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애기해녀, 제주일기’(미니멈, 2021)

책의 표지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
이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들의 일상사를 대변하는 속담이다. 산소통 없이 바다 속을 누비는 해녀들이 마주하는 삶의 바다를 제주출신이 아닌 육지출신의 프리랜서 영상 제작자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서귀포 법환좀녀마을해녀학교에서 해녀 교육을 이수하고 서귀포 색달 어촌계해녀로 활동한 서귀포에서의 해녀생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어 눈길이 갔다. 

책에서는 작가가 어릴 적부터 성장하며 겪은 일들과 그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솔직하게 담겨져 있다.

해녀 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는 물론 작가 본인의 지원동기와 면접풍경, 실습, 자격을 획득하는 과정 등과 정식 해녀가 되어 2년간 활동한 내용을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책 속에 담아내고 있어 해녀를 꿈꾸거나 해녀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좋은 입문서가 될 것 같은 책이다.

“제주도에서 해녀가 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해녀학교를 수료한 후 앞으로 활동할 어촌계에 인턴으로 들어간다. 인턴 과정을 마치고 그 지역 어촌계에서 신입으로 받아준다고 허락하면, 그 어촌계 견습 해녀로 물질을 할 수 있다. 견습 해녀로 물질을 하다 수협 조합원 가입 요건을 충족하면 출자금을 내고 수협에 가입한다. 수협 가입 후 1년에서 3년 정도 물질을 하다가 어촌계에서 얘는 우리 어촌계 해녀다라는 얘기가 나오면 마을 총회가 열린다. 여기서 만장일치 찬성으로 받아들여지면 드디어 어촌계 가입비를 내고 정식 해녀가 되는 것이다.”                                             p.60 중에서…

해녀분들의 고령화로 인해 젊은 해녀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말이 들려오지만, 숨 쉬는 기계장치 없이 오로지 자신의 호흡법에 의존해 바다속에서 물질을 해내야 하는 해녀일을 토박이가 되었든 육지 출신이 되었든 도전을 한다는 마음을 먹는것조차 쉽지 않은데, 6개의 수협과 102개의 어촌계가 있는 제주도에서 토박이 뿐만이 아니라 육지출신의 해녀지망생이 제주해녀학교를 졸업하고 인턴과 어촌계 신입 해녀의 시간 걸쳐 정식 해녀로 인정받게 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말로만 듣던 불턱문화(불을 피우는 터)를 실제로 경험하게 될 줄이야. 고무옷 입으면 바로 바다로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옷 갈아입고 나오니 삼촌들이 너른 바위에 옹기종기 앉아있었다. 물질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모여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들어간다고 한다. 살아있는 불턱 문화인가!”                                                     p.99 중에서…

현재는 신식휴게소와 따뜻한 잠수복이 있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불턱이지만,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물질에 앞서 도구를 챙기거나 작업복을 갈아 입는 탈의실 개념의 공간이자 서로 안부를 나누며 이야기와 먹거리를 주고 받으며 동료애를 꽃피우는 해녀공동체문화의 상징인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제주 생활을 청산하고 상경하는 임시휴업이라고 마지막장에 써진 것으로 보아 이 시리즈의 후속권은 어려울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색달어촌계에서 해녀생활을 한 애기해녀의 제주일기를 읽어보며 제주해녀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