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직의 음악칼럼

3. 국가와 시민의 협력적인 합창 

국가와 시민의 협력적인 합창 활동은 Keynes의 ‘Arm’s Length(팔길이 원칙)’ 논리와 Baumol과 Bowen의 ‘Baumol’s disease(보몰씨의 병)’의 해결 논리 등 여러 학자 주장의 적용이라 볼 수 있다. 즉, 합창 활동에 대한 국가 예산 투입은 지역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일반 시민의 예술적 시민성 함양 등 미래의 가치를 위한 것이다. 대체로 국가는 예산을 투입하고 시민 사회 단체가 대신 운영하는 형태가 일반적인데 성공 여부는 얼마나 운영주체자인 예술가의 성숙한 시민성이 발현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제주에서 대표적으로 운영되는 국가와 시민의 협력적인 합창 활동으로 ‘탐라합창제’, ‘제주국제합창축제’등이 있고 기악 활동은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제주국제관악제’와 최근 설립된 ‘제주실내악축제’ 등이 있다. 이 모든 활동은 운영하는 음악 전문 주체들이 제주 음악 발전을 위한 순수함과 열정 즉, 성숙한 시민성의 발현으로 제주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탐라합창제’의 경우 올해 기준 17단체의 일반중창단, 합창단이 참가하여 결코 적지 않은 규모를 보였다. ‘제주국제관악제’의 경우 매년 3천 명 이상의 국내외 음악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백여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이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제주국제합창축제’는 매년 천여 명의 국내외 합창인 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활동 모두 문화예술 발전과 시민 사회의 성숙한 시민성 발현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사례도 있다. 2001년에 출범했던 전국단위 활동인 모 축제는 운영주체자의 미성숙한 시민성 발현으로 인해 문제가 야기되고 결국 퇴출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이렇듯 국가 예산 투입과 그것을 운영하는 전문 음악인의 시민성과의 균형은 문화예술 발전의 중요한 요소이다.

4. 합창 발전 위한 필요 요건

일반 합창단이 창단되고 어떤 성격의 방향으로 성장하느냐는 중요하다. 그것은 합창단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에 동의하는 시민의 참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4.1 연주곡 선택

합창단에서의 연주곡 선택은 그 합창단의 성격 즉, 정체성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령, 합창 활동을 자신의 음악적 성장에 목적에 둔다면 예술성이 있는 연주곡을 선택할 것이고 즐겁게 노래하는 목적이라면 단순하고 쉬운 연주곡을 선택할 것이다. 또한, 종교적 색채가 있는 합창단이라면 종교곡을 주로 선택할 것이다. 이렇듯 합창단에서 어떤 연주곡을 선택하는냐는 그 합창단이 정체성과 방향성을 결정한다.

4.2 연습실 확보

합창단의 전용 연습실 확보 문제는 합창단의 역사를 보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연주했던 악보, 연주복, 팜플랫 등 홍보물, 역대 회원 명단 및 연락처 등 보존해야할 자료들이 많다. 전용 연습실이 없는 경우 모든 자료를 대부분 단무장 혹은 총무가 개인적으로 보관하는데 후임자에게 온전히 인계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따라서 자료 손실이 발생하고 결국 합창단의 역사와 그 합창단 만의 독특한 성격 즉, 정체성 보존이 어려워 변질되게 된다. 

가령, 90년대 말 창단 되어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모 합창단은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합창활동을 위해 상임지휘자를 두지않고 국내외 권위있는 지휘자를 객원으로 초빙하자는 게 창단 취지였다. 그러나 회원이 교체 되면서 자료 손실이 발생하였고 원래 창단 취지가 후임자들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못해 변질 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 합창단은 현재 그 목적과 어울리지 않는 상업적인 활동도 하고 있다. 

합창단의 자료 보존은 전용연습실 확보로 해결될 수 있다. 문제는 회원 회비로 운영하는 일반 합창단 재정으로는 임대료와 시설 등 자체 해결이 어려우며 국가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Fery and Pommerehne’의 ‘예술의 가치에 의한 긍정적 외부효과’ 논리를 근거로 한다면 연습실 지원 사업에 국가예산 투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령, 요즘 도시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이 있는데 그 지역에 국가가 연습실을 만들어 공급하면 한 연습실 당 최소 너다섯 합창단이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연습실 5개만 공급하더라도 30개 이상의 합창단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단체가 입주할 수있다. 한 단체당 회원이 최소 20명으로 본다면 600명이 활동하게 되고 더불어 도시 공동화로 야기된 침체된 지역경제에도 다소 도움이 될 것이다.

4.3 합창활동 기회 부여

국가에서 운영하는 전문 합창단의 활동은 정기연주회, 기획연주회, 방문연주회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하지만 그에 비해 일반 합창단은 1~2년에 1회정도의 정기연주회와 드물게 행해지는 초청연주회가 전부이다. 합창 활동 기회의 부족은 합창단의 역동적인 활동에 따른 정체성과 방향성을 형성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그렇다고 정기연주회 이외에 자체 기획을 하는 것은 대부분 일반합창단 재정이 회원 회비로 충당하는 것을 생각하면 추진하기가 쉽지않다. 그래서 국가 예산 투입이 필요하며 민간 단체를 통해 합창 축제나 그 외의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많은 합창단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가령, 2022년 탐라합창제 대상팀에대한 해외 연주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동기 부여와 넓은 시야를 갖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오승직 지휘자 /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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