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 이야기(120)

1100도로 어느 지점에서 바라본 갯거리오름 

제주섬에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각각 두 개씩 네 개의 자연휴양림이 있다. 제주시 지역의 자연휴양림은 절물자연휴양림과 교래자연휴양림, 서귀포시 지역에는 서귀포자연휴양림과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이 있다. 그 중 절물자연휴양림과 교래자연휴양림,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은 모두 한라산을 기준으로 보면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서쪽에 위치한 자연휴양림은 서귀포자연휴양림 뿐이다.

갯거리오름의 위치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중문에서 1100도로를 따라 제주시 방향으로 가는 길에 있는데, 1100도로와 산록남로가 교차하는 옛 탐라대 사거리와 영실 입구 삼거리의 중간 지점, 즉 거린사슴(서귀포 오름 이야기 118회에 소개) 동쪽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입장하여 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면서도 그곳에 오름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서귀포자연휴양림 주차장이 일부가 되어 그곳에 위치하고 있는 오름은 무엇인가? 바로 갯거리오름이다.

갯거리오름은 거린사슴과는 1100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이웃하고 있으며, 서귀포자연휴양림 입구 주차장은 갯거리오름의 일부가 된다. 옛 탐라대 사거리 갈림길에서 1100도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법정사 입구 삼거리를 지나면 서귀포자연휴양림 입구까지 꼬불꼬불하고 급경사인 길을 올라가게 된다. 이때, 거린사슴 전망대 앞을 지나 올라가는 길의 북쪽 편으로는 우거진 숲이 있으며, 그 숲이 갯거리오름의 남쪽 기슭이 된다.

갯거리오름 이름의 유래

갯거리오름이라는 이름의 정확한 유래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오름의 형국이나 주변 오름들과의 관계로 볼 때, 이 오름의 서쪽에 위치한 거린사슴은 사슴으로 보고, 북서쪽에 위치한 민머르는 개의 형국이라고 하는데, 이 오름은 개가 꼬리를 끌고 누워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개꼬리오름이라고 하다가 갯거리오름으로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갯거리오름의 지형

갯거리오름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 모양새가 달리 보인다. 옛 탐라대 사거리에서부터 올라가는 도중에 거린사슴과 함께 이웃하여 보이는 곳에서 바라보이는 모양새는 거린사슴 동쪽에 나란히 앉아있는 부드러운 능선을 지니고 있는 모양새로 보이며, 거린사슴 정상부에서 내려다보거나 법정이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거린사슴 서쪽 편 아래에 너부죽이 엎드려 있는 야트막한 오름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린사슴 전망대 쪽이나 그 주변의 도로에서 바라보면 아예 오름의 모양새가 보이지 않아 오름이 있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며, 더욱이 서귀포자연휴양림 매표소나 주차장에서 보아도 그곳이 오름의 북쪽 편 기슭이라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갯거리오름은 어엿한 한 개의 오름으로, 정상부는 서귀포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되는 혼디오몽 무장애 나눔숲길이 돌아가는 안쪽 편이며, 정상부에서부터 주차장과 매표소가 있는 북쪽 편은 거의 경사가 없이 밋밋하고, 정상부에서부터 동쪽과 서쪽은 완만한 경사면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남쪽 편은 상당히 급한 경사면을 이루어 내려가고 있다.

원래는 갯거리오름과 거린사슴은 두 오름 사이가 능선으로 연결되어 서로 붙어 있었지만, 1100도로가 개설됨으로 인하여 두 오름이 완전히 분리되어 각각의 오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참고로, 1100도로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의 군사 도로로 만들어졌었던 것을 현재의 2차선 포장도로로 개설하게 된 것은 1968년부터 시작하여 1973년에 완공하었다.)

갯거리오름은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서 정상부에서나 정상부로 오르내리는 무장애나눔숲길에서도 주변 전망은 전혀 볼 수 없다.

갯거리 정상부

오름을 오르며

거린사슴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먼저 거린사슴을 오르내린 다음 갯거리오름을 살펴보기 위해 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갔다. 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서니 매표소가 있었고, 신분증을 제시하여 서귀포시민임을 확인받고 무료로 입장하였다.

