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설 연휴 마지막 서귀포 오일장이 열렸다. 2019년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여파가 몇 년 동안 이어지면서 전통시장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통계 등을 보지 않더라도 서귀포 시민은 체감하고 있다. 모처럼 서귀포 민속오일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 설 대목인지라 지난 4일 서귀포시 민속오일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설 차례상을 차릴 제사용품 등을 사러 온 시민과 설 분위기를 만끽하러 온 관광객 등으로 말 그대로 ‘시장통’이 됐다.

전통시장은 물건을 사고팔면서 흥정하는 정겨운 소리가 있다. 명절이라서 그런지 손님이 말하지 않더라도, 덤을 주는 상인들의 인심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방문객들은 시장을 거닐다가 지인을 만나면 반갑게 웃으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시장을 다니며 입맛에 음식점을 찾아 식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치솟은 물가 영향은 전통시장의 정겨움을 집어삼킬 기세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에 물건을 사는 시민도, 파는 상이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근 들어 물가가 오르는 것은 농수축산물 등 1차 산업의 영향이 아니다. 농산물 가격은 전년과 비교했을 때 오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 기상 이변 등으로 인한 흉작에 따른 가격 상승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농수축산물이 물가 상승의 주범은 아니다.

전통시장은 서귀포 지역 경제의 버팀목으로 성장한 데 이어 관광객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 역할을 하는 등 변하고 있다. 서귀포 지역에서는 10여 년 전만 해도 ‘골목 상권을 살리자’라는 구호가 나오기도 했다. 대형마트 진출과 온라인 상거래 활성화, 인구 감소 등 각종 사회적 현상 등으로 인해 서귀포 시민의 문화와 정서가 녹아있는 전통시장이 ‘침체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등 전통시장은 서귀포 지역 경제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제주도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 등이 전통시장을 필수 방문코스로 선정하는 등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에서 관광지자, 쉼터, 시민의 생활 터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해 초 발표한 2022년 제주지역 전통시장 및 상점가 매출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서귀포매일올레시장과 서귀포향토오일시장은 서귀포를 넘어 제주 지역 골목 상권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육성해야 한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서귀포 시민의 문화와 역사를 보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전통시장 관련 예산을 지원해서 시설을 개선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서귀포 지역 전통시장별 특징을 찾아내 시장별 특색을 살려야 한다. 전통시장은 30~40대 이상 시민은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서 순대를 먹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우리 자녀에게도 이런 추억을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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