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서귀포 미인’(국보, 2023)

왜 서귀포 미인이라고 지었을까?

시집의 제목을 마주하게 된 순간, 궁금증이 생겼다.

제주도 미인이 아닌, 서귀포 미인이라고 지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어 시집을 읽어 내려갔다.

서울에서 제주와 내려와 시를 집필하고 있는 양순자 시인의 『서귀포 미인』 시집은 5부 구성으로 시와 수필 총 60편 중에 시가 4부에 나눠 실려져 있으며 마지막 5부는 8편의 수필이 수록되어 있다.

시가 수록된 제1서귀포의 5월은 귤꽃들의 분냄새 요란스럽고’, 2꽃이 필 때는 많이 아픈거래’, 3그대를 만나려고 난 바람으로 살았다’, 4세상이 궁금한 달빛’, 수필이 수록된 제5매화향에 취해 강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구름의 풍경이다.

특히나 표제시인 서귀포미인을 비롯한 가파도 바람, 가파도 청보리, 성산일출봉, 쇠소깍, 새연교, 제주올레길 광치기 등을 비롯한 남쪽 바다 끝에 위치한 서귀포지역의 색깔을 저자만의 감성으로 한알 한알 담아 쓴 시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서귀포의 5월은 귤꽃들 분 냄새 요란스럽고 열애 끝에 맺은 열매 풋풋하고 소담스러워/

모진 비바람 시샘에도 목숨 다해 끌어안고 지켰네/

가을되니 눈부신 황금빛 열매 서귀포 과원을 수놓아 귤림 추색 바라보며 하늘도 땅도 즐거워하네/

동글동글 어여쁜 새악시처럼 노란껍질 살포시 벗기니 주홍색 속살을 수줍은 듯 내어주네/

새콤달콤 천상의 그 맛 정갈하게 껴안은 아름다운 모정(慕情)은 서귀포 미인이어라

P10 서귀포미인 전문

 

시를 읽고 나니 서귀포를 아니, 제주도를 대표하는 과일인 감귤이 절로 떠오르게 된다. 마치 물감을 흩뿌려놓은 듯한 풍경이 머릿속에서부터 그려지며 옛부터 귤림추색이라 불리우는 서귀포 감귤밭의 아름다운 풍경이 절정에 이르는 이 가을에 딱 알맞은 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이 시에서는 귤꽃이 피는 5월부터 맛과 빛깔이 절정에 이른 수확을 앞둔 감귤의 모습과 향기, 그리고 새콤달콤한 감귤맛이 떠오르게 해 수확을 앞둔 주홍빛깔의 감귤을 보고 싶게 만든다.

 

걷지 않았다면 광치기의 한 맺힌 속살을 어찌 보았을까/

푹신한 파란 이끼 돗자리 슬프다 못해 너무 아픈 영혼들이 주저앉았다 간 자리/

멍든 가슴은 쪽빛바다 물을 흐려놓고/

광치기의 풍광은 눈 시리도록 바라봐도 아까운데

P69 제주올레길 광치기 해변 중에서

 

반면에 올레1코스로 올레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한 광치기 해변을 비롯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서귀포를 비롯한 제주의 풍광들 이면에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시집과 읽으며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을 맞아 놓쳤던 서귀포의 속살을 저자처럼 들여다 볼 수 있는 서귀포 곳곳으로 걸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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