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의 마음시 감상(114)

가을이 아름다운 건

이해인

가을이 아름다운 건

구절초, 마타리, 쑥부쟁이 꽃으로

피었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름이 그리운 얼굴이

봄여름 헤매던 연서들이

가난한 가슴에 닿아

열매로 익어갈 때

몇몇은 하마 낙엽이 되었으리라

 

온종일 망설이던 수화기를 들면

긴 신호음으로 달려온 그대를

보내듯 끊었던 애잔함

 

뒹구는 낙엽이여

, 가슴의 현이란 현 모두 열어

귀뚜리의 선율로 울어도 좋을

 

가을이 진정 아름다운 건

눈물 가득 고여 오는

그대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마음시 감상>

시인 문상금

가을을 탄다’라는 말은 가을을 타서 먼 바다로 가서 흰 파도를 보고 있다고 혹은 따라비 오름을 묵묵히 오르고 있다는 전언을 들을 때마다 진정 아름다운 가을이 오고 있구나 실감을 하게 된다.

엄밀히 분석해보면 감상적인 기분이 솟구치거나 사색적이 되거나 자꾸만 우울해진다는 것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의 갈림길에서 신체의 호르몬 변화로 연관 지을 수가 있다.

구절초 마타리 쑥부쟁이 그 가냘프면서도 애잔한 꽃들이 어디 한 둘이랴. 봄여름 헤매던 연서들이 가난한 가슴에 닿는 이름이여, 얼굴이여.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