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의 마음시 감상(118)
하눌타리
- 자화상
한기팔
평생을 기고 걸어도
거기가 거기
내 비록
사슬에 묶여
하늘을 등지고 살아도
마음만은
하눌타리 꽃
바람 부는 곳을 향해 앉으면
꿈꾸면서
헤적거리기에는
우듬지가 길어서
슬픈 것이냐
물 한 모금
떠 마시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우는 듯 웃는 듯
어디론가
끊임없이 가고 있다.
<마음시 감상>
문상금
‘하눌타리’꽃은 바로 시인 자신을 말한다. 바람 부는 날, 하눌타리 꽃은 지상에 뿌리를 둔 채로 마치 하늘을 사모하는 듯 한들한들 헤적거린다. 한평생을 기고 걸어도 거기가 거기인 절망의 상태로 시인은 슬픈 뒷모습을 보이며 어디론가 끊임없이 가고 있다.
시적 대상이 된 ‘하눌타리’의 소소한 자연을 관조하면서 자아를 투영시켜 표현해내고 있다. ‘사슬에 묶여’ 라고 다소 완곡한 시적 표현을 볼 때 시인의 삶은 현실 상황에 많이 억압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는 듯 웃는 듯 끊임없이 가고 있다고 하였지만, 그것은 오히려 떠나갈 수 없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경계에 서 있는 시인의 깊은 비애를 엿볼 수 있다.
예감하였을까, 삶은 슬픈 아름다움이라고. 시인은 자꾸만 구부정하고 흔들렸다. 흔들린다는 것, 바람에 꽃이 흔들려 한 잎 한 잎 떨어지듯, 나부끼듯, 그렇게 시인은 제주적인 소박한 서정을 비장미(悲壯美)로 끌어올려 승화시키고 바람 부는 날 흰 옷을 입고 하늘로 천천히 날아 올랐다.
서귀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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