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의 마음시 감상(121)

아버지와 지게

백승운

방법은 없었다
아무것도 손에 쥔 게 없는 가난
밤낮으로 일을 하는 게
단 하나의 방법인 시절
살아가는 작은 밑천
담고 비우고 담고 비우고
아버지 늙은 무릎
삐걱대고 팔에 힘이 빠질 때쯤
한쪽 다리도 짧아지고
어깨를 감싼 끈도 낡아 볼품없어졌지만
최선을 다한 너의 모습
시퍼렇게 멍든 아비지 어깨 위에
고스란히 남아 토닥토닥
서로를 위로하며 다시 일어선다

사진=pixabay

 

<마음시 감상> 

시인 문상금

아버지와 지게는 오랜 세월을 동고동락해온 친구이며 한 몸이며 생계이다. 아버지의 귀가를 손꼽아 기다리는 처자식들을 위하여 밤낮으로 일하는 것이 단 하나의 방법이었던 그 가난하고 눈물 나던 시절 

지게를 메고 걸어가시는 아버지의 피사체는 늘 삐걱대고 힘이 빠졌지만 강인하였다. 지게는 늘 요긴하고 다정하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습들이 다 들어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 숱한 시간들을 통하여 아버지의 늙은 무릎과 시퍼렇게 멍든 어깨와 지게의 낡은 끈도 볼품없어졌지만 서로가 서로를 토닥토닥 위로하며 일어서던 순간을 기억하며 지게와 아버지는 늘 닮아있었다. 

담고 비우고 담고 비우고 그렇게 서슬 푸르게, 늘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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