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 이야기(122)

휴양림에서 바라본 붉은오름 전경
휴양림에서 바라본 붉은오름 전경

전국적으로 알려진 제주도의 대표적인 걷기 코스 중의 하나가 사려니숲길이다. 사려니숲길의 시작점은 비자림로에서 진입하는 곳과 남조로 변에서 진입하는 곳 등 입구가 두 군데인데, 특히 남조로를 운전하면서 지나가다 보면 남조로 변에서 시작하는 입구에는 이곳을 걷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타고 온 차들이 언제나 도로변 주차장에 가득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남조로 변에서 시작되는 사려니숲길 입구에서 올려다보면 매우 높은 오름이 우뚝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오름이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붉은오름이다.

붉은오름의 위치

붉은오름은 표선면 가시리 지경의 오름이지만, 주민들이 살고 있는 가시리 마을에서는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가시리 마을회관에서부터 붉은오름 정상부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9.8km 정도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가시리 마을회관에서부터 도로를 따라 붉은오름 앞까지 가려면, 중산간도로 서성로 남조로를 거쳐서 약 16km를 가야 하는 먼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름의 유래와 찾아가는 길

붉은오름이라는 이름은 이 오름의 흙이 유독 붉은 빛을 띠고 있어서 붉은오름이라 부르며, 한자로 표기하면 적악(赤岳)’이라 한다.

붉은오름을 찾아가려면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을 찾아가면 된다. 자연휴양림 매표소를 지나면 곧바로 붉은오름 정상부로 향하는 입구가 있으며, 입구로 들어서서 숲길을 따라 오름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안내가 잘 되어 있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을 통해서 들어가는 경우와는 별도로 사려니숲길 쪽에서도 올라가는 탐방로가 있으나 안내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오름의 지형과 식생

붉은오름의 전체적인 모양새는 달걀을 세워놓은 듯한 타원형으로, 깊은 원형 굼부리를 갖고 있다. 굼부리를 둘러싼 능선은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은 형태로, 능선의 북쪽이 정상부로, 정상부에는 데크로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남동 사면을 제외한 바깥 전 사면은 대체로 경사가 심한 편이며, 특히 남조로변에 면한 동사면의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

붉은오름 정상부
붉은오름 정상부

오름 가운데의 원형 굼부리는 둥그스름한 모양으로, 지름이 약 150m 정도의 바닥면이 편평하다. 북쪽 편의 정상부에서부터 굼부리 바닥면까지는 높이가 약 70m 정도로 매우 깊으나, 남쪽 편 능선의 가장 낮은 지점의 큰 바위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는 약 15m 정도로 낮으며, 그곳에서는 굼부리 바닥면 일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오름의 나무들은 여러 종의 나무들이 섞여서 자라고 있는 혼효림이나, 오름의 남동사면에는 1960년대 산림녹화 시절에 심어놓은 삼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져 자라고 있다. 이 삼나무 군락은 동쪽의 가문이오름과 남동쪽의 쳇망오름을 연결하는 삼각지점에 빽빽하게 우거져 있으며, 사려니숲길을 따라 가친오름 동쪽 기슭에까지 광범위하게 조림되어 있어서 사려니숲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피톤치드를 내뿜어서 상쾌함을 더해준다.

이 오름의 주변에는 구두리오름, 가문이오름, 쳇망오름, 가친오름(마은이옆), 물찻오름, 말찻오름 등 여러 오름들이 있다.

또한 이 오름 북서쪽에는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이 시설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자연휴양림에서부터 말찻오름까지 이어지는 해맞이길이 숲길로 연결되어 있고, 오름 남쪽 기슭을 따라 시작되는 사려니숲길이 이어지고 있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

201211월에 개장한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은 전체면적이 190에 이르며, 남로조에 접해 있어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쉽고, 휴양림 내부 대부분은 경사가 완만한 평지로 남녀노소 모두가 안전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자연휴양림에는 여러 구간의 탐방 코스가 있는데, 붉은오름 정상으로 가는 붉은오름 등산로(1.7), 말찻오름과 이어지는 해맞이 숲길(6.7), 제주 상잣성을 감상할 수 있는 상잣성 숲길(3.2) 그리고 노인, 어린이 등 남녀노소 모두가 안전하게 숲체험을 할 수 있는 무장애 나눔 숲길(1)이 있고, 휴양림 내에는 숲속의 집, 산림문화휴양관, 생태연못, 산림욕장, 잔디광장, 세미나실, 방문자센터,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오름을 오르며

붉은오름을 탐방하기 위해 붉은오름자연휴양림으로 갔다. 매표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하여 서귀포 시민임을 확인 받고 입구로 들어서니 곧바로 붉은오름 정상 등반길 표지와 함께 탐방로가 놓여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일부러 숲길을 멀리 돌아 걷기 위해 잔디광장 서쪽 편 상잣성 숲길로 들어서서 걸었다.

