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 이야기(119)

남쪽에서 바라본 소소름 전경
남쪽에서 바라본 소소름 전경

제주섬에는 옛날부터 소와 말과 돼지를 많이 키웠었기 때문에 이 가축들은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동물이었고, 특히 소는 척박한 땅을 일구고 가꾸며 농사를 지었던 제주 사람들에게는 농촌의 집마다 한 두 마리씩은 꼭 키웠던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었다. 그래서 오름의 이름에서도 소와 관련하여 불리는 오름들이 여러 개 있다.

소와 관련하여 이름이 붙여진 오름들로는 우도면의 쇠머리오름과 쇠머리알오름, 조천읍 함덕리의 서우봉(서모봉), 표선면 토산리의 소소름, 남원읍 수망리의 쇠기오름, 서귀포시 색달동의 우보오름, 한경면 저지리의 송아오름 등 7개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오름은 소소름으로, 소소름은 표선면 토산리 지경의 오름으로 토산리 지경으로는 가장 북쪽 끝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토산1리 사무소에서는 북북서 방향으로 직선거리 약 2.2km 지점에 있으며, 토산1리 사무소 동쪽 사거리에서부터 토산중앙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원님로와 만나는 지점 쯤에 위치하고 있다.

▲ 이름의 유래
소소름은 오름의 모양이 마치 소(쇠)가 누워 있는 형국이라 하여 ‘쇠오름’이라 하기도 하고, 소가 갸름하게 누워 있는 형상과 비슷하다 하여 쇠와 갸름하다는 뜻의 제주어 소름이 합쳐져서 ‘소소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를 한자로 표기하여 우악(牛岳)이라 한다.

이 오름은 소름하게 누워 있는 소에 비유하여 ‘쇠소름 · 소소름’이라 명명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어쩌면 예전에 소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되었기에 소와 연관 지은 것이 아닌가 한다. 어떤 이는 이 오름에 소새(솔새의 제주어)가 많은 데서 ‘소새오름 · 소소름’으로 불렸다는 주장도 피력한다. [‘오름오름미들’에서 참조함]

지도에서 오름의 형상을 보면 마치 넓은 들판에서 풀을 잔뜩 뜯어먹어 배가 부른 소가 드러누워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듯한 형상으로 볼 수도 있었다.

▲ 소소름을 찾아가는 길
소소름을 찾아가는 길은 두 군데에서 안내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중산간동로의 남원읍 수망리에서 신흥리 사이의 신흥 사거리 로터리에서부터 표선면 가시리 쪽으로 원님로를 따라 약 2km쯤 가면 해비치 골프장으로 올라가는 도로인 원님로 386번과 만나서 갈라지는 로터리에 이르게 된다. 이 로터리에서 가시리 방향으로 약 1.4km를 가면 토산중앙로와 만나는 사거리에 이르게 되고, 이곳에서 남쪽으로 소소름이 가까이 보인다. 다시 이 사거리에서 토산중앙로를 따라 남쪽으로 180m를 가면 오름 북동쪽 기슭의 토산배수지에 이르게 되며, 이곳에서부터 탐방로가 시작된다.

둘째, 표선면 토산1리 마을(웃토산)의 토산1리 사무소 동쪽 50m 지점의 사거리에서부터 토산중앙로를 따라 북쪽으로 약 2.6km를 가면 오름 북동쪽 기슭의 토산배수지에 이르게 된다.

탐방로는 토산배수지 옆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하기도 하며, 다른 시작점은 토산배수지 앞에서부터 남쪽으로 약 280m를 내려간 지점에서 숲속으로 들어가는 탐방로가 시작된다.

소소름 정상부에서 바라본 풍광
소소름 정상부에서 바라본 풍광

▲ 소소름의 지형과 식생

소소름은 표선면 토산리의 북쪽 끝 경계 쯤에 위치한 오름으로, 이 오름의 북쪽을 지나는 원님로가 토산리의 북쪽 경계가 되며, 오름의 서쪽 기슭을 따라 흐르는 솔내(松川)는 표선면과 남원읍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시내이다.

오름의 높이는 그리 높지 않아 자체높이가 42m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멀리서 보았을 때는 오름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가면 주변에 다른 오름이 없음으로 인하여 오름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인다.

이 오름에는 북쪽과 남쪽에 각각 봉우리가 하나씩, 두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남쪽 봉우리가 정상부다. 그리고 두 봉우리는 매우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져 있으며, 두 봉우리를 잇는 능선의 서쪽편으로 말굽형 굼부리가 살짝 구부러져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오름의 바깥 경사면은 북쪽 봉우리에서 내려가는 북동쪽 면의 경사로가 매우 완만하고, 남쪽 봉우리에서 남서쪽 면의 솔내 방향으로는 약간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오름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은 대부분 소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사스레피나무가 군락을 이루어서 자라고 있는 부분이 있고, 동쪽 기슭 일부에는 후박나무가 군락을 이루어서 크게 자라고 있는 곳이 있다.

