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 이야기(121)

 

넙게오름 전경
넙게오름 전경

오름과 가까운 곳에 형성된 마을은 옛날부터 주민들의 삶에 오름이 밀접한 관련을 짓고 생활하여 왔다. 오름에서 땔감을 채취했고, 오름 기슭의 샘에서 물을 길어다 마셨으며, 오름의 편평한 부분을 개간하여 농사를 짓고 살았고, 세상을 떠났을 때는 오름에 묘를 써서 묻히곤 하였다. 또한 놀이터가 따로 없었던 옛날에는 오름은 마을 아이들에게 둘도 없이 좋은 놀이터였다.

마을 주민들의 삶과 역사를 함께 해 온 오름 중에 넙게오름이 있다.

넙게오름의 위치

넙게오름은 안덕면 서광리에 있는 오름으로, 서광동리 마을 서쪽편 평화로 건너편에 위치한 오름이다. 이 오름의 동북쪽에는 소인국 테마파크가 위치하고 있고, 북쪽 편에는 서귀포축협에서 운영하는 축산물플라자가 있으며, 그 너머 북쪽 편에는 제주신화역사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름의 유래

넙게오름은 넓적한 게처럼 생긴 오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넙게넓다의 어간 의 제주어인 가 합쳐진 말이다. 지역 사람들이 옛날부터 불러오던 이름 그대로 광챙이오름이라고도 하고, 한자 표기로는 넓을 ()과 게 ()를 써서 광해악(廣蟹岳)’이라고 한다.

넙게오름을 찾아가는 길

넙게오름은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주시에서 모슬포 방향으로 가는 평화로의 서광1교차로에 이르면 바로 앞에 보이는 오름이 넙게오름이다.

탐방로는 네 군데로 나 있다.

첫 번째는 소인국테마파크 정문에서 도로 건너편에 오름 방향으로 들어가는 농로가 있고 농로로 들어서서 약 100m 쯤 가면 탐방로가 시작되는 나무 계단이 있다.

두 번째는 소인국테마파크 정문에서 서광서리 방향으로 약 250m를 가면 서귀포시축협 축산플라자 입구 갈림길에 이르며, 갈림길 반대편 오름 방향에 작은 길이 있고, 작은 길을 따라 약 150m를 들어가면 오름으로 오르는 나무계단 탐방로가 있다.

세 번째는 서광1교차로에서 직진하여 약 500m 쯤에 오름 쪽으로 들어가는 농로가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농로로 진입하여 약 500m를 올라가면 오름 중턱에 이르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타난다. 이 코스로는 자동차로 정상 근처의 서광정수장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고려시대에 만든 샘물인 넙게물

오름의 지형

이 오름은 이름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이 자체 높이는 62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오름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260,296로 높이에 비해서는 상당히 넓은 편이다. 그래도 주변에 이보다 높은 오름이 없어서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면 꽤 높이 솟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름의 넓이가 넓고 편평한 부분이 많이 있어서 오름 내에 경작지로 이용되고 있는 곳들이 더러 있다.

봉우리는 북쪽 봉우리가 주봉이며, 남쪽에 작은 봉우리가 두 개 있지만, 주변이 경작지로 이용되고 있어서 봉우리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굼부리도 경작지도 이용되고 있다. 주봉인 북쪽 봉우리 위에는 KBS 광해악 TV방송 중계소의 중계탑과 제주교통방송 광해악 중계소의 중계탑이 세워져 있다.

오름 중턱을 관통하는 넙게오름길에서부터 정상부까지는 시멘트 포장도로와 일부 비포장으로 정상부까지 차량이 올라갈 수 있으며, 정상부 바로 아래쪽에는 서광정수장이 시설되어 있어서 이곳을 통해 주변 마을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있다.

서광리 마을은 이 오름을 가운데에 두고 동쪽에 서광동리가 있고, 서쪽에 서광서리가 있다. 옛날에는 이 오름의 가운데를 관통하는 길(현재 넙게오름길)을 통해서 동리와 서리 사람들이 서로 오고 갔다고 하며, 넙게오름길이 지나가는 오름의 중심부에는 오래전부터 두 마을 사람들이 식수로 이용하였던 넙게물이 보존되어 남아있다.

