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의 마음시 감상(116)

낙엽

이생진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

그때가 좋은 때다

그때가 때묻지 않은 때다

낙엽은 울고 싶어하는 것을

울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편지에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엽을 간직하는 사람은

사랑을 간직하는 사람

새로운 낙엽을 집을 줄 아는 사람은

기억을 새롭게 갖고 싶은 사람이다

사진=pixabay

<마음시 감상>

툭 하고 나뭇잎들이 하나둘 떨어지는 언덕 비탈에 서 있다. 멀리 더 푸르고 깊어져가는 서귀포 바다의 수평선이 내려다보이고 반대방향에서는 한라산의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이 환히 내다보인다.

오늘 자체가 참 행운이다. 가을 푸른 하늘 아래 한라산 전경이 시원스레 펼쳐졌고 그 등성이 군데군데 붉은 빛으로 차츰 물들어가고 있다. 밤낮 단풍이 물들어가는 그 분주함 그리고 이른 낙엽들이 떨어져 뒹구는 바스락거림을 온 몸으로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은.

 

한 장의 낙엽 안에는 속울음도 기억도 추억도 그리움도 모두 한가득 아름답게 물들어 있어서 보석 같은 낙엽을 알아볼 줄 아는 사람은 늘 새로운 기억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다. 꽃이 피고 지고 계절이 바뀌는 변화를 잘 알아챌 수 있으면 늘 젊고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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