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나 때는 말이야, 이렇게 놀았어’(부크크, 2023)

책의 표지
책의 표지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요즘들어 부쩍 추억상자를 꺼내고 싶어졌을 때, 마주하게 된 한 책이 있다.

바로, 양인심 작가의 에세이로 나때는 말이야 이렇게 놀았어라는 책이다.

현재의 탑동지역과 산지물 등 사라져버리고 변해버린 곳들에서 작가가 어린 시절 함께 추억을 쌓았던 동네를 되돌아보며 떠올린 가족과 친구들과의 재미난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구어체로 읽어주듯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는 책이다.

책 안에는 깅이(무늬발게) 잡는 법, 아방(아버지)과 함께 했던 보말잡기, 사라져버린 가방맨이라는 직업 등과 돗통시 이야기 등을 비롯한 다양한 제주의 토속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으니 책을 읽으며 추억을 되돌아보고, 같은 시대를 살았던 친구와 마음의 대화를 나누듯이 읽을 수 있어 책과 함께 추억여행을 떠나기에 좋다.

또한 책의 마지막에는 책을 읽은 뒤 각자의 추억을 쓸 수 있는 별책부록-당신의 나 때는 말이야라는 챕터에 끄적끄적 각자의 추억을 적어놓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바당(바다)에 도착하면 각자 적당한 바위 고망(구멍)을 찾아 고망틈에 막대기를 집어 놓고 물이 어느 정도 들어차야 깅이도 물을 의지해서 슬금슬금 바위 구멍에서 나온다. 우리는 각각의 구멍(고망)에다 준비해간 나무 막대기를 넣고 눈은 고망 안의 주변 깅이의 움직임을 살핀다. 생선 비린내와 생선 기름이 바닷물을 오색 무지개를 만든다.”

P.27 중에서.

 

바다에 들어간 아버지는 물에 잠긴 큰 바위 밑을 손으로 훑어 올린다. 그러면 손안에 보말과 함께 바닷물이 가득 차올라오다 손가락 사이로 바닷물을 촤르르하고 빠져나간다. 가끔 아버지는 물이 깊은 곳으로 갔다가 돌아오곤 했다. 이 하루의 짧은 시간이 아버지랑 나랑 단둘이 했던 유일한 체험이자 추억이다. 이후로 2018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단둘이서 함께 한 시간은 없다.”                                P-72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작가처럼 나 또한 비슷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되어 다시금 어린 시절의 나를 회상하게 되었다.

비록, 내가 살았던 시대는 아니었지만, 작가처럼 나도 바다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제주시에서 태어났든 서귀포시에서 태어났든 바당(바다) 동네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은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공통된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니, 가을바람이 불어와 낙엽이 떨어지는 요즘 같은 날,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어린 아이를 깨워 다시 한번 마주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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