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중문 해상에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다. 지난 4일 오후 2시 서귀포시 중문색달해수욕장 남쪽 4km 해상에 설치된 바지선에서 한화시스템이 자체 개발·제작한 ‘소형 영상레이더(SAR, 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이 발사됐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이 서귀포시 중문색달해변에서 위성을 발사한 이유는 남쪽으로 태평양이 펼쳐져 방해물이 없는 데다 주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건 때문이다. 경사 궤도 조건이나 태양 위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발사할 수 있는 시간대인 ‘런치 윈도우(Launch Window)’ 확보가 용이하다.

제주도는 이번 위성 발사를 계기로 제주에 본격적인 우주기업 투자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한화시스템은 하원 테크노캠퍼스로 불리는 옛 탐라대학교 부지에 위성개발제조 센터를 중심으로 한 한화우주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는 이미 20여년 전에 항공우주 도시 인프라와 국내 항공우주 분야 석학 등 인재가 모이는 ‘인재 요람’과 대한민국 ‘우주 산업의 핵심’이 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민은 당시 ‘제주우주발사센터’ 유치를 반대하면서 우주 산업 핵심 지역으로 나가기 위한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지난 1999년 당시 과학기술부는 적도와 가까운 제주도를 최적지로 판단하고,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를 사업 부지로 선정하기 위한 절차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우주발사센터가 아니라 미사일 발사기지라는 헛소문이 떠돌았고,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등 출처가 불명확한 소문이 지역 주민 사이에 퍼지면서 제주우주발사센터 건설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제주도는 제주우주발사센터가 이미 국제자유도시 지정 개발과 외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며 ‘평화의 섬’ 선포 이미지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제주도를 우주센터 건립지로 선정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이후 정부는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를 입지로 발표하고 2002년부터 우주발사센터 공사에 들어가 2009년 9월 나로우주센터를 완공했다.

이번에도 ‘우주개발이 군사적 위협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주녹색당은 4일 논평을 내고 “핵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수시로 드나드는 해군기지의 존재와 함께 첨단 무기로 사용될 위성 생산 공장 유치는 평화지대가 돼야 하는 제주를 군사기지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민은 20여년전 제주우주발사센터 입지 선정 당시 ‘미사일 발사기지’라는 출처가 불명확한 소문을 믿고 반대 운동에 나섰다. 하지만 제주가 아닌 고흥군에 설치된 나로우주센터는 대한민국 우주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제주도민 사회에서는 ‘제주도는 단독 주택을 지으려고 해도 반대한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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