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직의 음악칼럼

소재로 한 오페라 ‘라’, 서귀포시에서 이중섭, 제주아트센터와 4·3 평화재단 공동으로 순이 삼촌이 제작되어 무대에 올려졌다. 시민 주도에서 국가 주도로 작품활동이 옮겨졌다는 것이 다소 의아스럽지만 수억이 드는 예산 규모를 생각하면 이해는 간다.
그중에 오페라 이중섭은 처음엔 다소 소규모 작품의 오페렛타로 제작되었지만, 확장성을 위해 오페라로 확대 편성하였다고 들었다. 2016년 첫선을 보인 후 코로나로 한 해 거른 것을 제외하면 매해 무대에 올려졌고 그동안 조금씩 보완하며 올해에 이르렀다. 

이번 오페라 이중섭을 관람하면서 드는 느낌은 안정감이었다. 처음 관악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 대한 우려가 이제는 자연스러움으로 다가오듯 새로운 창작물에 대한 우려 섞인 기대감이 아니라 기존 작품에 대한 새로움과 변화를 기대하는 긍정적 느낌이랄까! 다만, 서귀포 앞바다를 배경으로 한 장면에서 마을 사람들이 노래할 때 제주어와 표준어가 혼합된 형태와 저음 악기와 노랫소리가 겹치며 노랫소리가 가려지는 것에 대한 보완이 다소 필요해 보였지만 오페라 전체를 볼 때 그리 큰 문제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예전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처음 오페라를 관람했던 때를 떠올려 보았다. 오페라 카르멘을 관람하러 아틀란타에서 16시간 차를 몰고 친구들과 함께 갔었는데 다음날 오텔로 공연이 잡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게 가능한가 싶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영상으로 무대를 꾸미는 기술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대부분의 무대 세트를 나무로 제작했다. 그래서 밤 사이 다른 작품의 무대 세트로 전환 시킨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한편으론 궁금하기도 했다. 어쨌든 다음날 오텔로는 무대에 올려졌고 필자는 계획에 없던 그 공연을 보기 위해 주머니를 털어 입석 표를 겨우 구입해 전날과는 전혀 다른 무대 세트가 올려졌음에 감탄하며 공연을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러시아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멋진 연주였다. 

오페라 이중섭을 계기로 서귀포시에서도 이 장면을 연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이제는 오페라 이중섭이 안정감 있는 작품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새로운 오페라를 제작하여 서로 다른 성격의 작품을 이틀에 걸쳐 번갈아 공연하는 것이다. 한 작품에 이틀씩, 서로 다른 작품으로 총 4일을 공연하는 것이다. 제주시에서도 이번 오페라 이중섭 관람을 위해 적지 않은 시민이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충분히 객석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예전 제주에서 무대에 올렸던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리골렛토 등은 모두 4일 공연을 했고 객석을 거의 채운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의지이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가볍고 재미있게 표현한, 멋진 선율이 있는 드라마 같은 새로운 오페라는 시민들의 마음을 가볍고 즐겁게 해줄 것이다. 오페라 이중섭의 다소 무거운 느낌에서 제주의 아름다움을 가볍고 재미있는 오페라로 전환 시키는 것이다.
사실, 요즘 제주를 소재로 한 창작물들이 다소 무겁고 어두운 느낌의 것들이 많다. 4·3이나 해녀 같은 소재들은 우리 제주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기억하고 보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제주에는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영주 10경이 있다. 특히, 요즘 제주의 빛깔은 노랑이다. 귤림추색,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런 제주의 아름다움이 시민의 생활과 융합된 작품이 필요하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았던가! 오페라 이중섭 제작으로 많은 노하우가 축적되었기에 가능할 것이다.

사람들을 서귀포로 불러 모으는 힘있는 그 뭔가는 항상 필요하다. 오페라 이중섭과 가볍고 즐거운 느낌으로 제주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미래의 또 하나의 오페라는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승직 지휘자 /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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