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신비섬 제주유산’(블랙피쉬, 2023)

책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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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1220, 이 날이 무슨 날인지 아는가?

조천 만세운동과 법정사 항일운동과 더불어 제주의 3대 항일운동 중 하나인 제주 해녀항쟁일 이날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주 해녀항쟁 시작일이 되는 이 날은 연인원 17130명이 참여하고 238회에 이르는 집회와 시위를 한 결과 승리로 장식할 수 있던 날이자, 제주도에서 일어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운동이자 항일운동으로 바다의 딸들인 해녀들이 억압과 차별에 맞서 싸웠던 항쟁이다.

12월을 맞이하여 해녀항쟁의 배경과 경과, 그리고 이로 인해 일어난 변화 등에 알아보고자 제주출신 고진숙 작가의 신비 섬 제주 유산을 읽었다.

신비 섬 제주 유산은 탐라국이었던 제주의 역사부터 한라산, 오름, 감귤, 화산섬 등의 문화와 자연 이야기를 한 권에 담은 책이다.

1년을 테마로 삼아 52주 동안 1월부터 12월까지 열두달로 나눠 1월에는 제주도 어디를 가야 멋진 자연을 볼 수 있고, 4월에는 제주도의 어떤 역사가 담겨있는지 그리고 12월에는 제주해녀항쟁의 이야기등을 각 계절마다 가면 좋은 코스를 선별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 다양한 문화 유적지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돕고 있는 책이다.

“1930년 성산포에서 또 저울을 속인 사건이 벌어졌고 이를 계기로 해녀항쟁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해녀들의 투쟁 방식은 놀랍기 그지 없었다.

우선 연대투쟁을 시작했다. 하도리 해녀뿐만이 아니라 같은 처지의 해녀들이 있는 구좌·성산 지역의 해녀들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행동을 같이하기로 뜻을 모았다. 해녀조합장인 일본인 제주도사와 담판을 시도한 것이다. 해녀복과 머릿수건, 호미와 빗창은 해녀의 상징인데 이런 복장으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새화장날을 시위와 행진의 장소로 이용했다.”

-p.509중에서

산소압기등의 장비 없이 바다에 척척 뛰어드는 제주바다의 딸들이자 천역으로 천시받던 해녀들과 항쟁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인데 이 두 단어가 합쳐진 해녀항쟁이 12월달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부끄럽게도 서귀포토박이라고 자부하면서 세화오일시장에서 시위와 행진이 진행되기 전 해녀항쟁의 불이 붙게 해준 것이 서귀포 성산포해녀들이였다는 사실과 더불어 빗창과 호미등의 물질도구로 해녀시위 현장에 들고 나와 앞장서서 항일투쟁을 한 제주의 해녀들이 항쟁을 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 언급되지 않았고 미디어에서도 다루지 않았다보니 알지 못했고 알 수가 없었는데, 91년간의 잊혀진 기억이자 항쟁인 12월 제주해녀항쟁이 국내 최대 여성항일운동이였음을 12월이 지나가기 전에 다시금 기억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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