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의 마음시 감상(119)

사는 일

나태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에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마음시 감상>

시인 문상금

오늘이라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의 일상을 걸어가는 길과 연관하여 삶의 모든 상황을 시인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로 표현하였다.

마치 물이 부드럽게 흘러가듯이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며 일찍 떠나버린 차를 놓치고 땀 흘리며 걸어갈 지라도 길을 걸어가는 여정은 나쁘지 아니하였다. 아니 오히려 더 좋은 길이었다. 만나지 못했을 바람이며 멍석딸기 그리고 물총새의 쪽빛 날갯짓도 우연히 조우하였으므로.

사는 일걸어가는 일과 같다. 삶에는 힘든 일도 있고 쉬운 일도 있고 또 가끔 돌아가는 길에서 가치를 지닌 아름다움들을 발견하듯 시련과 고난을 통해 하루의 긍정을 잘 이끌어내고 있다. ‘잘 살았다는 겸허한 마무리가 방점을 찍는 것처럼 마음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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