제섬, 가파도, 마라도 등이 시원하게 바라보였다.
오름 북쪽 기슭으로 내려가니 관개수로를 따라 탐방로가 오름 서쪽 중턱을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안내판에 의하면 이 관개수로는 천제연부터 성천포까지 이어진 2km에 이르는 농업용 수로라고 한다. 조선시대 말엽에 대정군수를 지낸 채구석(채구석(蔡龜錫, 1850~1920))의 주도로 1906년부터 만들기 시작하여 1908년에 완공하였으며, 이 수로를 통해 천제연의 풍부한 물을 성천봉(베릿내) 아래로 유입시켜 23만1000㎡의 논을 조성하였다. 천제연 주변의 암반을 뚫기 위해 불과 물의 온도 차를 이용한 과학적인 공법이 사용되었다. 이 관개수로는 논농사를 짓기에 어려운 제주도의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개척한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등록문화재 제156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관개수로 옆 탐방로를 따라 남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서쪽편 베릿내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이 위에까지 시원하게 들려와서 가슴으로까지 시원하게 들어왔다.
                                                             

                                                       한천민 한라오름연구소장·동화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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