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오름이야기 (112)

녹산로에서 바라본 설오름
녹산로에서 바라본 설오름
정상부에서 바라본 풍광
정상부에서 바라본 풍광

표선면 가시리 마을 지경에는 13개의 오름이 있다. 이는 서귀포시 관내 마을 단위로는 오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마을이다. 그중에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오름은 가시리 마을 북쪽 오거리 근처에 있는 ‘설오름’이다. 가시리 오거리는 중산간동로, 녹산로, 녹산로 5번길, 원님로가 갈리는 갈림길이며, 특히 녹산로와 원님로의 시작점이기도 하고, 가시로도 인근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내려가는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호미를 닮은 설오름
설오름은 오름의 모양새가 구부러져 있는 데다가 등성이가 비교적 길고 날카로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 마치 골갱이를 닮았다. 골갱이(호미의 제주어), 또는 호미(낫의 제주어)를 닮았다고 하여 호미를 뜻하는 한자어인 ‘서(鋤)’를 차용하여 ‘서(鋤)오름’으로 불리다가 ‘설오름’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한자 표기로는 ‘서악(鋤岳)’, ‘서을악(鋤圪岳)’으로 쓰고 있다.
설오름의 탐방로는 동쪽, 남쪽, 북서쪽 등 3군데에서 시작하며, 각각의 탐방로 입구를 찾아가는 길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남쪽 탐방로 시작점을 찾아가는 길은, 가시리 마을 북쪽의 녹산로와 한남로와 중산간동로가 만나는 사거리(사거리 가운데에 보호수가 있는 곳)에서 북동쪽의 성읍리 방향으로 약 480m를 가면 북쪽으로 이어지는 삼거리가 있으며, 삼거리 소로를 따라 다시 약 320m를 가면 설오름 남쪽 탐방로 입구에 이르게 된다.
동쪽 탐방로 시작점을 찾아가는 길은, 위에서 설명한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소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남쪽 탐방로 입구를 지나 약 630m를 더 가면 작은 내를 건너 표선 배수지가 설치되어 있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북서쪽 탐방로 시작점을 찾아가는 길은, 가시리 오거리에서 북동쪽의 성읍리 방향으로 약 60m를 가면 따라비오름으로 올라가는 소로가 있으며, 소로를 따라 북쪽으로 약 1.1km를 가면 오름 북쪽을 따라 서성로가 연장되는 도로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곳에 이르게 된다. 아직 도로가 완공되지는 않았지만 걸어갈 수 있으므로, 개설되는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약 280m를 간 다음, 도로 옆 물골을 따라 거꾸로 60m 쯤 내려가면 오름 북서쪽 탐방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설오름의 모양
이 오름은 이름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골갱이(호미) 모양을 하고 있음으로 말굽형 오름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서쪽 방향으로 굼부리가 터진 전형적인 말굽형 오름이다.
봉우리는 두 개로, 북쪽 봉우리가 정상부이며, 가시리 포제단을 감싸고 있는 평풍바위들이 있는 곳이 남쪽의 작은 봉우리이다. 북쪽 봉우리 정상부를 중심으로 동쪽과 굼부리가 있는 서쪽 사면의 경사는 비교적 가파른 편이며, 포제단이 있는 남쪽 봉우리에서 남사면도 가파른 편이다. 그러나 정상부에서 북서쪽 탐방로 입구로 향하는 경사면은 다소 완만하며, 정상부인 북쪽 봉우리와 남쪽 봉우리 사이도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설오름 탐방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어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다. 쌀쌀한 아침 공기를 벗 삼아 서성로를 달려 설오름으로 향했다. 가시리 마을 북쪽의 넓은 오거리에 도착하여 성읍리 방향으로 조금 가다가 제2가시교 다리를 지나자마자 북쪽으로 올라가는 소로를 따라 약 320m를 가니 오름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남쪽 탐방로 입구에 이르렀다.
탐방로로 들어서서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름 남쪽 기슭에서부터 포제단이 있는 중턱까지 한 줄기 레일이 설치되어 있었고, 레일을 따라 올라가면 포제단이 있는 남쪽 봉우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곳에 설치된 레일은 가시리 마을에서 포제를 할 때 포제에 필요한 기구들과 제물들을 가파른 경사를 따라 올려 보내고 내려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탐방로가 시작되는 지점인 오름 기슭의 햇빛이 비치는 곳에는 띠풀과 억새와 수크령 등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서 탐방로를 덮어 버리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더 올라오니 삼나무 숲에는 햇빛이 덜 비춰 들고 그 아래 다른 나무나 풀들이 많이 자라지 않아서 올라가기가 수월하였고, 탐방로가 레일을 따라서 쭉 이어져 있어서 탐방로를 찾기가 쉬웠다.

