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오름 이야기(115)

번널오름에서 바라본 병곳오름 전경
번널오름에서 바라본 병곳오름 전경

표선면 가시리 마을 북쪽의 길 가운데 정자 나무가 있는 사거리는 녹산로와 원님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녹산로를 따라 북북서쪽으로 약 940m를 가면 서성로의 갈림길에 이른다.(현재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이 갈림길에서 동쪽 방향의 신설도로 방향으로 길을 뚫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 갈림길에서 서쪽으로 큼지막한 오름이 하나 바라보이는데 이 오름이 병곳오름이다.

병곳오름의 위치와 이름의 유래

병곳오름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경의 오름으로, 가시리 마을 북쪽의 녹산로와 서성로가 만나는 가시2교차로 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북쪽의 번널오름과 이웃하고 있다.

이 오름을 병곳오름이라 부르는 데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첫 번째는 이 오름에 인동과의 관목인 병꽃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었던 데에 유래하여 병곳오름이라고 한다고 하며, 비슷한 발음으로 변이되어 벵곳오름등으로 불린다고 한다. 두 번째는 북쪽 봉우리와 남쪽 봉우리 사이의 굼부리 모양이 야트막하게 오목한 모양새가 기러기가 둥우리에 앉아 있는 모양새라고 하여 기러기 ()’을 써서 안좌(雁坐)오름이라고도 하며, 봉황새가 둥지로 돌아오는 모양새라 하여 봉귀악(鳳歸岳)’이라고도 한다. 세 번째 설은 무기고와 닮았다 하여 병고악(兵庫岳)’으로 부르기도 하고, 네 번째는 병()의 주둥이와 같은 형국이라 하여 병구악(甁口岳)’이라고도 한다.

이 오름 남쪽 가시리 지경의 작은 동네 이름은 이 오름의 이름에서 유래하여 안좌동이라고 하며, 이 오름 기슭을 흐르는 작은 시내를 안좌천이라고 한다.

병곳오름을 찾아가는 길

병곳오름의 등반로는 한 군데이지만 등반로까지 가는 길을 다음 두 가지로 안내한다.

첫째, 가시리 마을 북쪽의 녹산로와 한남로와 중산간동로가 만나는 사거리(사거리 가운데에 보호수가 있는 곳)에서 북서쪽으로 녹산로를 따라서 약 940m를 가면 녹산로와 서성로가 만나는 가시2교차로에 이르게 된다. 이 교차로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서성로를 따라 약 660m를 가면 북쪽으로 올라가는 소로가 있는 사거리에 이른다. 다시 이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700m를 올라가면 병곳오름 탐방로 입구에 이르게 된다.

둘째, 위 첫 번째에 안내한 사거리에서 북서쪽으로 녹산로를 따라서 약 2.2km를 가면 번널오름 동쪽의 작은 삼거리 이르게 된다. 이 삼거리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소로를 따라 약 640m를 내려가면 병곳오름 탐방로 입구에 이르게 된다.

병곳오름의 지형

이 오름의 전체적인 모양새는 북서쪽에서부터 남동쪽으로 비스듬한 타원형 모양을 하고 있으며, 굼부리 형태에 따른 분류로 보면 북쪽 방향으로 터진 말굽형 오름으로 분류하고 있으다. 그로나 실제 지형을 살펴본 바에 의하면 굼부리가 터진 방향이 북동쪽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굼부리의 형태는 원래 원형이었던 것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한쪽이 함몰되어 말굽형으로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동쪽과 서쪽과 북쪽과 남쪽의 바깥 경사면은 다소 가파른 반면에 남동쪽의 서성로와 인접한 방향으로 내려오는 경사면은 매우 완만한 편이다. 오름의 서쪽 기슭으로는 안좌천이 흐르고 있다.

원형이었던 굼부리가 한쪽이 터지면서 말굽형으로 변해 골짜기를 형성하여 내려가는 부분이 있는데, 오름 동쪽 기슭에서부터 탐방로가 시작되면서 정상부로 올라가면서 탐방로의 오른쪽편인 북쪽을 보면 굼부리에서부터 터져서 골짜기를 형성하며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름의 전 사면에는 삼나무를 비롯하여 소나무, 사스레피나무, 예덕나무, 말오줌때, 팽나무, 식나무, 자귀나무, 동백나무, 누리장나무, 천선과, 큰보리장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가득 우거져 있으며, 굼부리 안쪽에도 빈틈없이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병곳오름 정상부
병곳오름 정상부

