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오름 이야기(114)

안덕면 동광 마을의 동광 육거리에서 영어교육도시 방향으로 차를 달리다 보면 도로 남쪽으로는 어느 지점에선가부터 도로 양쪽으로 녹차밭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녹차밭 뒤로(북쪽으로) 우뚝 솟아 있는 오름을 보게 된다.
이 오름이 남소로기이다.
남소로기는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있는 오름으로, 오설록티뮤지엄의 동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신화역사공원이 조성되고 있는 지역의 북쪽편에 있다.

남소로기 전경
남소로기 전경
정상부에서 바라본 신화역사 공원
정상부에서 바라본 신화역사 공원

▲‘남소로기’ 이름의 유래
남소로기라는 오름의 이름은 ‘솔개’의 제주말인 ‘소로기, 소레기’에서 가져온 이름으로, 한경면 저지리의 새오름(저지오름)에서 볼 때에 남쪽에 위치해 있다고 하여 ‘남’과 ‘소로기’가 합쳐져서 ‘남소로기’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 ‘남송이오름’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이 오름의 남사면에 유독 소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는 것에서 ‘남쪽(南)’과 ‘소나무(松)’를 따서 불리고 있으며, 한자표기로 ‘남송악(南松岳)’이라고 한다.
남소로기는 찾아가기가 매우 쉬운 곳에 위치해 있다.
안덕면 동광리의 동광육거리에서 오설록 방향인 서쪽으로 가다가 오설록 가기 직전에 도로 북쪽으로 오름이 보이며, 동광육거리에서의 거리는 약 3km 정도의 지점 쯤에 위치해 있다.

▲남소로기 오르는 두가지 길

남소로기를 오르기 위해서는 두 군데의 탐방로 시작점에서 오를 수 있다.
첫째, 동광육거리에서 서쪽으로 약 3.4km 지점에 이르면 오름 서쪽 기슭을 향해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길이 녹차밭 사이로 나 있으며 입구에는 ‘남송이오름’이라 쓰여진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작은 길로 진입하여 약 480m를 가면 오름 서쪽의 작은 주차장에 이른다. 그곳에서 오름으로 올라가는 탐방로와 둘레길이 개설되어 있다.
둘째, 동광육거리에서 서쪽으로 약 2.8km지점에 이르면 오름 동쪽 기슭으로 향해서 올라갈 수 있는 작은 시멘트 포장길이 나 있으며(이 길은 문이 닫혀 있기 때문에 자동차로 갈 수가 없으며, 문 옆으로 지나서 걸어가야 함), 이 길로 진입하여 약 530m를 가면 시멘트 포장이 끝나는 지점에 이른다. 이곳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잡목과 풀밭 사이의 목장길을 다시 420m 쯤 걸어가면 오름 북동쪽에 이르게 되며, 그 지점에서 오름으로 향하는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이 길은 서광목장을 지나는 길이므로 제약이 따른다.

▲남소로기 탐방

가을이 중간쯤에 들어서니 천고마비라는 말이 어울리게 파란 하늘이 손에 잡힐 듯하다. 하얀 솜구름이 듬성듬성 떠서 흘러가는 상쾌한 날, 남소로기를 탐방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남소로기 서쪽 탐방로 입구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름으로 들어섰다. 탐방로로 들어서자마자 예전에 이 오름을 탐방하기 위해 왔을 때는 없었던 둘레길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 보여서 정상부로 곧바로 가지 않고 오름 남쪽편 기슭의 둘레길을 따라 걸어갔다. 둘레길 탐방로는 전체가 야자매트가 깔려 있었는데, 입구의 안내판에 의하면, 2016년 8월에 이니스프리가 폐타이어 매트를 친환경 야자매트로 교체하였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오름 남쪽 기슭의 둘레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살펴보니 역시 이 오름 의 또 다른 이름이 ‘남송이오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온통 우거지 숲의 수종의 대부분이 소나무였으며, 드문드문 예덕나무, 찔레, 복분자딸기, 상동나무, 초피나무, 쥐똥나무, 청미래덩굴, 줄딸기 등의 수종들이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큰 나무들 아래의 지면에는 왕모시풀과 이삭여뀌, 수크령 등이 보였다.

둘레길이 오름 북쪽 기슭으로 가자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가득 우거져 있는 지대로 야자 매트 탐방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야자 매트 탐방로는 오름 북쪽 기슭에 이르러서 삼거리 갈림길에 이르렀다. 남쪽으로는 나무 계단을 통해서 정상부로 올라가게 되어 있었고, 북쪽으로는 현재 탐방로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내려다보이는 굼부리 바깥쪽을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먼저 나무 계단 길을 따라 정상부로 올라갔다. 나무 계단 탐방로를 따라서 정상부 가까운 능선 위에까지 올라가니 나무 계단길이 끝나고 다시 탐방로가 삼거리로 갈라지면서 한쪽은 정상부 방향으로, 한쪽은 굼부리 서쪽 능선을 돌아서 굼부리 북쪽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었다.

