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4.3 기간 이후 '첫 인정' 희생자 유족
"한 순간 아들.장손 잃은 부친, 평생 한 풀지 못해"
1956년 10대 2명 숨져...4.3위원회 최근 희생자 결정

제주4·3사건으로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된 2년 후의 19565월 어느 날.

지금의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서 살았던 삼촌 김동만군(당시 14)과 조카 김창수군(당시 10).

손을 맞잡고 행복한 웃음을 지으면서 울퉁불퉁한 밭을 지나 방목한 소를 데리러 갔다.

그러다가 그곳에 떨어져 있던 낯선 물체를 건드렸다.

~.”

굉음과 함께 불꽃이 퍼졌고 주변은 피로 얼룩졌다.

시신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됐다.

웃음은 사라졌다.

68년이 지난 지금도.

 

제주4·3사건으로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된 2년 후의 1956년 5월 삼촌 김동만군(당시 14세)과 조카 김창수군(당시 10세)이 방목한 소를 데리러 갔다가 폭발물에 의해 숨졌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는 ‘4·3 사건’ 기간 이후에 폭발물로 인해 숨진 2명에 대해서 4·3사건과의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해 희생자로 결정했다. 故김동만군의 동생인 김기만씨(78)와 故김창수군의 동생 김창용씨(73)가 마당에 심겨진 동백꽃을 만지고 있다.
제주4·3사건으로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된 2년 후의 1956년 5월 삼촌 김동만군(당시 14세)과 조카 김창수군(당시 10세)이 방목한 소를 데리러 갔다가 폭발물에 의해 숨졌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는 ‘4·3 사건’ 기간 이후에 폭발물로 인해 숨진 2명에 대해서 4·3사건과의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해 희생자로 결정했다. 故김동만군의 동생인 김기만씨(78)와 故김창수군의 동생 김창용씨(73)가 마당에 심겨진 동백꽃을 만지고 있다.

제주 4·3 특별법에 따르면 제주 4·3’19473월부터 19549월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된 날까지인 77개월 동안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가슴 아픈 비극의 역사다.

그동안 결정된 희생자는 법에서 명시한 ‘4·3 기간내에 희생당한 이들이다.

하지만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한덕수)는 지난 11‘4·3 사건기간 이후에 폭발물로 인해 숨진 2명에 대해서 4·3사건과의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해 희생자로 결정했다.

2002년부터 순차적으로 결정된 제주4·3사건 희생자 및 유족은 모두 125316(희생자 14822, 유족 11494)이다.

이에 따라 김동만군과 김창수군은 ‘4·3 기간이후 숨진 피해자로는 처음으로 ‘4·3희생자로 인정됐다.

지난 22김동만군의 바로 밑에 동생인 김기만씨(78)가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는 식당에서 만난 김동만군과 김창수군 가족들은 한 순간에 아들과 장손을 잃은 아버지는 슬픔과 한을 안고 살아가다가 사고 후 10년도 지나지 않아서 한을 풀지도 못 하시고 돌아가셨어요. 이제라도 그 한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입을 모아 고마워했다.

김기만씨는 갑자기 하는 소리에 심부름을 가던 형님과 조카는 온 세상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사라졌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라는 말도 저희 가족의 아픔을 표현하지 못해요. 눈을 뜨면 볼 수도, 손을 뻗으면 껴안을 수도 없는데 그날의 일은 생생하기만 해 가슴이 아파요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형님과 조카를) 제주4·3평화공원에 모셔 불쌍한 영혼을 달래드릴 수 있을 것 같아 (희생자 결정에) 너무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김창수군의 동생인 김창용씨(73)저희 유족들은 수류탄이 있던 곳이 4·3 당시 무장대와 군인, 경찰들이 수시로 드나든 곳이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3년 전부터 4·3 희생자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었다라며 “20227월에도 희생자 결정을 위해 4·3위원회의 심사를 받았지만 심사 보류되면 인정받지 못했는데 68년 만에 인정됐다는 것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었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와 제주도가 진상규명 등을 통해 또 다른 유족들의 응어리진 한과 슬픔을 지속적으로 풀어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비극의 아픔은 오롯이 유족의 몫으로 남았지만 유사 사례에 대한 심사가 유리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가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2021년에 접수받은 7차 희생자 및 유족 신고 건에 대해 심의·결정이 27개월 만에 모두 마무리됐다라며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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