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백만년이 이야기 (10)

해안선이나 바닷속에서 분출한 화산을 수성화산이라고 한다. 지하에서 상승하는 마그마가 물과 만나면 매우 격렬한 폭발을 한다. 용광로의 뜨거운 쇳물이 차가운 물과 만났다고 생각해보라. 

제주 해안을 따라 10여개의 수성화산이 있다. 성산일출봉과 같은 수성화산도 다랑쉬오름과 같은 분석구와 지하에서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 다만 육상에서 분출했는지, 바다에서 분출했는지가 다를뿐이다. 다같이 단성화산으로서 제주에서는 모두 오름이라고 부른다. 

최근 아이슬랜드에서는 단 일주일만에 하나의 수성화산이 바닷속에서 만들어지기도 했다. 화산을 연구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현재 세계 곳곳에서 폭발하고 있는 활화산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다. 화산이 폭발하는 현장에서 화산폭발 과정을 관찰함으로써 과거에도 이렇게 폭발했구나 하고 추정하는 것이다. 

▲제주도의 수성화산
도두봉, 고내봉, 파군봉과 같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제주도에 분포하고 있는 수성화산은 세군데 해안에 집중되어 있다. 성산일출봉 지역, 송악산 지역 그리고 수월봉 지역이다. 

성산일출봉 주변에서 오래된 화산은 두산봉과 우도 쇠머리오름(8만6000년 전)이다. 젊은 화산은 성산일출봉(5000년 전)이다. 송악산 주변에서 오래된 화산은 단산과 용머리 오름(수십만년 전)이다. 젊은 화산은 송악산(3600년 전)이다. 수월봉 지역에서 오래된 화산은 당산봉과 차귀도(40만년 전)이다. 젊은 화산은 수월봉(1만8000년 전)이다. 

‘오래된 화산’과 ‘젊은 화산’으로 나누는 이유는 한마디로 말하면 지질학에서는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화산으로만 말한다면 추자도도 화산이다. 다만 추자도의 용결 응회암은 약 1억년 전의 중생대 백악기에 공룡이 살아돌아다닐 때 만들어진 오래된 화산이다. 제주도는 신생대 제4기초인 약 100만년 전에야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젊은 화산인 셈이다.

우도는 쇠머리오름에서 유출된 용암류가 분화구 북측 외륜을 파괴하며 북쪽으로 흘러 한순간에 만들어졌다. 말미오름이라고 부르는 두산봉도 생성 당시에는 바닷속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부터 5000년 전에 성산일출봉이 바닷속에서 폭발했다. 최근에 폭발했기 때문에 화산체의 형태가 거의 완벽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성산일출봉의 경관적 가치가 유네스코에서 인정된 것이다. 

용머리 오름도 인접한 산방산에 견줄만큼 오래된 화산체다. 응회암은 대부분 침식되어 뼈대만 남아있다.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단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육지에 있지만 형성 당시에는 바닷속에 위치하고 있었다. 용머리 해안과 마찬가지로 파도가 치는 해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화산체는 침식을 받아 앙상한 뼈대만 남아있다. 대신에 송악산은 3600년 전이라고 하는 신석기 후기에 바닷속에서 분출하여 거의 완벽한 형태의 수성화산체를 보여준다. 해안가 절벽에서는 아직도 침식 작용이 활발하지만 이중분화구인 가운데 분석구의 형태는 완벽하다. 

당산봉과 차귀도는 약 40만년 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화산이다. 당산봉의 외륜은 파도에 의한 침식을 보이고 있어 역시 형성 당시에는 바닷속에 위치하고 있었다. 차귀도의 매바위라고도 부르는 지실이섬을 보라. 오래된 응회암 노두가 침식을 받아 극히 일부만이 남아있다. 

반면 수월봉은 1만8000년 전에 바닷속에서 분출했다. 화산체의 중심인 분화구는 바닷속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침식되어 사라져버렸다. 화산체의 외륜 일부만이 남아있는 형태이다. 엉알길을 따라 해안선을 따라 걸어가면서 남아있는 화산체의 내부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이 화산체 위에 고산리 유적이 형성되었다. 

약 1만년 전에, 구석기시대가 끝나고 신석기시대가 시작될 때 이곳 고산리 바닷가 절벽 위에서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니, 이해할 수 없다. 아니 도대체 바닷가 언덕에서 바람이 팡팡 불고, 지금 현대인의 시각에서 보면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인데, 이런 곳에 터전을 잡고 살았다니, 당시에는 지금과는 자연환경이 달랐을까, 아니면 당시 그들의 생활 방식을 우리가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화산이 살아 숨쉬던 땅, 제주
이처럼 고고학이나 역사는 오래될수록 좋지만 반대로 화산은 젊을수록 좋다. 사화산보다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이 좋은 이유는 현재 지질활동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제주에서는 수천년 전이라고 하는 신석기시대에 화산활동이 있었다. 당시 제주에 살았던 선인들은 화산을 직접 목격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제주는 화산이 살아숨쉬는 화산의 땅이었다. 화산과 함께한 삶이 당시 제주에 살았던 사람들의 숙명이었다. 

제주 화산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이것이다. 해안을 따라 분포되어 있는 매우 젊은 수성화산과 함께 당시 화산재에 매몰되어 화석으로 남아있는 화석의 존재이다. 5000년 전에 성산일출봉이 폭발하며 주변에 퇴적된 신양리층으로부터 화석이 산출된다. 패류화석, 갈대화석으로부터 당시 해안환경을 알 수 있다. 

3600년 전 신석기 말기에 송악산이 분출하며 하모리층이 만들어졌다. 사람발자국은 물론 사슴과 새발자국 등 다양한 화석들이 산출되었다. 사람발자국 화석은 당시 이곳에서 수렵과 어업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남긴 것이다. 

바로 이 사람들이 제주에 살았던 선사인들인 것이다. 이렇게 제주의 상고사 연구에서 중요한 인간의 발자국이 수성화산의 분화로 인해 보존되고 발굴된 것이다. 제주에서 젊은 수성화산은 이런 이유에서 중요한 것이다.

과거 용머리 해안의 응회환(tuff ring)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지층으로 120만년 전이라고 하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당시 분석에 이용했다고 하는 현무암 알갱이는 시료로서 부적절하다. 화학분석을 위한 암석시료는 신선한 암반 속에서 채취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분석시 사용한 방법인 K-Ar법(포타슘-알곤 법)은 제주와 같은 매우 젊은 화산에서는 부적합하다.

조만간 새로운 시료와 방법에 의해 연대측정이 나올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그전에 상대적인 지질층서에 의해 인접한 산방산과 비교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산방산 남동사면에서 산방산 조면암과 용머리 응회암이 직접 접촉하는 노두가 있다. 파도에 의해 침식된 산방산 조면암을 응회암이 부정합으로 접하고 있다. 이로 보아 용머리 응회암은 산방산 조면암보다는 후에 분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산방산의 연대가 약 80만년 전이므로 용머리 응회환의 연대는 이보다는 젊어야만 된다.

용머리 해안 관광지는 거의 매일 통제되다시피 한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 때문이다. 운좋게 날씨가 좋아 파식대지를 따라 용머리 해안을 한바퀴 도는 기회가 주어진다. 구멍이 숭숭 뚫린 풍화혈구조(tafoni)와 파도에 의한 침식으로 드러난 응회암의 퇴적구조인 층리가 일품이다.<끝>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산방산 용암돔과 용머리 용회환
산방산 용암돔과 용머리 용회환
산방산 용암돔과용머리  용회환
산방산 용암돔과용머리  용회환
용머리 용회암에발달된 풍화혈 구조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