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청년 리커버리 야구단
서귀포서 3박4일 전지훈련
지역 야구단과 친선경기
숲길 탐방·계곡 힐링 등도

리커버리 야구단이 지난달 31일 서귀포를 방문해 친선교류전 등 3박 4일간의 일정을 진행했다.
리커버리 야구단이 지난달 31일 서귀포를 방문해 친선교류전 등 3박 4일간의 일정을 진행했다.

푸른색 운동복을 입은 청년 10여 명이 지난 1일 서귀포시 생활야구장에 모였다. 등에는 각자의 이름표를 붙이고 준비운동과 달리기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이어진 야구 훈련에서는 능숙하게 공을 처리하지 못하더라도 즐겁게 훈련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유니폼 상의에 적힌 팀 이름 ‘RECOVERY’, 이들이 소속된 푸른 고래 리커버리센터’(이하 리커버리센터’)를 나타낸다.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리커버리센터는 사회적 고립청년을 지원하는 단체이다.

은둔형 외톨이라고 불리는 사회적 고립청년은 실직, 취업, 인간관계, 학교폭력 등 다양한 원인으로 집 밖을 나서지 못하고 사회와 단절된 채 생활한다.

리커버리센터는 이러한 문제를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로 여기고, 이들이 공동체를 통해 공생과 나눔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가르쳐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회복 공동체.

리커버리센터에서 고립은둔청년 지원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리커버리 야구단은 야구의 5대 가치인 희생, 배려, 협동, 인내, 예의를 중심으로 팀스포츠인 야구를 즐기며 회복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이다.

넓은 야구장에서 몸을 움직이며 정서적 환기와 함께 기초 체력을 기르고, 훈련을 통해 공동체 경험과 같이 훈련하는 팀원들을 보며 자립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2018년 첫 훈련을 시작한 리커버리 야구단은 지난해부터 서귀포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서귀포시 브라더스 야구동호회 소속 회원이 리커버리센터의 후원자인데, 그 인연으로 브라더스 야구동호회에서 이들의 서귀포 여행을 후원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리커버리 야구단은 지난달 31일부터 113일까지 34일간 서귀포에 머물며 합동훈련과 친선 교류전 뿐만 아니라 고살리 숲길 탐방, 하례계곡 힐링 체험 등 야구 외적인 활동에도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합동 훈련과 친선 경기에는 이만수 전 SK 감독과 한상훈 감독, 권혁돈 감독이 함께 해 청년들에게 힘을 보탰다.

리커버리 야구단을 인솔하고 있는 황승정 실장은 야구가 쉬운 종목이 아니다보니 처음에는 공을 잡는 것과 캐치볼도 어려워했지만, 야구를 통해 기본 생활에 필요한 체력을 키울 수 있었고, 팀원들이 밖으로 나와 활동하는 시간도 늘어났다팀 단위로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고 사회성도 많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서귀포에서 보내는 34일간의 짧은 전지훈련에도 팀원들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반응이다.

황 실장은 서귀포시의 구장 시설이 상당히 훌륭하다. 육지에는 이런 구장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야구 외적으로도 서귀포에서 숲길을 걷는 등 여러 활동을 하면서 팀원들이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더스 야구단에서 전지훈련을 후원해 주는데, 일면식도 없는 어른들이 자기들을 지원해주는 것을 보고 어른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팀원들도 있고, 주변 사람들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도 한다작년 서귀포 전지훈련을 마치고 나서 회사에 취직하거나 자기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를 시작한 팀원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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