레일을 따라 올라가는 탐방로는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매우 가팔랐으나 큰 어려움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삼나무 지대가 끝나고 혼효림으로 이루어진 지대를 올라서니 다시 탐방로 주변이 길게 자란 풀들로 덮여 있었다.

삼나무 지대를 지나고 혼효림으로 이루어진 지대가 시작되는 곳 쯤에 가시리 포제단이 있었다. 포제단 주변은 큰 바위 무더기들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었고 그 위에 여러 종의 나무들이 바위틈을 뚫고 올라와 자라서 마치 자연 석부작을 이루고 있었으며 큰 바위 병풍 아래 제물을 버려 놓는 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포제단 옆 레일이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큰 바위들 옆으로 탐방로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니 병풍 바위 위쪽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곳이 남쪽 봉우리였다. 그곳에서부터는 경사가 매우 완만해졌고 정상부까지 급경사 없이 평탄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우거진 풀을 헤치고 정상부 가까이 다가가자 정상부 조금 남쪽 편에 산화경방초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요즘 지킴이가 근무하지 아니하는 때여서 초소 주변은 억새와 다른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으나 이제 초소가 제 역할을 하면서 산지기가 근무하게 되면 주변이 다시 말끔하게 정리되리라.

탐방로는 산화경방초소 옆을 지나 북쪽으로 이어지고 있었고, 초소 앞에서부터 동쪽으로도 내려가는 탐방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정상부에 올라섰다. 정상부는 특별한 시설이나 쉼터 등이 아무 것도 없었고 단지 국토해양부에서 세운 삼각점만이 박혀 있을 뿐이었다.

이곳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 경관이 시원하게 바라보였다. 동쪽으로는 일출봉이 바라보였고 그쪽 방향으로 통오름과 독자봉 등 여러 오름들이 보였으며, 남쪽으로 점점 눈을 돌려 한 바퀴를 돌면 맑은 날씨 속에서 푸른 바다와 넓게 펼쳐진 수림지대, 농촌의 논밭들이 보였고 남쪽으로 매오름이 뾰족이 솟아 있었으며, 서쪽으로는 소나무 숲에 가려 가까운 전망은 보이지 않고 멀리로 한라산 정상부가 바라 보이고 그 앞으로 여러 오름들이 바라보였다. 특히 병곳오름, 번널오름이 가까이 보였고, 그 너머로 물영아리, 여문영아리, 가시리 풍력발전단지의 풍차들이 돌아가는 모습과 더불어 따라비오름, 큰사슴이, 족은사슴이, 새끼오름, 모지오름, 장자오름, 백약이, 거미오름, 영주산, 좌보미 등 여러 오름들이 바라보였다.

오름 북쪽 기슭을 따라 서성로 연장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현재는 서성로가 녹산로와 만나는 지점까지 개설되어 있지만, 이 길이 완공되면 서성로에서 가시 마을 북쪽 편으로 이어서 성읍리까지 경찰수련원 입구까지 곧장 이어지게 될 전망이다.

정상부에서 주변 풍광을 살펴보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따라 걸어갔다. 북쪽 탐방로는 풀이 워낙 무성하게 자라 있어서 탐방로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았으나 예전에 왔던 기억을 더듬어 풀숲을 헤치고 천천히 걸어갔다. 탐방로는 능선을 따라 북서쪽으로 이어지다가 서성로 연장 공사를 하고 있는 도로로 나올 수 있었다. 내려가는 길 풀밭 사이로 섬잔대가 보라빛 꽃을 피워 눈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어서 개설하고 있는 서성로를 따라 오름 북쪽 편을 따라 동쪽으로 간 다음 다시 소로를 따라 오름 동쪽으로 왔다. 그곳에는 표선배수지가 있었고, 예전 기억으로는 그 옆으로 오름 중턱의 산화경방초소까지 탐방로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배수지 근처 작은 개천가에 대형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는 것이 보여서 눈이 찌푸려졌다. 사람들이 잘 볼 수 없는 곳이라고 이런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사람들의 심장은 어떤 모양일까? 참 몰상식하고 더러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서 이곳에서 고발한다.
                                                           한천민 한라오름연구소장·동화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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