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직의 음악칼럼

5. 합창음악 향유 기회 확대

여기서 본질적인 합창음악이라 함은 시와 음 등 음악의 기본적인 요소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 행위를 말한다. 유행을 좇는 대중적인 요소와 상업적인 요소를 배제한 순수 합창 음악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연주 형태이다. 이것은 합창음악에 대한 근원적인 소양과 예술적 시민성 함양에 큰 영향을 끼친다.
현재 제주에는 이런 본질적인 합창음악을 공급할 수 있는 단체는 도립 제주합창단, 서귀포합창단 정도다. 하지만 이 단체들은 관 주도형이라 일반 시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또한, 다양한 시민 사회의 음악적 취향을 고려해야 할 책임이 있어 본질적인 합창음악을 깊이 있게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 사회의 예술적 시민성 발현으로 인한 시민 주도형 활동은 이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개최된 제1회 오승직전문합창연구발표회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전문적인 합창음악은 일반합창단이 수행하기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전문 연주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제주에도 직업합창단으로 활동하지 않는 전문 연주자들이 꽤 많이 있다. 그들이 본질적인 합창 연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가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유능한 인재를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6. 다양한 주제에 의한 창작
지금은 없어졌지만, 탐라전국합창축제는 본격적인 제주 소재 합창음악 창작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후 ‘해녀’와 ‘4.3’을 주제로 한 창작곡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국가 예산 지원에 기인한다. 

물론 ‘너영 나영’ 등 제주 민요를 주제로 한 창작곡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해녀’와 ‘4·3’과 연관된 곡들 즉, 다소 무거운 느낌의 창작곡에 국가 예산이 많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우리 제주는 ‘영주십경’과 같은 눈부신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또한, 우리 제주인의 삶이 불행한 날로만 차 있을까라는 물음엔 ‘아니오’이다. 앞에 언급했듯이 ‘너영 나영’은 남녀의 참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창작의 방향은 ‘해녀’와 ‘4·3’에서 더 나아가 ‘영주십경’ 등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감성, 정다운 삶의 이야기를 무겁지 않은 느낌의 합창음악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그리고 예술성 있는 작품들이 재연주될 기회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7. 나가며

제주의 합창 활동은 1962년 탐라합창단을 시작으로 발전하여 현재 50여 개의 합창단이 활동하고 있다. 탐라합창단은 당시 6·25전쟁으로 피난 내려온 음악인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일반 시민의 예술적 시민성 발현으로 시작되었다. 
81년 제주대학교 음악교육과 신설은 전문 음악인을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85년 제주시립교향악단, 87년 합창단 창단의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그것은 제주 시민 사회에 규칙적으로 예술작품을 연주, 공급하였고 일반 시민의 예술적 시민성을 깨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후 탐라합창제, 제주국제관악제, 제주국제합창페스티벌, 제주국제앙상블축제 등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 민간 주도의 활동으로 발전하였다. 이것은 전문 음악인의 시민성 발현에서 더 나아가 일반 시민의 예술적 시민성 발현으로 확대되었음을 보여준다.

경제적 안정 속에서 좀 더 의미 있고 윤택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일반 시민의 예술적 시민성 발현은 현재 50여 개의 합창단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양적 성장은 정체성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정체성 형성은 그 합창단의 독특한 성격과 성장 방향성 등 성숙한 예술적 시민성을 발현하는데 중요하며 그것을 위한 연주곡 선정, 연주 기회 부여, 연습실 확보 등이 필요하다.

국가 예산 투입은 시민 주도의 예술가와 일반시민의 예술적 시민성 발현을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일반합창단의 정체성 형성 즉, 성숙한 예술적 시민성 발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합창 활동의 급격한 양적 성장 속에서 재정 부족으로 인한 운영의 한계에 따른 정체성 혼란이 다소 미성숙한 예술적 시민성이 발현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주의 합창음악 발전은 음악 전문가의 성숙한 시민성, 전문 음악인의 시민성에 의한 활동에서 좀 더 확장된 시민 주도의 예술적 시민성 발현, 일반합창단의 정체성 형성 즉, 순수함과 열정의 성숙한 시민성 발현, 이것들을 뒷받침하는 국가 예산 투입으로 귀결된다.     
                                                                        오승직 지휘자 /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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