넙게물과 잃어버린 마을 관전 마을

넙게물 앞에는 2010년 세원놓은 표지석이 있는데, 표지석에는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본 넓게물은 숭불(崇佛) 시대인 고려말에 조성된 것으로 구전되며 그 증거가 현존한다. 물통 북쪽에 고려시대 기와 파편들이 널려 있는데, 그곳에 절간이 있었음을 증명한다. 그 절간은 억불숭유(抑佛崇儒) 시대인 조선시대 파괴되었다. 이 시기는 자단리 설촌 후 150여년 후인 1400년대 중반이 된다. 물통 조성은 절간과 주민합작으로 이루어졌고 공동 사용했다. 장비가 없던 시절 굶주린 주민들이 우물을 파는 공사는 큰 고역이었다. 우물이 너무 깊게 파들어가자 맑던 하늘이 검은 구름이 덮이면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빨리들 집에 가서 장독 덮으라.” 이러한 현상이 며칠 계속되자 공사를 끝냈다는 전설이 있다. 이 우물은 1970년대까지 이 지역 주민의 중요한 생활용수였다. 20101월 서광동리]

서광리는 1402년인 조선 태종 2년에 제주 섬이 삼군제를 실시할 당시 대정군의 소재지가 되었고, 1839년에 동광리와 분리되기 전까지는 자단리(自丹里), 또는 광청리(廣淸里)로 불렸다고 한다. 오름의 이름이 지금도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광챙이오름이라고 부르는 까닭이 광청리라는 마을 이름에서 연유한 까닭이다.

오름 북쪽편 농로에는 4.3 때 잃어버린 마을인 관전마을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주변에는 옛날에 마을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듯 대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곳들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표지석에는 아래와 같이 소개되어 있다.

[서광리 관전 마을 / - 4.3 때 잃어버린 마을 - / 이곳 안덕면 서광리 관전마을은 일제강점기 시절, 면사무소가 소재했던 안덕면의 중심 마을이었다. ‘관에서 관리하던 땅이란 지명으로 불리어지는 관전동 마을은 4.3 당시 40여 가구 200명 내외의 주민들이 농,축업에 종사하며 살아가던 자연마을이었으나 곶자왈이 가까워 무장대의 출몰이 우려된다는 명목으로 완전히 불태워졌다. 4.3 이후 살아남은 주민들은 덕수리, 화순리, 사계리 등지로 소개되어 고난의 삶을 이어가던 중, 1948121일 안덕지서에서 취조받던 주민들이 화순리 제남밭에서 희생당하기도 했다. 1949년 봄, 안덕면 관내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서광동리에 성을 쌓아 함바집을 짓고 생활하다가 서광동리와 서광서리의 본 마을로 거처를 옮겨 현재의 서광리를 이루고 있다. 현재 마을 옛터 주변에는 장구한 설촌의 역사를 간직한 마을의 옛 정취는 사라져 버렸지만, 한이 서린 대나무 숲의 울음소리가 4.3 사건으로 잃어버린 마을의 비극을 묵묵히 전하고 있다. 다시는 이 땅에 4.3 사건과 같은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이 표지석을 세운다. / 2014630/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실무위원회 위원장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넙게오름 정상부 
넙게오름 정상부 

오름을 오르며

넙게오름 북동쪽의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입구의 계단 옆에는 수령이 매우 오래된 듯 둥치가 굵직한 천선과나무가 서 있었고, 반대쪽 편에도 그보다는 조금 작은 천선과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겨울이어서 잎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지만 아직 떨어지지 아니한 열매가 다닥다닥 많이 붙어 있어서 천선과나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라가는 계단 탐방로 주변으로는 소나무, 생달나무, 센달나무, 식나무, 까마귀쪽나무들이 자라고 있었고, 지면에는 자금우가 넓은 군락을 지어서 자라고 있었다. 자금우 군락은 기슭에서부터 정상부 가까이 까지 매우 넓는 면적에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자금우와 더불어 같이 보이곤 하던 백량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50m쯤 나무계단을 올라가니 타이어 매트 탐방로가 넓게 펼쳐져 있었고 낙엽들이 가득 깔려 있어서 탐방을 하기에 매우 쾌적하였다.

정상부 가까이에 이르자 넙게오름길에서부터 갈라져 서광정수장 옆을 따라 정상부쪽으로 이어진 도로를 만났다. 도로는 무척 넓어서 차량이 정상부까지 올라갈 정도가 되었다.

정상부에 이르자 넓고 편평한 풀밭이 있었고, 중계탑 두 개가 높이 세워져 있었으며, 벤치와 탁자들과 운동기구들이 세워져 있었다.

정상부에서는 북동쪽으로 구름에 살짝 덮인 한라산 정상부와 원물오름, 믜오름, 당오름, 정물오름, 도너리오름들이 바라보였고, 신화역사공원 내의 빨간 지붕 집들이 선명하게 내려다 보였다.

탐방이 거의 끝날 무렵에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북쪽으로 내려가는 탐방로를 따라 내려갔다. 북쪽 탐방로의 나무계단은 대부분 많이 썩어 있고 없어진 계단 나무들도 더러 있어서 관리 주체에서 시급히 보수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한천민 한라오름연구소장·동화작가·시인

▶ 위치 :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지경▶ 굼부리 형태 : 말굽형(북서쪽)▶ 해발높이 246.5m, 자체높이 62m, 둘레 2,289m, 면적 260,296㎡
▶ 위치 :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지경▶ 굼부리 형태 : 말굽형(북서쪽)▶ 해발높이 246.5m, 자체높이 62m, 둘레 2,289m, 면적 260,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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