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호남 도시공학박사

강호남 박사
강호남 박사

캘리포니아 남쪽 해안에 칼스배드(Carlsbad)라는 도시가 있다.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5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150킬로미터면 다다른다. 면적이 101제곱킬로미터로 의정부보다 약간 크고 수원보다 약간 작다. 이곳 인구는 115,382(2019). 하지만 1980년만 하더라도 인구 35,490명에 불과했다. 여기를 키운 것은 한 기업이다. 바로 세계 골프클럽생산 1위 기업인 캘러웨이(Topgolf Callaway Brands)’. 캘러웨이의 2022년 매출은 3995백만 달러, 순이익은 157백만 달러다. 캘러웨이는 칼스배드를 성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 남서부를 골프장비 클러스터로 태동시켰다. 원래 미국 골프장비 제조 중심은 동북부 뉴잉글랜드였다. 세계적 명문 오거스타 골프클럽을 보유한 뉴잉글랜드는 미국의 전통적 철광석 제조공단으로, 1980년 초반까지도 철재 샤프트, 아이언, 목재 헤드의 우드를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엘리 캘러웨이가 1982년에 히코리스틱USA를 인수한 뒤부터 판도가 달라졌다. 그는 당구채 제작업자 리처드 햄스테터를 고용, 1986년 컴퓨터 제어 제조기술로 드라이버 빅 버사를 개발하며 골프클럽 제조 생태계를 혁신해버린 것이었다. 결국 동부 생산업자 중 일부는 캘리포니아 클러스터로 이전했고 나머지는 쇠퇴했다.

클러스터(cluster)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있는 연계기업, 특정 영역 연관기관 등이 유사성, 보완성으로 연결된 집단을 뜻한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할리우드 영화 및 엔터테인먼트, 라스베가스 카지노, 밀라노 패션 등이 유명하다. 클러스터 개념은 이제 국가발전정책 전반에 사용될 정도로 보편화됐다. 그러므로 지역발전의 필수조건으로 클러스터 육성은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클러스터 본질에 대한 고찰은 여전히 요구된다.

제주가 정부로부터 기대되는 클러스터는 화장품과 식품이다(2018). 한 지역 클러스터 수에 제약은 없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느냐 여부다. 여기에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스페인 카탈로니아에 좋은 사례가 있다. 1989년 임명된 카탈로니아 산업통상부 수비라 장관 이야기다. 그는 지역 내 20여개 클러스터를 조사하여 발전방안을 상세히 연구, 기업체에 제시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규제완화보다는 규제준수를 위한 기술개발을 하고자 했고, 클러스터 협회 설립을 통해 정부와 대화하려 했다. 또한 클러스터 내부 대화를 촉진, 비전을 정립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카탈로니아 가죽 클러스터는 스페인 정부가 환경규제를 까다롭게 해 기업 활동이 힘들다 불평했으나 수비라의 활동으로 이탈리아 규제가 더 까다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공동사용 가능한 세척 공장과 제혁 연구센터 건립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바르셀로나 대학 가죽 연구센터를 이구아다라 지역으로 옮기게 됐다. 수비라는 정치와 절연된, 지속가능한 클러스터 발전 정책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지역과의 연계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인재 공급이다. 미니애폴리스 병원 전기공으로 일하던 얼 바켄과 팔머 허먼슬리는 1949년 매드토로닉이라는 의료장비 회사를 세웠다. 이후 1950년 미네소타의과대학 릴레헤이 박사와 심장활동자극기를 개발, 1958년에는 성 요셉 병원 사무엘 헌터 박사와 전극기를 개발했다. 매드트로닉은 심장박동조절장치 분야의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니애폴리스 의료장비 클러스터를 주도하는 이 회사는 22년 말 기준 전 세계에서 95천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매출액은 315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는 우리의 클러스터를 육성해야 한다. 전략경영의 대가 마이클 포터는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지리적 입지는 더 중요하다고 했다. 입지의 이점을 살리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자. 우리가 가진 사회적 자본, 청정자연의 자원과 우수한 인재에 더해 발전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결합하자. 제주 클러스터의 전방위적 육성, 충분히 할 수 있다. ‘클러스터 키우기.

 

저자 소개     

       서귀포시 출생,  남주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도시공학 박사

       건축시공기술사,  (주)델로시티 상무

       서경대학교 경영문화대학원 경영학과 겸임교수                            

       서울시 중구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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