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제주도 올래와 정낭’(각, 2022)

책의 표지 
책의 표지 

“올래가 집이라고?”

올래길로 알고 있었던 올래가 개인 소유의 집이라고 하는 글을 읽고서 의아함에 빠진 적이 있다.

의아함을 던져준 글은 바로 제주도 토박이 건축사인 송일영 저자의 <제주도 올래와 정낭>이라는 책의 리뷰였는데 그래서 즉시 서점에 가 책을 구입한 후 의문점을 풀어나가보고자 책을 읽었다.

제주 올래에 대한 정확한 유래와 뜻을 짚어준 책 <제주도 올래와 정낭>은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제 1장은 문헌을 통해 바라본 ‘제주의 모습’이고 제2장은 저자가 가장 알리고 싶어했고 내가 가장 알고 싶었던 ‘올래’를 다루고 있으며 제 3장은 올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정낭’을 다루고 있다.

또한 제주도 토박이답게 본문에 제주사투리와 역사, 신화적 요소등을 전통 생활풍습을 찍은 사진과 함께 삽입해 차용하여 개연성있게 풀어나갔으며 제주도의 속담과 민요 그리고 시에 나타나는 올래와 정낭이라고 풀어내 읽는 이들로 하여금 흥미를 잃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서귀포 표선리 외할머니 댁에서 태어난 송일영 저자는 우연히 티베트 오지마을의 민가에서 나무로 만든 정낭이 어린시절을 지낸 표선리 외가댁에서 본 정낭을 떠올리게 해서 이를 계기로 '올래'와 '정낭'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고 이후 30년 가까이 올래와 정낭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 않고 발품을 팔면서 자료를 모았다고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무엇을 올래라고 하는가?올래는 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즉, 집안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올래는 불특정 다수가 있는 공적 공간인 길에서 분리되어 적정한 길이와 넓이로서 마당까지 이어지는 사적 공간이다. 올래는 양쪽으로 돌담으로 쌓아서 이웃집과 구분하고 집안에 있는 우영팟과 같은 다른 공간과도 구분한다. 이렇게 구분하는 것은 초법피신처(超法避身)이기 때문이다. 올래 입구에 설치되는 정낭 안으로는 외래인과 도둑이 넘어 들어오지 않는데, 이는 예부터 정낭 안에는 사람이 살고 정주목을 통해 내려온 천신이 가호하는 성역이란 민속이 있어 왔다. 도둑이 정낭을 넘어 오려면 얼마든지 넘어 올 수 있는데도 그렇지 못하는 것은 올래가 곧 성역이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정낭정신은 지금도 제주사람의 피 속에 흐르고 DNA로 남아 있는 것이다.”

- P83~85 중에서...

올래는 집안으로서, 길에서 마당까지의 드나드는 공간을 말한다는 사실과 올래는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며, 우리 마소를 보호하고 외부의 마소로부터 바람을 눅여주고 보호해준다는 것을 토박이이지만, 책을 읽고나서야 처음으로 올래와 정낭의 제대로 된 의미(뜻)와 유래를 알게 되어 부끄러웠다. 그리고 삼한 시대에 도둑이 몸을 숨겼던 곳인 신성한 성역의 장소인 ‘소도’가 떠올려졌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매우 신성한 곳이라는 표시로 '솟대'를 세워 두었던 이곳은 '제사장'이 다스리는 특별 구역이어서 죄인이 들어와도 함부로 잡아갈 수 없었던 것처럼 비록 지금시대에서는 미신이라고 치부될지라도 옛 제주의 민가에서는 신이 가호하는 곳이자 개인의 사생활을 영위하는 나의 집안에 올래와 정낭이 존재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제주문화대전에 나와 있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고, 위키디피아등 다른 사전류도 마찬가지로 비슷하게 나와있다. 결론은 올레(올래)란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이라는 것이다. 올래를 시각적으로만 바라보고 느낀 관점에서만 설명하는 것에 대하여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좀 더 연구하고 주의 깊에 조사하였으면 정확한 올래가 일찍이 정의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올레길, KT의 올레, 가수 장윤정의 올레와 같은 파생상품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국어,건축,고고학 등 관련 학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올래에 대한 정의를 올바로 정립하지 못하여 생긴 불찰이 아닐까?”

P107~108 중에서…

정낭은 어릴 때 본적이 있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올레(올래)라는 단어는 올레길 열풍이 불어닥쳤던 그때에서야 알게 되었을 정도로 그동안 올래와 정낭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가질 필요성을 솔직히 느끼지 못했다. 그랬기에 올레길로 널리 쓰이고 KT올레 등이 쓰여지는 것을 당연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여졌다. 이제부터라도 제주도의 관련된 많은 학자들을 비롯한 민간 연구자들이 힘을 모아 용어 정립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을 해주길 바래본다.

토박이 건축가가 들려주는 올래와 정낭의 이야기들을 함께 들어보는 건 어떨까.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