남쪽 정상부 봉우리 부분과 봉우리의 동쪽 경사면 일부에는 억새와 띠풀이 우거져서 자라고 있으며, 북쪽 봉우리와 두 봉우리를 연결하는 능선의 탐방로 주변에도 나무가 우거지지 않는 부분에는 띠풀이 자라고 있다.

오름 주변에는 마을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거의 대부분이 경작지로 이용되고 있다.

▲ 소소름 탐방
소소름은 탐방객이 많이 찾지 않고 오름 마니아들이 가끔 찾아오는 오름이어서 탐방로는 오름 북쪽 편의 토산배수지 옆에서부터 올라가는 길이 거의 유일하였다.

이번에 찾아갔을 때는 우선 오름 동쪽 편 도로가 달라져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도로는 좁은 농로였었는데, 이번에 찾아갔을 때는 중앙 차선까지 그려져 있는 왕복 2차선으로 넓고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그래서 이 도로를 따라 천천히 차를 몰며 내려가다보니 오름 동쪽 편 기슭의 어느 지점에 탐방로 시작점임을 표시하는 끈이 묶여 있었고, 그곳에서부터 숲 사이로 올라갈 만한 곳이 있었다. 원래는 이곳이 탐방로 시작점이 아니었는데 도로가 확장되면서 이쪽으로도 탐방로가 열리고 있는 것 같았다.

도로변 안쪽으로 차를 한 대 세워둘 만한 공간이 있어서 그곳에 차를 세우고 탐방을 시작했다. 탐방로로 들어서니 온통 빽빽하게 우거진 후박나무 숲이었다. 아름드리로 굵고 크게 자라고 있는 후박나무 아래에는 나뭇잎들이 가득 쌓여 폭신하고 아늑하였다. 그 사이로 누군가가 나뭇가지에 묶어 놓은 끈이 이정표 역할을 하여서 탐방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후박나무 숲을 벗어나니 소나무가 드문드문 자라고 있는 곳에 까마귀쪽나무, 사스레피 나무 등이 우거져 있었고, 식나무와 동백나무들도 함께 어우러져 자라고 있는 숲이었다. 우거지 숲을 헤치며 오르느라니 나무가 없는 공간에는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어느새 남쪽 봉우리 정상부에 이르렀다. 정상부에는 억새풀이 우거져 있는 제법 넓은 공간이 있었고 억새가 우거진 공간 주변은 온통 소나무 등으로 둘러싸인 숲이었다. 

북쪽과 동쪽, 서쪽 일부는 우거진 나무로 인하여 경관이 가려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남쪽으로는 크게 자란 나무가 없어서 공간이 트여 경관을 바라볼 수 있었다. 트여 있는 공간 너머로 가세오름과 북망산과 토산봉이 바라보였고, 남서쪽 멀리로는 의귀 마을의 넉시오름이 바라보였다.

정상부 주변은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으며 그 외에 사스레피나무, 참식나무 등이 자라고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잘 비치는 쪽에는 억새와 고사리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고사리들은 누렇게 시들어서 새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쪽 봉우리를 지나 북쪽 봉우리로 올라갔다. 두 봉우리 사이는 야트막하게 살짝 내려가다가 다시 부드럽게 올라가는 정도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능선이었다.

북쪽 봉우리에는 탐방로가 이어지는 남북 방향 외에 동서 방향은 역시 여러 가지 나무들이 우거져서 주변 경관이 잘 보이지 않았고 단지 남쪽 봉우리의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북쪽 봉우리에서 토산배수지가 있는 북쪽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탐방로는 소나무와 사스레피나무가 우거져 있는 사이로 탐방로가 뚜렷하게 나 있었다. 탐방로를 따라 다 내려오니 토산배수지 옆으로 나올 수 있었다.

차를 세워둔 동쪽 기슭으로 걸어가노라니 길 건너 동쪽 편에 오뚜기농원이 있었는데, 도로변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멋진 정원을 꾸며 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원 가꾸기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멋진 정원을 가서 구경해 봐야겠다.

한천민 한라오름연구소장·동화작가·시인

▶ 위치 :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지경
▶ 굼부리 형태 : 말굽형(서쪽)
▶ 해발높이 162.4m, 자체높이 42m, 둘레 1,293m, 면적 9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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