19953월에 개장한 서귀포자연휴양림은 255의 면적에다 1일 최대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탐방로와 만남의 숲, 산막, 놀이마당, 야영장, 협곡탐험로, 전망대, 잔디광장들의 시설물과 온대, 난대, 한대의 다양한 수종은 계절에 따라 풍광을 달리하면서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안겨 주고 있는 곳이다.

매표소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고, 휴양림을 찾아온 사람들이 타고 온 차들어 몇 대 주차되어 있었다. 주차장 남쪽 편이 바로 갯거리오름 정상부인데도 주차장 쪽에서는 오름의 모양새를 확인할 수 없었다.

주차장 남쪽 편에서부터 혼디오몽 무장에 나눔숲길이 개설되어 있었다. 이 숲길은 2017년 산림복지진흥원이 전국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무장애 나눔길' 공모사업에 서귀포자연휴양림이 사업대상지로 선정되어 서귀포시가 201810월에 100m 길이의 진입로와 300m 길이의 일방통행 1순환로, 270m 길이의 양방-일방통행 2순환로로 구분해 총 길이 670m를 조성했다.

입구의 안내판에 의하면, ‘혼디오몽 무장애 나눔숲길은 데크로 구성된 숲길로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와 어린이 등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산림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조성된 길이다. ‘ᄒᆞᆫ디함께, 같이를 뜻하는 말이며, ’오몽이란 움직이다는 뜻을 가진 제주어이다. 그래서 ᄒᆞᆫ디오몽이란 더불어 함께 움직이다를 뜻한다. ’무장애는 장애물이 없는 즉,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노인, 임산부, 아동 등의 노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하여 노약자 뿐만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함께 누릴 수 있는 복지를 말한다.

무장애 나눔숲길로 들어서서 데크 길을 따라 걸어갔다. 데크 길을 얼마 쯤 걸어가니 두 갈래로 갈라져서 바깥쪽으로 넓게 도는 길과 그보다 안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었다. 먼저 바깥쪽으로 돌아가는 순환로를 따라 한 바퀴 돌고, 다시 갈림길에 이르러서 안쪽 길로 돌아서 걸었다. 걸어가는 도중에 숲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어서 주변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숲이 풍겨주는 상쾌함과 아늑함이 있어서 전망이 보이지 않아도 좋았다. 또한 나무 이름을 적어서 세워놓은 팻말이 더러 있어서 팻말의 나무 이름과 그 나무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걸을 수도 있었다.

안쪽 데크 길을 따라 돌아가니 어느새 데크 쉼터에 이르렀고, 이곳이 바로 갯거리오름의 정상부였다. 정상부 쉼터에 앉아 잠시 쉬며 주변을 살펴보니 남서쪽 편으로 나뭇가지 사이로 거린사슴의 윤곽이 살짝 보였고, 나머지 방향은 우거진 숲에 가려서 아무 전망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뭇가지 사이로 올려다보이는 하늘이 파랗게 내려와 있어서 시원하고 상쾌하였다. 이곳에는 단풍나무, 비자나무, 참회나무, 작살나무, 식나무, 때죽나무, 생달나무 등이 가득가득 우거져 있었다.

이후에라도 이곳 갯거리오름 정상부에 전망대를 세워서 전망대 위에 올라가서 주변 전망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무장애 나눔숲길을 돌아나온 후 이번에는 남쪽 방향의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면서 살펴보기 위해 탐방로가 없지만 숲을 헤치며 내려왔다. 역시 아무 전망도 보이지 않았지만 여러 종류의 나무들을 관찰하고 암석들을 관찰하며 내려오노라니 어느새 거린사슴 전망대 쪽의 도로로 나올 수 있었다

한천민 한라오름연구소장·동화작가·시인

▶ 위치 : 서귀포시 대포동 지경
▶ 굼부리 형태 : 원추형
▶ 해발높이 708.4m, 자체높이 38m, 둘레 949m, 면적 6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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