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미할망과 하는 바농질
옷 체험 통해 소통 공감
현재와 과거 잇는 문화
감물염색하고 전시 예정

이음새 농장에서 수강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음새 농장에서 수강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천연염색 체험장인 이음새 농장은 제주문화예술재단 지원사업인 고치:가치프로젝트 살면 살아지쿠다를 통해 할머니들의 옛 바느질과 옷 만들기에 관심 있는 서귀포지역의 주민 10명을 대상으로 위미경로당과 이음새에서 위미할망과 함께하는 바농질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105일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가을날, 남원읍 위미리에 위치한 이음새 농장에는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위미할망과 함께하는 바농질수강생이 바느질 솜씨 자랑부터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다.

대전에 살다가 귀농한 새댁부터 세 아이의 엄마, 1년 살이 왔다가 4년차 제주살이 중이라는 수강생, 육지와 다른 제주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배우러 왔다는 수강생, 그리고 안덕에서 온 한 수강생은 48년만에 고향에 왔다며 귀농을 결심하고 정보도 얻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왔다는 사연까지 다양했다. 서귀포시 안덕부터 성산에서 모인 수강생들은 각자 목적은 다르지만 위미 마을의 할머니에게 바느질도 배우고 옛 생활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왔다고 전했다.

위미1리 복지회관에서 마을에 사시는 김숙자(87) 할머니를 초빙해 본격적인 바느질 수업이 진행됐다. 김 할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나 8살 때 부모를 따라 제주도로 건너온 김 할머니는 제주시 조천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남원읍 공천포에서 살았다. 젊은 시절 일본에서 2, 서울의 한 양장점에서 잠시 일도 했을 정도로 신문화에 남다른 조예가 깊었고, 초대 부녀회장을 지냈을 정도로 마을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위미1리 복지회관에서 마을에 사시는 김숙자(87) 할머니와 함께하는 바느질 수업이 진행됐다.
위미1리 복지회관에서 마을에 사시는 김숙자(87) 할머니와 함께하는 바느질 수업이 진행됐다.

김 할머니는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시침질, 박음질, 감침질 3종류의 손바느질과 단추 매듭 만들기를 수강생들에게 전수했다. 그는 우리 마을에서는 바느질의 명칭을 호음질(시침질), 댕침(박음질), 감추는거(감침질)’이라고 불렀다고 했고, 단추 매듭은 돌매기로 부른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수강생중 바느질을 제일 잘한 한 수강생에게 바농질-와치라며 엄지척을 보이셨다. 와치는 잘하는 사람, 전문가를 일컫는 제주어라고 했다.

다음 일바지(몸빼)를 만들기 위한 강의가 이어졌다. ‘몸빼는 여성이 일할 때 입는 바지의 하나로 일본에서 들어온 옷으로 헐렁한 고무줄 바지다. 우리말로 순화해 권장하는 이름은 일바지 또는 왜바지이다. 주로 시골 할머니들이 일상에서 입으며, 흔히 몸빼 바지라고 부른다.

김 할머니가 만들었던 몸빼는 먼저 광목 천을 130cm 정도 길이 되게, 앞뒤 두 판이 될 분량의 천을 똑같이 쭉 자른다. 엉덩이에서 허벅지 내려오는 부분만 조금 부드럽게 궁글려 잘라주, 과거에는 주머니도 없이 앞·뒤 구분없이 허리와 발목에 고무줄이나 단추만 달아 일바지로 입었었다. 그는 천이 귀한 시절에는 쌀가마니 싸논 천만 있어도 바지를 집에서 만들어 입었고 25년 전까지도 집에서 만들어 입었지만 지금은 사 입는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강사인 이음새 농장 대표인 박지혜씨는 과거의 생활사나 복식사가 마을마다 집집마다 각각 다른 스타일로 이어 갔을 텐데, 그걸 연구자들은 마치 하나의 정석이 있는 것처럼 정리를 해 놓고, 그걸 또 후대 연구자가 그 연구를 보고 정리하며 내려오다 보니 일괄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였는데, 개인의 생활사 기록이 필요하다이 프로그램은 위미에 사시는 할머니가 옛 일상생활에서 손수 만든 옷을 기록하는 작업이며, 과거 할머니의 시간 속으로 동화돼 기술과 문화 체험을 통해 소통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라고 전했다.

이날 배운 수강생들의 바느질 작품은 감물 염색을 거쳐 전시할 예정이다.
수강생들의 바느질 작품은 감물 염색을 거쳐 전시할 예정이다.

한편, 이 프로그램은 923일부터 1026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총 6회에 걸쳐 진행되며, 각자 수강생들의 바느질 작품은 감물 염색을 거쳐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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