정상부가 있는 남쪽 편을 향해서 걸어갔다. 정상부에 이르니 전망대가 세워져 있었고 전망대 아래에는 산화경방초소가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주변 경관이 시원하게 보였다. 서쪽 전망은 소나무 가지에 가려서 모두 보이지는 않았지만 문도지오름이 바라보였고, 북쪽으로는 도너리오름과 정물오름, 당오름이 바라보였으며, 동쪽으로는 한라산 정상부가 구름에 가려서 흐릿하게 보였고 그 아래로 거린오름과 북오름, 여진머리와 족은오름, 믜오름, 원물오름들이 바라보였으며, 점점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군뫼, 월라봉, 광챙이오름, 산방산, 바굼지오름, 절울이, 모슬개오름, 가시오름과 드넓은 태평양 바다 위에 떠있는 가파도, 마라도가 시원하게 펼쳐져 보였다.

오름 바로 아래 남쪽에는 신화역사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이미 조성되어 있는 건물들과 한창 공사 중인 건물들, 그리고 그 앞으로 시원하게 달리고 있는 신화역사로 도로가 내려다보였다. 주변은 온통 초록빛 곶자왈들이었다.

남소로기오름과 북쪽의 도너리오름, 서쪽의 문도지오름. 이 세 오름을 연결하는 삼각지점은 서광 곶자왈과 저지곶자왈 지역으로 매우 넓은 곶자왈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 오름에서 내려다보면 오설록 녹차밭과 신화역사공원을 제외하면 사방에 보이는 곳이 모두 푸른 곶자왈이었다. 사실상 신화역사공원 지역과 오설록 녹차밭 지역도 예전에는 대부분이 곶자왈 지역이었기에, 남소로기오름은 이름 그대로 솔개가 하늘에 떠서 드넓은 곶자왈을 내려다는 형태인 것이다.

정상부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는 탐방로를 따라 내려가서 오름 서쪽편 탐방로 시작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북쪽 기슭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따라 걸어갔다. 북쪽 둘레길 주변은 소나무보다는 여러 수종의 나무들이 함께 우거져 자라고 있어서 혼효림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래도 소나무가 가장 많이 보였다.

오름 북쪽편 굼부리 근처에서 갈림길이 네 갈래로 갈라져 있었는데, 북동쪽으로는 원형 굼부리와 소로기촐리라 불리는 알오름 사이를 지나 서광목장 길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었고, 남동쪽으로는 원형 굼부리 동쪽 능선을 따라 정상부로 올라가는 길, 남쪽으로는 원형 굼부리 서쪽 능선을 따라 정상부로 올라가는 길, 그리고 방금 걸어온 북쪽편 둘레길이었다.

원형 굼부리 북쪽 편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따라 걸어가자 금세 굼부리 안쪽으로 내려가는 계단길이 나타났다. 계단길을 따라서 굼부리 안쪽으로 내려가니 그리 넓지 않는 굼부리가 아늑하게 펼쳐져 있었고 굼부리에는 편백나무들이 가득 우거져서 자라고 있었다.

굼부리 안은 참 아늑하게 느껴졌다. 군부리에는 평상이 두 개 놓여 있어서 탐방을 하다가 이곳에 내려와서 시원한 그늘에서 쉬다 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평상에 앉아 주변을 살펴보니, 수많은 화산탄들이 흩어져 있었고, 굼부리 안쪽 중심에서 약간 바깥쪽으로 빙 돌아가며 돌담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한쪽에는 대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었는데, 대나무가 자라고 있는 부분은 지면이 편평하게 쌓아 올려져 있었다. 이로 보건대 옛날 이곳에서 화전민들이 집을 지어서 화전을 하며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었다.

굼부리에서 올라와서 굼부리 둘레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고 북쪽 기슭 둘레길을 따라 서쪽 탐방로 입구로 걸어나왔다. 걸어가는 탐방로의 여기저기에는 쇠똥과 말똥이 많이 널려 있었다. 마른 쇠똥도 있었지만 저지른지 얼마 되지 아니한 젖은 쇠똥들도 수두록 하였다. 이 오름이 서광 목장 지역에 포함되다 보니 소들이 탐방로를 따라 어디든지 다니는 것 같았다. 탐방로를 걸으며 쇠똥을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한천민 한라오름연구소장·동화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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