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왈종 화백

33년 전 서귀포시 정착
‘제주생활의 중도’ 연작
2013년 왈종미술관 건립
최근 ‘중도의 섬 제주’전

이왈종 화백 (사진=방자연 인턴기자)

이왈종의 예술은 제주를 떠올리게 하고 제주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하는 생명력과 힘이 있다. 그의 화폭엔 제주가 있고, 제주 사람의 삶이 녹아있고 이상향으로서의 제주가 스며 들어 있다는 점에서, 제주를 벗어난 이왈종의 예술은 상상할 수 없다. 밝고 화사한 색채로 그려진 이왈종의 작품은 감상하는 이에게 행복한 일탈을 꿈꾸게 한다.

제주의 화가로 알려진 이왈종 화백(78)은 제주에 정착한 33년간 제주 생활의 중도(中道)와 연기(緣起)란 주제를 가지고 한결같이 그림을 그려왔다. 최근 이 화백은 새로운 예술인 미디어아트로 복합문화예술공간인 빛의 벙커에서 이왈종, 중도의 섬 제주()을 선보이고 있다.

14, 서귀포시 동홍동 정방폭포 곁에 자리 잡은 왈종미술관 3층 작업실에서 이 화백을 만났다. 이 화백은 몇 년 전 빛의 벙커, 클림트()을 관람한 적이 있다. 그때 그림이 정체돼 있지 않고 살아 움직였는데, 원화와 전혀 다른 전율을 느낀 적이 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이 화백은 이번 전시가 빛의 벙커가 선보이는 첫 국내 작가 전시로 알고 있다. 전통 회화 기법으로 골프·요가 등의 현대적 소재를 그려 현대판 풍속화를 생동감 있게 구현하며, 제주의 아름다움을 주로 화폭에 담아왔다라면서 제주도와 한국의 예술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 말에 전시 제안을 받아들였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이왈종 화백의 풍부한 색채와 자유로운 화면 구성을 극대화한 연출로 영상, 3D음향, 빛 등을 사용하는 신기술로 만든 미디어아트이다. 이왈종 화백은 평소 새벽 일어나 구상하고 스케치하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한다. 평면작업부터 목각·조각·도자기까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왔다. 이런 이 화백은 10여년 전부터 시대가 변화면 예술 작품의 표현방법도 달라져야 한다며 미디어아트를 시도했다. 그래서 왈종미술관 개관 당시 제주 생활의 중도’ 70여점을 바탕으로 미디어아트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화백은 한 가지에만 몰두하면 지루하다. 늘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생각이 닿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그려 나갔다. 그러다 보니 대중에게도 좋은 평을 얻은 것 같다라면서 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은 과학과 예술이다. 과학과 예술을 떠나서는 안 된다. 이런 면에서 항상 바뀌어야 하고 침체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화백은 작가는 우선 개성이 있어야 한다. 자기만의 세계, 자기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이번 전시에서 꽃이 들어간 작품에는 원근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라면서 세상의 가치관을 무시하고 남들보다 밝은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봐 행복을 키우고자 했다. 사람들이 작품을 보며 행복한 순간을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화백은 33년 전 추계예술대 교수직을 뒤로하고 서귀포시에 정착했다. 우연히 찾은 서귀포시는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해서였다. 정착 초기, 이 화백은 보목마을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고교 시절 정방폭포에 왔는데, 지금의 주차장에는 눈 쌓인 동백꽃이 심어진 초가집이 자리 잡고 있었고, 창 너머 굿판이 보였다. 이 장면이 이곳에서 가까운 보목마을로 이끈 것이다.

이 화백은 서귀포가 베푼 것을 갚으려 16년간 어린이들게 무료로 미술을 가르쳤다. 재료도 대주고 장학금도 줬다. 서귀포신문과의 인연은 어린이 모집 광고를 게재하면서였다. 이는 이 화백이 서귀포 신문에 10년간 삽화를 보내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왈종미술관은 2013년에 개관했다. 이 화백에게 서귀포시가 준 행복에 대한 보답의 선물이다. 왈종미술관 정원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진다. 이 화백은 정원에는 계절이 바뀌며 다른 종류의 꽃들이 핀다. 이들은 작품 소재이다. 가까운 곳의 자연을 느끼며 작품활동을 하고 싶은 의도에서 꽃들을 심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 매체로 새로운 전시를 보여준 이번 전시에 이어 또 다른 매체로 작품활동을 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화백은 유통기한이 지나서라면서 웃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왈종 화백은 1945년 경기도 화성에서 출생했다. 동양화가인 그는 수묵화의 고전적 양식에서 벗어나 수묵채색의 현대화를 추구하며 한국화의 현대적 접목을 시도했다. 추계예술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0년에 제주로 내려와 작품에 몰입한 그는 제주 생활의 중도라는 미학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 평면에서 부조, 목각, 판각, 도자기 향로 등이 그것이다. 20135월 이 화백은 사재를 털어 정방폭포 바로 곁에 왈종미술관을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원화·판화·부조판화· 도자기 등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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