상잣성 숲길은 해맞이길 입구에서부터 다시 잔디광장으로 돌아나올 때까지 1.5km 거리였지만, 붉은오름 등반을 시작하는 부분까지는 약 1km 정도의 거리였다.

겨울이었지만 전에 내린 눈이 모두 녹아 이제는 눈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는 숲속에 앙상한 나뭇가지들마다 봄을 기다리며 꽃눈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붉은오름으로 올라가는 탐방로 입구에 이르렀다. 입구에서 정상부까지는 거의 대부분 나무 데크로 이루어진 계단길이었다. 거리는 약 350m.

올라가는 계단길 입구에서부터 정상부로 올라, 다시 굼부리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올 때까지 몇몇 나무에 이름표가 달려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산딸나무, 나도밤나무, 때죽나무, 쥐똥나무, 산뽕나무, 가새뽕나무, 꾸지뽕나무, 새비나무, 작살나무, 좀작살나무, 상산, 생달나무, 참식나무, 비목나무, 줄사철나무, 새덕이, 참빗살나무, 사람주나무, 서어나무, 비자나무, 굴피나무, 까마귀베개, 윤노리나무 등.

몇몇 상록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활엽수는 한겨울이어서 잎이 모두 떨어져 있었고 나무 이름을 써 놓은 이름표가 붙어 있지 않았으면 무슨 나무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도 오랜 경험에 의해서 나무 이름 표식이 없어도 알 수 있는 나무들이 상당히 많아서 이곳에서 자라는 나무들을 많이 알아볼 수 있었다. 중턱에 이르자 지면에 제주조릿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계단길 입구에서부터 240m쯤 올라오자 갈림길이 나타났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계단길 따라 110m를 가면 정상 전망대에 이르고, 오른쪽으로는 정상 전망대에서부터 굼부리를 한 바퀴 돌아 현 위치로 오는 길이었다. 나는 정상 전망대 쪽을 향해서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붉은오름 정상부에 이르렀다. 정상부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전망대보다 높이 자란 큰 나무가 없어서 사방 막힘이 없이 조망이 매우 잘 되었다. 오름 주변 가까운 곳은 짙은 수림지대였고 수림 지대를 벗어나 조금 멀리로는 여러 목장 지대와 남동쪽으로 정석 비행장까지 시원하게 내려다보였다. 이날은 미세먼지가 조금 짙게 끼어서 멀리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가까운 오름들은 잘 보였다. 구두리, 큰사슴이, 족은사슴이, 모지오름, 따라비, 여문영아리, 물영아리, 민오름, 머체오름, 거린오름, 사려니, 마은이, 논고오름, 물찻오름, 말찻오름, 물장오리, 개오리, 절물오름, 거친오름 등이 뚜렷하게 바라보였고, 그 밖에도 수많은 오름들이 점점이 찍혀 있었다.

북쪽 아래쪽으로는 렛츠런파크에서 운영하는 제주마 육종장이 내려다보였다.

정상부에서 남쪽 편으로 원형 굽부리가 내려다보였다. 굼부리는 밑바닥의 모양새나 전체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정상부를 기점으로 빙 둘려있는 능선 안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모습이 내려다보였다.

정상부를 지나서 이어지는 탐방로를 따라 굼부리 주위를 따라 걸었다. 정상부에서 반대쪽 능선으로 갔을 때 거대한 바위가 서 있었고, 그 옆으로 굼부리 안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어 내려가 보았다. 굼부리는 원형으로 주변 능선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안쪽에는 억새들이 가득 우거져 있었으며 넓은 억새숲 중간중간에 큰 나무 몇 그루가 서 있었다.

굼부리에서 다시 올라와 걸어가노라니 어느 지점에서 사려니숲길 쪽으로 내려가는 탐방로가 나 있어서 탐방로를 확인하기 위해 사려니숲길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왔다.

그리고는 굼부리 둘레의 능선을 따라 완전히 한 바퀴 돌아 삼거리 감림길로 온 다음 계단길을 따라 상잣성 숲길로 내려와서 휴양림으로 돌아왔다.

▶ 위치 :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경▶ 굼부리 형태 : 원형▶ 해발높이 569m, 자체높이 129m, 둘레 3,046m, 면적 585,044㎡
▶ 위치 :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경
▶ 굼부리 형태 : 원형
▶ 해발높이 569m, 자체높이 129m, 둘레 3,046m, 면적 58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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