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귀포시 예산이 확정됐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서귀포시는 내년에 모두 1조2394억원을 집행한다. 물론 추가경정예산 등을 감안하면 내년 예산은 2023년 제주도의회 심의를 마친 본예산보다 많아진다. 내년 예산은 본예산 기준으로 올해 1조2154억원보다 240억원(2.0%) 늘어난 규모다.

올해보다 내년 예산이 240억원 늘었다고는 하지만 공무원 인건비와 기관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 시민을 위해 사용 가능한 재원은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귀포시의 중앙 절충력 등으로 인해 중앙지원 사업이 올해보다 724억원 증가했다는 것이다. 열악한 재정 상황을 감안할 때 중앙정부의 지원은 서귀포 입장에서는 절실하다. 중앙지원 사업을 확보하면 지방비도 따라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서귀포시의 중앙지원 규모 확대가 서귀포 재정 운용에 숨통을 트이게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예산 가운데 자체 사업은 올해보다 486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체 사업비가 감소했다는 것은 서귀포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비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귀포시가 시민을 만나고,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서귀포 시민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계획하는 사업 상당수가 자체 사업이다.

서귀포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했거나, 준비하는 사업도 내년에 차질이 불가피한 사업이 상당수다. 대표적인 것이 서귀포글로컬페스타(K-POP 콘서트)와 서귀포형 웰니스 거리 조성 사업이다. 제주도의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내년 서귀포글로컬페스타 사업비 전액이 삭감됐다. 올해 처음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람객 대비 부족한 티켓 배부 창구와 예고 없는 지연 등 일부 문제점이 겉으로 드러난 예산 삭감의 이유다. 서귀포형 웰니스 거리 조성 사업은 서귀포시도 전액 삭감을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다.

K-POP콘서트와 서귀포형 웰니스 거리 조성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은 서귀포시 예산이기 때문 아니냐는 목소리도 시민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제주시는 인구수가 많다보니 제주도 예산도 제주시 중심으로 편성되고 있다는 불만도 서귀포 시민들의 단골거리가 된지도 오래다. 물론 제주도의회가 예산을 심사하면서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을 원안 그대로 처리할 수는 없다. 제주도의회는 도민의 혈세가 제대로 사용되는지 제주도민을 대신해서 들여다보고, 감액 등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단일 광역체제인 제주특별자치도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인다.

서귀포시가 지역 실정에 맞다고 판단해 예산을 직접 편성하고, 서귀포시의회가 서귀포 시민을 대신해 예산을 점검한다면 내년 예산처럼 서귀포 자체 사업 예산이 전년보다 감소했을지 의문이다. 내년에는 서귀포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이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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