병곳오름 탐방

가을의 가운데서 들어선 날씨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미세먼지도 없이 바라보이는 시야가 깨끗하였다. 서성로로 차를 달려 병곳오름 남쪽 도로변에 이르러 오름 동쪽 기슭의 시멘트 농로를 따라 탐방로 시작점인 오름 동쪽에 도착했다. 탐방로 입구에는 대여섯 대의 차를 세워둘 만한 작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탐방로를 올라가면서 좌우를 살펴보니 남쪽편은 밋밋한 경사면인데 반해 북쪽편은 약간 가파른 경사면으로 마치 작은 계곡같이 보였으며,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많이 널려 있었고 바위 틈새와 계곡의 벼랑 같은 곳에 동백나무 등 여러 종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능선 위로 올라서자 갈림길이 나타났다. 갈림길은 정상부로 향하는 길과 굼부리를 한 바퀴 돌고 나와서 만나는 길이었다. 먼저 정상부 쪽으로 길을 잡아 올라갔다. 올라가는 내내 우거진 나뭇가지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정상부 능선 쪽으로 오르자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봉우리에는 나무 벤치가 하나 놓여 있었고, 벤치 주변은 좁은 공간인데도 큰 나무가 없어서 남쪽편으로 향한 전망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였다. 눈앞에는 설오름, 갑선이오름, 달산봉, 매오름, 가세오름, 북망산, 토산봉들이 펼쳐졌고, 넓은 들판과 시원한 바다가 내려다보였다.

다시 능선을 따라 올라 정상부로 향했다. 첫 번째 봉우리에서 정상부까지는 매우 완만한 탐방로를 따라 금세 올라갈 수 있었다. 탐방로 양옆으로는 금세 하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는 억새들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억새들이 활짝 피어나면 하얀 물결이 바람에 흔들이며 탐방객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을 것 같았다.

정상부에 이르니 벤치가 놓여 있어서 이곳에 올라온 탐방객들이 편히 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정상부 주변에도 큰 나무들이 없어서 서쪽편 전망들이 바라보였다. 파란 하늘 아래 한라산 정상부가 올려다보였고, 그 앞으로 점점이 크고 작은 오름들이 바라보였으며, 넓은 초록빛 벌판이 시원하게 바라보였다.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나뭇가지 사이로 큰사슴이와 족은사슴이, 따라비오름, 가시리 풍력발전단지의 하얀 풍차들과 번널오름, 물영아리, 여문영아리 등이 바라보였다.

정상부에서 전망을 바라보며 잠시 쉬다 다시 굼부리 바깥 능선을 따라 나 있는 탐방로를 따라서 걸어갔다. 탐방로 주변 어느 곳에 이르자 가막살나무가 빨간 열매를 매달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미래덩굴 열매도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정상부에서부터 50여 미터쯤 평평한 능선을 따라 걸어간 다음부터는 탐방로가 북동쪽을 당해서 급한 경사를 이루며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경사로를 다 내려와서 다시 편평한 지점에 이르자 산담을 두른 묘가 하나 있었다. 들어가서 묘비를 살펴보니 1981년에 조성된 묘였는데 거기에는이 오름의 이름을 병꽃오름이라고 한글로 새겨져 있었다.

굼부리 바깥 능선을 따라 돌아 나오던 길에 굼부리 안쪽의 모습이 궁금하여 들어가 보았다. 그러나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소나무와 사스레피나무 등 크고 작은 나무들과 청미래덩굴 등이 어우러져 굼부리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도 없었고, 또 이곳에서 바깥쪽 능선이나 정상부의 모습도 바라볼 수 없었다. 그저 이곳이 원형 굼부리였다는 것만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굼부리에서 올라와 다시 탐방로를 따라 북동쪽 낮은 봉우리에 이르니 이곳에도 벤치가 놓여 있었고 동쪽과 북동쪽 전망이 시원하게 바라보였다. 큰사슴이와 따라비오름. 그 사이에 가시리 풍력발전단지 풍차들이 바람에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모지오름과 장자오름, 영주산, 개오름, 백약이오름들이 바라보였다.

세 번째 봉우리를 지나서 처음 올라왔을 때의 갈림길 쯤에 이르자 예전에 원형 굼부리였던 곳이 이곳에서 야트막하게 패이면서 동쪽으로 골짜기가 되어서 내려가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자세히 살펴보면 굼부리가 말굽형으로 되어 가고는 있었지만 아직도 원형의 모습을 약간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탐방로를 따라 한 바퀴 도는 동안 병꽃나무는 한 그루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으로 보아 이 오름의 이름이 병곳오름인 것은 병꽃이 많이 있어서 붙여진 오름이라기보다는 입구에 안내판에 쓰여 있는 것과 같이 오름의 모양새에 따라 불리게 된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병곳오름 지도
병곳오름 지도

위치 :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경

굼부리 형태 : 말굽형(북동쪽)

해발높이 299.1m, 자체높이 113m, 둘레 2,584m, 면적 482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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