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서귀포항, 무늬만 무역항 전락
물동량 5년 만에 25만t 급감
연안항 애월·한림보다 적어
감귤 수송은 최근 들어 0t
선박 운항비 등 원인 분석

                                                                                                                               일러스터 최정화
                                                                                                                               일러스터 최정화

서귀포 지역 경제 기본 인프라인 서귀포항이 제 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귀포시가 감귤 주산지임에도 서귀포항을 통한 감귤 수송이 10년 만에 단 1t도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 등에 따르면 도내 국민경제와 공공의 이해에 밀접한 관계가 있고 주로 외항선이 입·출항하는 항만인 무역항은 제주항, 서귀포항 등 2곳이다. 또 주로 국내 항을 운항하는 선박이 입·출항하는 연안항은 애월·한림·성산포·화순항 등 4곳이다. 서귀포항은 사실상 도내 연안항보다 물류 수송량이 적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귀포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서귀포항 물류량 확대 등 서귀포항 활성화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무늬만 ‘무역항’ 서귀포항
하지만 서귀포항은 주로 국내 항을 운항하는 선박이 입·출항하는 데다 물동량도 많지 않아 무역항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도내 무역항 물동량은 제주항 1900만3090t(입항 1067만9833t·출항 832만3257t), 서귀포항 55만5735t(입항 19만5844t·출항 35만9891t) 등이다.

지난해 도내 연안항 물동량은 애월항 96만6737t(입항 96만2121t·출항 4616t), 한림항 86만8367t(입항 60만7546t·출항 26만821t), 성산포항 53만38175t(입항 16만730t·출항 37만77445t), 화순항 60만5948t(입항 59만1226t·출항 1만4722t) 등이다.

지난해 제주도내 무역·연안항의 총 물동량은 2253만8052t(입항 1319만7300t·출항 934만752t)으로, 서귀포항의 물동량은 2.5%에 머물렀다.

이는 5년 전인 2018년 도내 무역·연안항 총 물동량 1980만9125t(입항 1276만7449t·출항 704만1676t) 가운데 서귀포항 물동량이 81만3925t(입항 36만8359t·출항 44만5566t)으로 8.3%를 차지했던 것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무역항인 서귀포항의 물동량(55만5735t)은 도내 연안항인 애월항(96만6737t), 한림항(86만8367t)보다 적었고, 성산포항(53만38175t)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선박 물류가 제주항을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무역항인 서귀포항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지역 경제 기본 인프라의 기능 상실에 따른 악영향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감귤 주산지, 수송 인프라 ‘한계’
제주 감귤 주산지로 평가받는 서귀포에서 감귤 수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들어 서귀포항을 통한 감귤 및 채소 등 농산물 수송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서귀포항을 통한 감귤·채소 물동량을 보면 2013년 26만5896t, 2014년 25만9740t, 2015년 30만1968t, 2016년 18만9536t, 2017년 14만8529t, 2018년 4만719t, 2019년 0t, 2020년 4만1779t, 2021년 0t, 2022년 0t 등이다.

2015년 30만t이 넘던 감귤·채소 물동량이 점차 감소하다가 2018년부터는 4만t 가량으로 급감했고, 2019년과 2021년, 지난해는 서귀포항을 통한 감귤·채소 수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연안항인 성산항을 통한 감귤·채소 수송은 2013년 29만2140t, 2014년 26만3881t, 2015년 30만1230t, 2016년 23만7914t, 2017년 15만6680t, 2018년 10만5560t, 2019년 21만6745t, 2020년 36만1408t, 2021년 28만1186t, 2022년 20만3061t 등으로 2017년과 2018년을 제외하면 20만~30만t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성에 발목 잡힌 항만기능
서귀포항이 사실상 항만 물류 기능을 상실할 위기에 직면한 것은 선박 운항에 따른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는 것이 선박 업계의 설명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서귀포항 수심이 깊지 않다 보니 대형 선박을 접안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감귤과 채소 등 농산물을 주로 성산항으로 수송하는 것은 서귀포항을 이용할 때보다 2~3시간 이상 운항 시간이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을 통해 출항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서귀포항에서 출항하는 것과 성산항에서 출항하는 것도 운항 시간을 감안하면 2~3시간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서귀포항을 통한 출항은 경제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귀포항은 수심이 낮다 보니 대형 선박을 접안하기 위해서는 예인선이 필요한 상황도 있어 예인선 비용을 감안하면 서귀포항을 통한 수송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2012년 2월 서귀포항과 전라남도 고흥군 녹동항을 연결하는 항로에 여객선을 취항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시 선사 측은 서귀포시에 성산-서귀포항 왕복 거리(37㎞)에 대한 유류비로 연간 30억원 보전 등을 요구했지만, 민간 업체에 유류비를 지원한 근거 등이 명확하지 않아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생산 활동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자본이란 의미의 사회간접자본인 서귀포항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운항 거리에 따른 비용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직·간접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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