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호남 도시공학 박사

강호남 박사
강호남 박사

요즘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집값이 오를까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까요?” 나는 , 더 오를 겁니다. 능력이 되신다면 걱정 말고 집을 사세요.”라고 답변한다.

이 질문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있다. 줄어가는 인구구조에 대한 걱정과 나라의 근원적 성장 동력에 대한 걱정이다.

인구구조에 대한 답변은 간단하다. 우리나라 인구는 줄어들지 않는다. 줄어드는 것은 순수 혈통의 한국인일 뿐이다. 줄어드는 빈자리는 외국 혈통의 한국인들이 채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살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의료보장제도, 대중교통, 생활기반시설은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경제활동이 용이한 나라다. 약간의 노동력만으로도 적정한 수입을 거둘 수 있으며, 그 수입을 자국으로 송금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심지어 주식,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어 돈을 벌고 그 수익을 자국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나라의 근원적 성장동력에 대한 걱정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적어도 한 세대 이상 무리 없이 성장할 것이다. 한국은 세계인들이 거주하고 경제활동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어 많은 경제활동이 벌어질 것이다. 그 결과 발생한 부는 이 땅에 쌓여간다.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나? 당연히 문제가 있다. 그것은 소프트웨어적 문제다. 우리나라가 구축하고 보유한 인적 자원, 생산 설비, 기업 시스템, 행정 시스템 등은 우수하다. 그런데 이것을 이끌어갈 사람들이 문제다. 사람들은 우수한데 무엇이 문제인가? 그건 규제의 증가와 근로의욕의 저하다.

세계역사를 보면 나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은 나라가 쌓은 부로 인하여 차세대들이 근로의욕의 쇠퇴를 보이고, 관료제가 발달함으로써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규제가 발달하는 데 있다.

1500년대 중반 베네치아 공화국은 유리, 직물, 가죽 염색으로 큰 돈을 벌었다. 그러자 정부는 무거운 관세를 부과했다. 결과적으로 직물 가격이 두 배로 상승했다. 이후 직물 시장점유는 영국이 가져간다. 1600년에는 45세 이상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15%에 불과했다. 그러나 1690년이 되자 절반에 육박한다. 젊은이들의 진출기회를 규제를 통해 막아버렸다. 돈을 이미 벌어들인 귀족과 상인들은 토지 임대에 집중했다. 비즈니스 확장이나 신제품 개발보다 돈을 벌기 더 쉬웠기 때문이다. 기회들은 사라지고 근로의욕이 급격히 떨어진다. 1700년대에 들어 외세 침입에 시달리던 베네치아 공화국은 1797년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멸망한다.

14056월 길이 137미터의 선박 6228,700명의 선단이 쑤쩌우를 출발했다. 일곱 차례에 걸쳐 동남아, 인도, 아라비아와 아프리카 연안까지 도달했던 정화 원정대는 1434년 정화의 사망과 함께 막을 내린다. 그 후 명나라 정부는 항해용 선박 건조를 금지하고 상인을 멸시했으며 인쇄술 보급도 금지했다. 관료들의 이익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나라는 그 후 이렇다 할 경제발전을 이루지 못했고 재정적자와 가혹한 세금으로 1644년 멸망한다.

중세 시대 강자들인 베네치아와 명나라의 하드웨어는 세계 최고였다. 그러한 그들을 쇠락의 길로 가게 한 것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각종 규제였고 그 결과 나타난 근로의욕의 쇠퇴였다. 이는 경제발전을 멈추게 했으며, 결국 심각한 재정문제를 낳다가 국가의 기초적 방어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사회시스템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문제는 그 열매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방어적 태도다.

규제를 강화하는 관료제의 성장은 억제되는 게 좋다. 편안히 안주하려는 경제시스템을 배제하고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실험을 장려해야 한다. 차세대가 경제권으로 진입하는데 장벽이 없어야 한다. 새로운 시도를 격려해야 한다. 그들은 장차 나라를 이끌 성장 주역이며, 근원적 발전 동력이다. 그들은 우리의 미래를 안전하게 만들 것이다.

이것이 새 시대를 여는 정신이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 말고 새로운 사람들을 받아들이자.

 

저자 소개     

       서귀포시 출생,  남주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도시공학 박사

       건축시공기술사,  (주)델로시티 상무

       서경대학교 경영문화대학원 경영학과 겸임교수                            

       서울시 중구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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