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콩과 우리 ‘bean-us’
중문청소년문화의집 소속
고등학생 7명이 모여 활동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

2월 4일, 바리스타 실습실에서 만난 빈어스 친구들. 김연우, 원태영, 윤하늘, 김이룸
2월 4일, 바리스타 실습실에서 만난 빈어스 친구들. 김연우, 원태영, 윤하늘, 김이룸

서귀포시 관내 청소년 수련 시설은 청소년수련관 2곳, 청소년문화의집 12곳이 있다. 
청소년기본법에 근거해 청소년 활동, 청소년 복지 및 청소년 보호 등의 기능을 통해 청소년 육성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시설별로 청소년이 주체가 된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또래의 친구들이 모여 주체적,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동아리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청소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문청소년문화의집 빈어스 ‘bean-us’
절기상 입춘인 2월 4일 제주에서는 매화가 꽃을 피우며 봄의 향기를 뿜어냈다. 봄의 향기에 고소한 원두의 냄새가 실려 왔다. 

중문청소년문화의집에는 바리스타 동아리가 있다. 빈어스 ‘bean-us’. 커피콩을 뜻하는 bean과 우리라는 us를 합쳤다. 

‘빈어스’는 올해 3년 차를 맞았다. 커피에 대한 다양한 정보 공유 및 바리스타 진로체험활동을 통해 커피 문화 전파를 목적으로 한다. 

지금 빈어스의 구성원은 총 7명, 2006년생~2007년생으로 올해 고등학생들이다. 

홍보 영상도 만들고 관내 청소년 축제 부스 참여를 통해 체험활동 및 현장 실습 그리고 봉사활동을 경험하는 일거삼득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청소년문화올림픽, 하원동 와랑 음악축제, 올망졸말 감성소통문화제, 평생학습박람회 등에 참여했다. 대외적인 활동 외에도 청소년문화의집을 방문하는 학부모와 청소년들에게 음료를 제공한다. 이 모든 활동이 자연스레 동아리 홍보 활동이 된다. 

체험 부스 운영의 주제는 바리스타 체험이다. 1년에 평균적으로 5~6회의 외부 행사를 하다 보니 다양한 일화가 생겼다. 

외국인 체험객이 왔는데 언어 소통이 어려워 번역 앱을 이용해 소통하며 체험했다. 그 외국인이 떠나갈 땐 한국어로 감사하다고 외쳤다. 

예상치 못한 일들도 종종 벌어졌다. 현장에서 뜨거운 물을 쏟기도 하고, 전기가 갑자기 들어오지 않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저 멀리서 전기를 끌어와 진행하기도 했다. 

행사를 한 번 치르고 나면 혼이 빠질 정도로 정신없이 바빠 힘이 들지만, 우리 손으로 무엇을 만들어서 제공해 준다는 것이 뿌듯하다. 또래 친구들과 같이 활동하니 말도 통하고 재미있다. 현장에서 도와주는 어른들도 있어 감사함을 느낀다.  

연간 동아리 활동으로 1년에 4~5번 정도 외부 전문 강사 교육을 받고 습득한다. 에스프레소, 핸드드립, 라떼, 에이드 등 바리스타 기술을 익힌다. 여기에 더해 식빵을 이용한 츄러스 만들기, 약밥, 인절미 만들기 등 디저트 만드는 법도 배웠다. 

학기 중 주말에 모여 3~4시간 활동하고, 한 달에 한 번 체험 행사를 위해 회의도 해야 한다. 

학교 외 봉사 활동은 점수로 인정이 되지 않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고 나서 쌓이는 봉사 시간을 보면 그 시간만큼 내가 알차게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뿌듯하다. 

고등학생인 동아리 친구들은 학업과 취업 준비로 바쁜 나날이지만 오히려 이 시간이 경험을 쌓고, 진로를 찾고, 바쁜 일상의 쉼이 된다고 말한다. ‘빈어스’ 활동이 고등학교 2학년을 맞은 친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익숙해지고 재미있어서 당연히 계속해야 할 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보상도 받고, 다시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 동아리에 오는 시간이 휴식, 진로 체험, 제2의 집” 

또래 집단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며 처세술을 배우고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문제해결 능력도 기른다. 점수화되지 않고 지금 당장 어떤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내가 보낸 시간에 대한 뿌듯함을 느낀다. 의견을 나누고 모으고 토의하며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게 된다. 더불어 자연스레 진로 경험도 하게 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이 모든 것이 빈어스를 계속하게 되는 이유이다. 

▲청문의 꽃 자율 동아리
중문청소년문화의집 오도열 청소년지도사는 “청소년문화의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동아리 유지 관리이다”라고 말하며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것이 마치 치킨집과 같다고 할까. 5명 이상이면 신규 동아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실제로 동아리 활동이 지속되려면 최소한 10명의 친구가 모여야 한다. 청소년들은 또래 문화가 강해서 친구 따라 들어오고 친구 따라 나가는 게 다반사다. 그리고 고등부로 갈수록 학업의 이유로 활동할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문화의집에서는 자율 동아리가 중요한데, 아이들의 수급 문제도 있지만 예산이 어려운 점도 있다. 청소년문화의집의 규모에 따라 예산이 책정되는 게 아니다. 더 좋은 시스템,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지만 그만큼 해주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그래도 목표를 가지고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고, 동아리 활동이 조금이나마 진로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보면 뿌듯하고 감사하다.  아이들만 계속 온다면 더없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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